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인재 양성에 힘 쏟겠다”

 

사람들은 손짓으로 언어를 표현[수화(手話)]하는 아름다움에 넋을 잃고 동경한다. 하지만 수화의 본질은 청각장애인과 대화하는데 있다. 그 본질을 지키면서 불교 색채를 덧입힌 것이 ‘불교수화’다. 아직은 낯설고 많이 보급되지도 않은 불교수화. 누가 알아주든, 그렇지 않든 20년째 불교수화를 개발·보급하기 위해 애쓰는 사람이 있다. 원심회 김장경(수화통역사·사진) 회장이다.

 

“(사)한국청각장애자복지회에서 수화를 처음 배웠습니다. 그때가 1988년 3월이었는데, ‘수화포교를 하겠다’는 생각까지는 품지 않았죠. 그런데 수화를 배우면 배울수록 ‘베풀어야겠다’는 서원이 생기고, 그해 11월 윤우중·박훈종 선생과 함께 ‘청각장애인과 더불어 깨달음을 추구하자’는 뜻을 모아 원심회를 창립하게 되었습니다. 그 후 20년간 앞만 보고 달려왔습니다.”
김 회장의 서원이 더해져 창립된 원심회는 지난 11월 13일로 창립 20주년을 맞았다. 덕신 스님이 회장으로 역임(1988년부터 2005년까지)한 시절에는 원심회의 손과 발을 자처했고, 2006년 회장을 맡고서는 첨병 역할을 톡톡히 해온 김 회장은 “불교계 대표적인 수화 포교단체로 자리매김해 뿌듯하지만, 20주년이라는 기쁨보다 새로운 도약을 준비해야 하는 책임감이 더 크다.”고 소감을 밝혔다.
원심회는 지난 1988년 설립된 이래로 장애를 가진 법우들의 눈과 귀 역할을 하는데 매진해 왔다. 그 결과 불교수화 개발을 비롯해 찬불수화 DVD 제작·보급, 수화 교육생 양성, 법회(문) 통역 등 이제는 일반 행사까지 도맡고 있다. 이곳에서 수화 교육을 받은 사람만 1400여명, 이중 교육을 이수하고 수화통역사의 요건을 갖춘 사람은 100여명 안팎이다.
수화는 언어와 똑같다. 단어가 생기기도 사장(死藏)되기도 한다. 필요에 따라 외래어도 받아들인다. 따라서 청각장애인에게 불교에 대해 설명하려면 당연히 기존 수화에서 불교와 연관된 손짓을 만들어 보급해야 한다. ‘부처님’이라는 단어 하나를 만들어내는데도 여러 번의 시행착오 과정을 밟아야 했을 정도다.
김 회장은 “한글 이해력이 다소 낮은 청각장애인을 상대로 교리를 전하기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라며 “법회에서 수화를 통해 불법을 체득해 가는 얼굴을 대할 때가 가장 뿌듯한 순간.”이라고 밝혔다. 2006년 정부가 발간한 『표준수화사전』에 수록되어 있는 ‘불교수화 용어’는 20여개 남짓. 그 개수는 적지만, 하나같이 원심회의 노력으로 가능했다.
“부처님 법음을 듣고자 하는 청각장애인들에게 의지처가 돼 온 원심회이지만, 20년이 지난 지금 운영난에 빠져 있는 것도 사실.”이라는 김 회장은 “가장 시급한 문제는 바통을 이어갈 인재가 부족하다는 점.”이라며 “보통 전문적으로 수화를 표현해 내는 데만 10년 정도 걸리는데 불교도 공부해야 하기 때문에 인력을 키워내는 일은 만만치 않은 숙제.”라고 걱정했다.
예전에는 한 기수마다 40명이 넘는 사람들이 수화를 배우러 원심회에 가입했으나, 수화교육 58기를 맞은 지금은 광고를 내도 1~2명 가입할까 말까다. 후원회원도 이전에 비하면 4분의 1수준이다. 게다가 강사 층도 얇다. 더욱이 수화만 배우고 타 시설로 빠져나가는 교육생이 많다. 불교계에 이들을 포용할 만한 제도적 뒷받침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원심회에서 불교수화를 배운 수료생 중 4~5명만이 불교계에서 활동하고 있을 뿐, 대부분 생계를 위해 불교계와는 무관한 곳에서 일을 하고 있다.
“사람이 너무 없다 보니 몇 달 배운 사람이 강의에 나가야 할 지경까지 이르렀다.”며 한숨을 내쉰 김 회장은 “그러나 저를 포함해 수료생(수화통역사) 대부분‘원심회’라는 자부심을 잃지 않고 있다.”며 “수화통역사가 불교계에서 활동할 수 있는 터전이 우선 마련되고, 또 전국적으로 불교수화 교육단체가 많이 생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불교계에서 청각장애인을 돕고 있는 단체는 원심회를 비롯해  ‘광림사 연화복지학원’, ‘부산불교대학 수화봉사회’ 등 3곳에 불과하다. 따라서 서로 연계해 불교수화 현장의 한계를 뛰어넘는데, 힘을 모으고 또 불교수화통역사를 양성하는 데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게 김 회장의 희망이다. 또한 김 회장은 “스님들께서 수화를 배우시지 않는 게 가장 서운하죠. 스님들께서 청각장애인에 관심을 갖고 계셔야 장애인 포교가 수월하겠죠.”라고 덧붙였다.
‘원심회의 향후 20년’을 묻자 김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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