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첫 세미나에서는 한국출신 일본 소설가 다치하라 마사아키(立原正秋, 1926~1980)가 1970년에 발표한 ≪겨울의 유산(冬のかたみに)≫을 일본문학, 국문학, 불교학의 입장에서 집중 조명했다. ≪겨울의 유산≫은 선승(禪僧)인 아버지의 자살과 어머니의 재혼으로 무상과 외로움을 겪은 저자가 일본에서 선(禪)을 찾아가는 자전적 소설로서, 한국불교와 일본불교의 선(禪) 전통이 잘 어우러졌다고 평가받는 책이기도 하다.
김종희 강사(동국대 일문과)는 ‘일본문학 속의 다치하라 마사아키’라는 논제로 혈통, 종교와 미, 삶과 죽음의 문제를 낭만주의 문학적 측면에서 분석했다. 김 강사는 “이 작품은 전형적인 낭만주의의 특징을 보여주는데, 이러한 경향은 허무주의로 이어지고 자기모순의 정당화로 면죄부를 부여하는 측면이 강하다”고 주장했다.
박광현 교수(동국대 국문과)는 ‘다치하라의 혼혈의식과 전후(戰後) 일본사회’라는 논제로 혼혈의식을 계기로 전후 일본사회와 재일한국인, 그리고 다치하라의 문학을 관련지어 조명했다. 박 교수는 “자신을 혼혈이라고 한 고백은 전후 동아시아 내부에 없었던 민족의 울타리 바깥에서 민족의 내부를 뒤흔드는 작은 울림이다”고 주장했다.
김호성 교수(동국대 불교학부)는 ‘≪겨울의 유산≫에 나타난 한일불교’라는 논제로, 작품 속에 나타난 한일불교의 모습 추적 및 한일불교의 소통의 문제를 살펴보았다. 김 교수는 “다치하라는 임제종의 가풍은 물론 조동종의 가풍도 수용해 어우러지게 한다”고 주장했다.
연구소에는 김호성 교수를 비롯해 윤창화 민족사 대표, 신성현 동국대 불교학부 교수, 황인규 동국대 사범대 교수, 원영상 동국대 불교문화연구원 연구교수, 이연숙 고려대장경연구소 연구원, 이성운정우서적 대표 등이 연구위원으로 참여한다.
이날 논평자로는 손지연 단국대 일본학연구소 연구교수, 이성운 대표, 이연숙 연구원, 윤창화 대표가 나섰다.
김영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