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문 |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사람들의 참선에 관한 관심이 나날이 높아가고 있는 요즘 교계에서 스님들의 안거와 똑같은 기간 동안 재가신도들이 참선을 하는 곳과 직장인들을 위한 시민선방이 개설돼 시민들의 큰 호응을 받고 있다. 시민선방에 들어온 불자들을 하루 9시간 정도의 참선 시간을 갖는다. 시간적인 측면에서는 스님들과 다를 바 없다. 화두는 간화선을 기초로 하고 본인 스스로 화두를 결정하게 한다. 시민선방에 든 재가불가들은 한결같이“참선을 하고 부터 마음이 안정되고 건강이 좋아졌다.”고 말한다.>

강원도 화천이 고향인 정경남(61) 씨는 지난 20여 년간 다니던 건설업을 그만두고 뒤늦게 수행에 전념하고 있는 늦깎이 수행자다. 그는 참선수행을 한 후 인생을 참뜻을 깨닫고 가정의 평화도 되찾았다고 말한다. 그 긴 세월 동안 지금처럼 자신을 철저히 돌아보고 삶의 근본적인 문제에 대해 이토록 치열하게 대면한 적은 없었기 때문이다.

선방 찾는 노인들 급증
정 씨가 수행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지난 2007년 초. 한 살 한 살 나이가 들수록 밀려드는 공허감, 여기에 간경화 등 건강까지 극도로 악화되면서 이대로 인생이 끝나는 것이 아닐까 하는 두려움이 밀려왔다. 이런 상황에서 그가 선택한 것이 바로 선수행. 우연히 불교관련 책을 읽으며 참선에 관심을 갖고 강원도에서 서울지역 사찰까지 매주 한 번씩 공부하러 다녔다. 그리고 지난 2007년 9월부터 아예 부산지역 시민선원에서 생활하며 수행에 매진하고 있다. 정 씨는 “수행을 시작하며 건강이 회복된 것은 물론 상대방을 이해하는 마음으로 인해 가정의 화목도 되찾았다”며 “수행의 내 인생의 전환점이었다”고 털어놓았다.
정년퇴직을 한 후 경로당 대신 선방을 찾아 수행으로 새로운 인생을 개척하는 사람들이 크게 늘고 있다. 일반인들이 수행할 수 있는 선방마다 상당수가 노인이며 특히 최근 고령화 추세가 가속화되면서 선방을 찾는 노인들이 부쩍 늘고 있다는 것이 선방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 같은 추세와 관련해 시민선방 관계자들은 “불교수행은 온갖 인생의 풍파를 겪은 뒤에야 더욱 깊이 있게 관조할 수 있다”며 “노인은 사회에서 밀려난 존재일지 몰라도 수행에서는 누구보다 깊이 있게 할 수 있는 적령기”라고 강조했다.

환갑 넘겨도 수행에는 적령기
지난해 11월부터 일주일에 2~3회씩 선방을 찾아 수행하고 있는 김종찬(71) 씨도 선수행을 시작하면서 새 인생을 찾은 경우다. 그 전에도 선에는 관심이 있었지만 연구와 교육 등 바쁜 일정 탓에 수행하기가 그리 쉽지 않았다. 그러던 중 정년퇴직을 한 후에야 비로소 시간적인 여유가 생겼고 이 때부터 착실한 수행생활을 하고 있다. 김 씨는 “수행은 자칫 우울해지기 쉬운 노년생활에 활기를 불어 넣어줄 수 있다”며 “여생을 가장 보람 있게 보내는 방법 중 하나는 선방을 찾아 수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몸-마음 건강엔 참선이 제격
대전 대청동에 살고 있는 송자빈(80) 씨도 만년의 삶을 수행으로 마무리하고 있다. 대전지역 시민선방을 찾아 참선수행을 하고 있는 그는 “수행을 시작하면서 헛된 망상과 두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며 “이곳에서 만나는 사람들과의 진지한 대화도 삶의 활력소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서기관으로 정년퇴임한 후 서울지역 시민선방을 나가고 있는 윤철환(71) 씨도 “정년퇴임은 사회적인 의무를 벗고 참다운 자기를 찾기에 가장 좋은 시간”이라며 “참선을 시작하면서 생활이 즐겁고 넉넉하게 바뀌었다”고 강조했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시기라는 말은 수행에서도 그대로 적용된다. 시민선방 관계자는 “노년에 만나는 선은 깊은 우물에서 두레박으로 막 퍼 올린 물맛과 같다”며 “노년의 수행은 참다운 삶의 가치와 희망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편집실/

저작권자 © 불교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