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일에는 시작과 끝이 있다. 어떤 시작이든지 순수함과 열정이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시작점 이후 펼쳐지는 목표까지의 노정은 순탄치도 않거니와 아무나 완주의 영광을 누릴 수도 없다. ‘용두사미(龍頭蛇尾)’나 ‘작심삼일(作心三日)’ 같은 말들이 회자되는 것도 이 때문이리라.

“끝이 좋아야 모든 것이 좋다(All is well that ends well)”고 셰익스피어는 말했다. 시작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끝이다. 시작이 끝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끝점을 놓지 않아야 하기 때문이다. 시작이 있어야 끝이 있고 끝이 있어야 시작이 있듯이, 시작과 끝을 동등하게 중히 여기고 그 둘을 분명하게 해야 노력에 상응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 더욱이 끝은 끝으로 끝나지 않는다. 새로운 시작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학의 범주론에서 시작 대상인 동시에 끝 대상인 것을 ‘영 대상(zero object)’이라 하는 것처럼, 불교의 인과적 상속론에서는 현 찰나의 결과가 다음 찰나의 원인이 된다. 연속하는 마음의 활동에서 뒤의 생각은 앞의 생각을 계승하는 동시에 그 자신도 원인이 되어 다음 생각을 일으킨다. 등무간연(等無間緣)-증상과(增上果)의 관계가 그렇다.

《별역잡아함》8권을 보면 “추수(麁手)는 죽음에 이르러서 자신을 깊이 뉘우치고 스스로를 꾸짖어 계를 완전케 했기 때문에 수다원(須陀洹)을 얻었느니라.”는 경문이 있다. 목숨 끝나는 순간의 마음자세[命終心]에 따라 새로운 시작의 방향이 결정되는 것이다.

지금은 우리 사회가 한 해를 마무리하고 있는 시기이다. 초일념(初一念)과 유종지미(有終之美)란 말을 잊지 말고 진일보한 새로운 시작이 마련되길 기대해 본다.

법진 스님/본지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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