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과 교는 둘이 아니라는 불이사상(不二思想)을 통해 고려 말 선풍을 진작하고 공민왕의 왕사(王師)에 봉해졌던 나옹혜근(懶翁慧勤) 스님을 기리는 정자가 스님의 고향인 경북 영덕군 창수면에 세워졌다.

영덕군과 나옹왕사기념사업회(회장 불국사 주지 성타스님)는 지난 16일 오후 1시 30분부터 창수면 신기리의 나옹왕사 반송유적지 내에서 반송정(盤松亭) 제막 및 건립행사를 개최했다. 이 유적지는 나옹 스님이 출가하면서 꽂은 소나무 지팡이가 반송(소나무)으로 변했다는 전설이 전해내려 오는 곳이다.

이날 제막식에는 전 조계종 총무원장 지관스님, 박선규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 나옹왕사기념사업회장 불국사 주지 성타스님, 강석호 국회의원(한나라당), 김병목 영덕군수와 지역주민 및 불교계인사 등 사부대중 1천여 명이 참석했다. 제막식에 앞서서는 나옹왕사 책봉식에 연희됐던 궁중무용(舞鼓)이 공연됐고, 불국사합창단은 스님이 남겼던 왕사선시(王師禪詩)를 합창했다.

이어 김병목 영덕군수의 식사와 지관스님, 성타스님의 축사, 제막, 건립기문 설명 시간이 마련됐다. 2부 축하 행사에서는 유직지 내 특설무대에서 국악과 명상노래, 모듬북 연주 등 신명나는 공연이 펼쳐지며 영덕이 왕사를 배출한 고장임을 대내외에 알리기도 했다.

한편 영덕군은 나옹왕사 유적지 정비사업으로 총 12억 원의 예산을 들여 부지면적 2천597㎡(785평)에 반송정 누각 1동, 강월헌(江月軒) 육각정 1동을 건립했다. 반송정과 강월헌의 현판 글씨는 (전)조계종 총무원장 지관스님이, 주련 글씨는 고구려문화연구회 고문인 서예가 초당 이무호 선생이, 반송정 건립기문은 기념사업회장 성타스님이 작성했다.

영덕군 측은 2008년 나옹선사 사적비가 건립된 후 관람객의 발길이 늘어났던 점을 감안할 때, 새로이 반송정 등이 건립됨에 따라 더욱 많은 인파가 찾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또 이번 반송정 건립사업에 이어 나옹왕사 현창사업을 앞으로 더욱 가시화해 이곳을 전국적인 불교순례지로 만들겠다는 계획도 덧붙였다.


△ 나옹 스님은?

나옹혜근(懶翁慧勤, 1320~1376) 스님은 1320년(충숙왕 7년) 경남 영덕에서 태어났다. 1340년 공덕산 묘적암에 있는 요연(了然) 선사를 스승으로 출가했고, 1344년(충혜왕 5년) 양주 천보산 회암사에서 4년간 장좌불와(長坐不臥)로 정진하여 깨달음을 얻었다. 원나라서 인도의 지공(指空) 스님의 가르침을 받기도 했으며, 1358년(공민왕 7년) 귀국, 1361년부터 용문산 · 원적산 · 금강산 등지를 순력한 뒤 회암사의 주지가 되었다. 1371년 공민왕으로부터 금란가사와 내외법복 · 발우를 하사받고 왕사에 봉해졌다. 스승인 지공 스님, 제자 무학스님과 함께 고려 말의 삼화상이라고 칭송된다.


△ 나옹왕사의 선시(懶翁王師 禪詩)

靑山兮要我以無語
청산은 나를보고 말없이 살라하고

蒼空兮要我以無垢
창공은 나를보고 티없이 살라하네

聊無愛而無憎兮
탐욕도 벗어놓고 성냄도 벗어놓고

如水如風而終我
물같이 바람같이 살다가 가라하네

- 박성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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