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양나라 무제(武帝)가 505년에 처음 시행했다고 알려진 수륙재는 간단히 ‘물과 뭍에서 떠도는 외로운 영혼을 위로하기 위한 제사의식’으로 정의된다. 하지만 엄격히 말해 수륙이란 말은 물과 땅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그것은 범부와 성인 모두를 아우르는 포괄적인 상징이다. 따라서 수륙재는 성인과 범부, 깨달은 자와 미혹한 중생, 성스러움과 속스러움, 죽은 자와 살아 있는 자 모두가 하나 되는, 차별 없이 평등하게 한자리에 모여 법식을 베푸는 재회라 할 수 있다.

최근 청매의례문화연구원장 미등 스님이 출간한《국행수륙대재》는 수륙재에 관한 최초의 본격 연구서로서의 위상에 맞게 이러한 포괄적 의미와 상징을 아우른다.
《국행수륙대재》는 수륙재의 의미와 역사를 비롯해 구체적인 법식과 장엄 등 수륙재의 모든 것에 대해 일목요연하게 정리한다. 또 이론적 설명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조선 개국 당시로 그 연원을 두고 있는 동해시 두타산 삼화사의 국행수륙대재 현장을 컬러 사진으로 생동감 있게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미등 스님은 “수륙재는 불교의례 가운데 영산재 못지않게 중요한 의미와 위치를 차지하는 의례임에도 그간 연구가 전무하다시피 했다. 수륙재 본래의 불교적 의미는 누락된 채 대규모 공연의 부속 프로그램화되거나 심한 경우 스스로 자신의 종교적 기반을 부정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래서 이 책은 수륙재의 소의경전은 어떤 것들이며 어떤 역사를 거쳐왔는지, 수륙재의 의례문으로는 어떤 것들이 있으며, 현재 어떻게 남아 있는지, 지금의 수륙재는 어떤 의미와 형식으로 전해지는지를 꼼꼼하게 정리하고 있다.

수륙재가 치러지는 규모와 형식은 상황과 조건에 따라 약간씩 달라질 수 있다. 그 가운데 현재 국내에서 가장 대규모로 지내는 수륙재는 강원도 동해시에 소재한 두타산 삼화사의 국행수륙대재이다. 삼화사 국행수륙대재는 《천지명양수륙재의찬요》라는 조선시대의 수륙의례문에 근거해서 3일 동안 치러진다.

《국행수륙대재》는 이러한 삼화사의 국행수륙대재 전과정인 준비의식, 본의식, 회향의식을 시간 순으로 따라가면서 상세하게 설명해준다. 각 의식의 의미와 상징, 설행 순서를 차례로 짚어가다 보면 수륙재의 내용과 형식 둘 다를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수륙재는 불교 의례인만큼 일정한 틀과 형식이 있다. 그러므로 시련의식, 대령의식, 괘불이운의식 등의 의식 절차 못지않게 사자단, 오로단, 상단, 중단, 하단 등의 단과 시련소, 관욕소 등의 의식 시설 역시 중요하다. 이 책에서는 각 단과 소의 의미와 구체적인 시설 방법, 진설의 내용 등을 자세히 설명하고, 단방과 방문, 번 등의 내용도 예시로 보여준다. 따라서 구전에만 의존하지 않고 의식이 내포하고 있는 상징과 의미를 이해하고 준비함으로써 내실 있는 의례가 될 수 있게 도와줄 것이다.

특히 이 책의 저자가 불교의례에 대한 학문적으로 접근한 전문연구자라는 점도 장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저자는 학문적 배경을 바탕으로 수륙재를 어떻게 지내느냐 하는 방법론에만주목하는 것이 아니라 외적으로 보이는 수륙재라는 의례의 내면에 어떤 상징과 의미 체계가 갖추어져 있느냐를 깊이 있게 고찰함으로써 수륙재를 보다 폭넓게 이해하도록 도와준다.

미등 스님/조계종출판사/2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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