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의 ‘가족’이 삐걱거리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이혼율, 부모와 정서적으로 공감하지 못하는 청소년들, 자식들에게 버림받은 독거노인…. 이런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한국불교가 가족문제에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 건 아닐까?

조계종 사회복지재단(대표이사 자승스님)은 지난 4월 12일부터 13일까지 1박 2일 동안 전국비구니회관에서 ‘불교적 가족상담 지도자 교육 과정’을 실시했다. 이번 교육에는 총 76명의 비구니스님들이 참석해 불교적 생명관과 가족관을 통하여 한국사회의 가족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실천방안을 고민했다.

복지재단 상임이사 종선스님는 인사말씀에서 “가정은 사회를 이루는 초석으로써 가정과 사회는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연기적 관계에 있다”며 “불교는 사회 통합의 종교로서 사회적 책무를 이행한다는 사명감으로 가족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적극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종선스님은 “가족상담은 온정적이며 섬세하신 비구니스님들께 가장 적합한 교육”이라며 교육에 참여한 비구니스님들이 관세음보살과 같은 마음으로 신도들의 가족 내 어려움을 해소하는 데 일조해 줄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이번 교육은 신도들이 일상에서 겪고 있는 가족 내 여러 갈등을 해결하기 위하여 가족상담 제반에 관한 교육과정이었다는 게 주최 측의 설명. 현장 적용이 가능한 전문적 교육을 통해 가족 내에서 발생 할 수 있는 문제에 대한 불교적 해결기법을 개발한다는 취지다. 특히 비구니스님들은 가족문제에 관한 권위 있는 강사 4명의 집중강의를 들으며 ‘가족상담 지도자’가 되는 이론적 ‧ 실제적 교육을 쌓았다.

박재홍 연세대 사회복지대학원 교수는 첫 번째 강의 <현대가족문제에 대한 한국과 서구의 동향비교>를 통해 미국을 비롯한 서구사회와 한국사회의 가족문제 양상을 총괄적으로 설명했다. 박 교수는 우리의 ‘가족문제’는 서구사회와 상당히 유사하게 전개되고 있지만, 그 접근에 있어선 한국사회의 ‘가족’이 지닌 특수한 맥락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황수경 동국대 명상상담학과 강사(한마음상담센터장)는 <불교상담자의 자기돌봄(self-care)>에서 상담가가 지녀야 할 마음자세와 치유 대상자와의 관계설정에 관해 강의했다. 상담가는 끊임없이 배우고 성장하며, 상대방과 함께하는 공생실천가여야 한다는 게 황 박사의 설명.

이용권 서호노인복지관 관장은 <불교적 생명, 가족, 사회> 강의에서 미래사회의 저출산 고령화라는 트렌드와 불교의 생명관과 여성관이 어떻게 만나야 하는지를 살폈다. 이 관장은 부부간 성평등, 가사분담, 부모자식간의 열린 소통, 사찰에서 모성의 실현을 도울 수 있는 사회적 태교 등이 앞으로 불교의 인연 공동체를 지향할 수 있는 방안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고문정 상담심리전문 강사(숙명여대 강사)는 ‘가족상담의 주요 이론과 실제’에 대해 총 6시간의 긴 강의를 진행하며 가족치료 ‧ 상담을 둘러싼 이론과 기법, 사례, 다양한 접근 방법 등을 소개했다. 고 박사는 일선에서 오래 활동한 상담심리전문가답게 비구니스님들이 직접적으로 내담 가족과 만났을 때 맞닥뜨릴 수 있는 여러 실제적인 상황을 예로 들어 주목받았다.

한편 이번 ‘불교적 가족상담 지도자 교육’은 조계종 사회복지재단이 보건복지부의 2011년 ‘건강한 출산 ‧ 양육환경 조성사업’으로 채택되어 진행한 공모사업의 일환이다. 복지재단 측은 2008년부터 벌써 4년째 보건복지부의 공모에 채택되어, 가족문제를 둘러싼 불교계 지도자들의 사회적 실천을 독려하고 있다.

조계종 사회복지재단 안진영 사회복지사는 “이번 교육 후 받은 설문에서 비구니스님들이 대체로 매우 만족하시는 결과를 보였다”며 “내년에도 보건복지부와 공모사업을 진행한다면 더욱 전문적인 가족상담 중급 지도자 교육을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조계종 사회복지재단은 이와 함께 5~6월에는 ‘태교전문가’ 성우 스님(불교TV 회장)을 모시고 ‘불교TV 특별법회’를 실시할 예정이다. 또 하반기에는 이번 교육을 받은 비구니스님들의 사찰들을 중심으로 법문을 통해 가족과 생명의 중요성에 대해 전파하는 ‘사찰가족법회’ 사업을 펼치는 등 다양한 활동을 전개해나갈 계획이다. △문의: 안진영 사회복지사: 02) 723-5101.

- 박성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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