내전수함음소 목판, 성주 심원사

불교가 흥성했던 고려의 문화와 기술, 학술력의 총합체였던 ‘고려 대장경’을 한 눈에 조망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된다.

불교중앙박물관(관장 흥선스님)은 초조대장경 조성 천년 기념 특별전 ‘천년의 지혜 천년의 그릇’을 9월 20일(화)부터 11월 12일(토)까지 진행한다.

고려대장경연구소와 동국대도서관이 공동 주관하는 이번 전시엔 국보 7점, 보물31점이 포함된 총 164점의 고려대장경 관련 유물들이 대거 출품된다.

주요 유물은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초조본(初彫本)『신찬일체경원품차록新纘一切經原品次錄』과 국보·보물로 지정된 초조대장경 인출본 다수를 비롯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해인사 장경판전 소장 재조대장경『고려국신조대장교정별록高麗國新雕大藏校訂別錄』,『대각국사문집大覺國師文集』목판 등이다.

특히『내전수함음소內典隨凾音疏』는 난해한 한자의 자음(字音)과 자의(字義) 등에 주를 더한 것으로, 대장경의 계보와 음 연구에 귀중한 자료가 되며, 해인사 장경판전에도 남아 있지 않은 귀중한 경판이다.

초조본 『신찬일체경원품차록』과 『고려국신조대장교정별록』이 함께 출품된 점도 주목된다. 『신찬일체경원품차록』은 경전들을 소개한 일종의 목록집으로, 30권으로 구성되어 초조대장경에 포함되었다. 하지만, 재조대장경을 판각할 때 교정 책임자였던 수기(守其)스님이 이 책이 대장경을 열람하는 사람에게 이익되는 것이 없다고 판단해 30권의『고려국신조대장교정별록』으로 대체했다. 두 유물은 완벽한 대장경을 만드는 데 심혈을 기울였던 수기스님의 교정 작업을 살필 수 있는 중요한 자료이다.

대각국사 진영, 선암사 성보박물관. 보물1044호

이와함께 이번 전시에서는 대장경 연구 주석서를 수집 간행한 대각국사 의천스님의 활동과 교장(敎藏) 간행사업을 재조명한다. 의천스님은 신라 고승의 저술과 송(宋), 요(遼), 일본(日本) 등에서 경전의 내용을 해석하고 연구한 장소(章疎)를 간행했다. 이 교장은 4천여 권의 방대한 양으로 간행되었는데, 이는 초조대장경이 6천여 권으로 간행되었던 것과 비교하더라도 대장경 못지 않은 중요한 간행 사업이었음을 알 수 있다. 흔히 속장경(續藏經)이라고 하지만 이는 일본 불교학의 잔재이다. 
 
전시장은 1부(天) 말씀을 담는 그릇, 대장경大藏經(삼장법사서유로정기 등 유물 80점), 2부(地) 고려에서 대장경을 처음 새기다-초조대장경初雕大藏經(무구정광대다라니경 등 유물 15점), 3부(玄) 대각국사 의천스님과 교장敎藏(대각국사 진영 등 유물 17점), 4부(黃) 우리 손으로 승화 재해석하다-재조대장경再雕大藏經(내전수함음소 목판 등 유물 29점), 5부(宇) 고려대장경의 전승과 발전(석보상절 권23 등 유물 23점) 등으로 구성된다.

불교중앙박물관 관장 흥선스님은 “고려의 대장경 조성 불사는 동아시아의 정신사와 문화 사상사를 완전히 뒤바꾼 역사적 사건이었다”며 “대장경 판각 천년의 해를 맞아 우리 대장경의 중요성과 가치를 널리 알리기 위해 전시를 기획했다”고 말했다.

불교중앙박물관 이분희 팀장은 “대장경의 의미와 문화 역사적 가치를 대중에게 알기 쉽게 전달하는데 주안점을 뒀다”며 “이를 위해 각종 시청각물과 함차(函次)별 스토리를 만들어 차별화 했다”고 밝혔다.

▷개막식: 9월 20일 오후 3시. 관람료 무료.

-윤우채 기자

무구정광대다라니경, 불국사(불교중앙박물관) 국보 126호
삼십삼조사도 초본(본존, 1, 2, 3, 4조사), 통도사 성보박물관
대불정여래밀인수증요의제보살만행수능엄경 언해 권1, 동국대학교 도서관, 국보 21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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