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기축년(己丑年) 새해가 밝았습니다. 불기 2553년은 소의 해입니다. 소띠 해는 여유와 평화의 한 해라고 하지만, 벌써부터 우리를 옥죄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습니다. ‘세계경제위기’라는 굴레를 안고 가야하는 게 ‘지금의 사회’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그런 사회에서의 불자는 무엇에 중점을 두어야 할까요. 우선 소승은 불자에게‘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라는 인사말을 다시 한 번 새겨보라고 권유하고 싶습니다.
불자로서 신앙생활을 아무리 오래하였다 한들 삶의 변화가 없는 신앙생활이란 무의미합니다. 아니 무의미할 뿐만 아니라 독이 될 수도 있습니다. 재가자나 출가자를 불문하고 불교를 자기 자신을 합리화하거나 적당히 포장하는 수단으로 사용할 때 신앙생활이란 오히려 자신의 이기적인 삶의 자세를 더욱 강화하거나 개인 이득을 취하는 수단으로 전락하기 때문입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은 명확합니다. 모든 것이 관계로 이루진 것이기에 그 무엇에도 머무르지 말고 동체대비의 삶을 살아가라는 것입니다. 가난하건, 부자이건, 산 속에 있건, 세속에 있건, 건강하건, 병들었건 간에 이렇게 숨 쉬고 존재한다는 그 자체로서 지족(知足)할 수 있는 불자로서의 삶. 그리고 그러한 삶 속의 각자의 위치에서 적극적으로 주위와 함께 나누며 살아가는 삶의 자세가 필요합니다.
그렇다면 자신의 상황이 어떠하건 이 시대를 살아가는 불자들이 지녀야 할 삶의 자세로서는 언제나 주위와 나눌 수 있는 생활 태도와 감사하는 마음가짐을 지니는 것이고, 그러한 삶의 모습이야말로 불자들이 누릴 수 있는 진정한 여유이자 풍요로움이기도 할 것입니다.
따라서 비종교인이라면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로서 충분할지 몰라도, 불자라면 그 말을 넘어 좀 더 커다란 뜻을 담았으면 합니다. ‘존재, 그 자체로서 충분히 받고 있는 것’이니, 불자라면 삼계로부터의 은혜에 감사한다는 뜻을 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 모두 이미 이토록 충만하게 받아 지니고 있는 것을 나누면 나누지 어떻게 더 받을 수 있겠습니까. 불자 여러분, 올해에도 복 많이 나누시기를 기원합니다.

법진 스님/재단법인 선학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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