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불교의 진면목을 집대성한 이능화(李能和)의 《조선불교통사》가 한글세대의 눈높이에 맞게 한글로 완역돼 출간됐다.

동국대 법산 스님을 연구책임자로 한 조선불교통사 역주사업단이 지난 2002년부터 8년에 걸쳐 완역 및 출간에 이른 《역주 조선불교통사》(전8권)는 한문으로 쓰인 원전을 93년 만에 최초로 우리말로 완전 번역한 것으로, 앞으로 한국불교 연구에 있어 자료 활용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조선불교통사》는 상현거사 이능화가 편찬 저술하고 육당 최남선이 교열한 한국불교 최초의 종합역사서이자 불교백과전서이며, 선사들의 저작물을 담고 있는 불교전집이다. 순도가 고구려에 불교를 전한 이래(372년) 이 책의 원고가 마무리되는 1916년까지 1천5백44년에 이르는 한국불교사를 총결집한 역사의 보고(寶庫)로, 일연의 《삼국유사》 이후 최고의 불교사 저술이라 할 수 있다. 또한 불교의 진수를 담고 있는 교리서이자 한국 전통사찰의 내력을 알 수 있는 사지이다.

또한 이 책은 일본이나 중국, 세계의 불교학자들이 한국불교 연구에 있어 필수적인 자료로 인식할 만큼 그 학술적 가치는 독보적이며, 문학과 철학 등 인문학 연구에서도 중요한 자료로 인용되고 있다. 특히 불교 관련 문헌과 금석문을 망라한 자료집으로서의 독보적인 위치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조선불교통사》는 그 방대한 분량과 난이도 때문에 지금까지 부분적인 번역서가 나오거나 연구논문에 일부 발췌 인용되긴 했으나 그 전체를 본격적으로 조망한 적이 없었다. 따라서 이번에 완역된 《역주 조선불교통사》전집의 출간으로 인해 불교학 발전의 일대 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 완역본의 간행위원장을 맡았던 법산 스님(동국대 교수)은 “완결판이지만 걱정스런 면도 없지 않다. 우리 능력으로는 최선을 다해 출간했다”며 “많은 이들이 이 책을 통해 한국불교연구에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앞으로 이 완역본을 바탕으로 학문적 발전과 미래 활용도에 관련한 세미나도 열렸으면 한다”고 밝혔다.

역주 전집 가운데 해제는 《조선불교통사》 상·중·하 3편의 구성에 대한 개요, 대략적 내용, 인용 및 참고 자료에 대한 개괄, 자료의 이용에 대한 기준, 사관에 대한 평가, 그간 연구에 미쳤던 학문적 영향, 현대의 연구 성과에 비춰진 재평가 등을 내용으로 해 독자들이 좀더 객관적인 시각으로 통사 전체를 접근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역주본은 구성상 번역문을 먼저 싣고 그 뒤에 바로 원문을 두어 바로 대조하면서 읽을 수 있도록 하였다. 원문의 오·탈자는 대조본과 다른 경우 원문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각주 처리하였다. 독자들의 이해와 연구에 반드시 필요한 내용에 대해 각 장별로 미주를 붙였으며, 주석 대상은 인명, 지명, 사명寺名, 출전, 책명, 용어, 자료 등으로 해 학술전 완성도를 높이고 있다.

또 그 동안 영인본으로만 접할 수 있었던 2책으로 된 원문 전체를 이번 역주 과정의 교감校勘 내용을 반영하여 한 권(제7권)으로 엮었다. 또한 학술적 효용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해 인명, 사찰명, 지명·산명, 책·금석문·문헌자료, 불교용어, 기타용어 등에 대해 별책으로 색인을 정리해서 엮었고, 이능화 연보와 관련연구자료 목록을 정리해서 수록했다.

역주전집의 편제는 상편(불화시처) 2책, 중편(삼보원류) 1책, 하편(이백품제) 3책, 원문 교감본 개정판 1책, 색인집 1책 등 총 8권의 책으로 구성되어 있다.

〈불화시처〉에서는 4세기 후반 불교가 삼국에 전래될 때부터 1916년 저술을 마칠 때까지를 통사적으로 서술하고 있다. 1천5백 년에 이르는 장구한 시간 동안 축적된 방대한 자료를 집성하고 한국불교사에 대한 편자 자신의 인식과 사관을 피력하고 있다. 여기 실린 고승의 비문과 사적기들은 일차 사료로서의 가치를 지니고 있으며, 당시 불교 관련 문헌과 금석문을 망라하고 있다.
〈삼보원류〉에서는 석가모니불의 본연本緣을 밝히고, 부처님 입멸 후 인도에서 이루어진 경·율·논 삼장의 불전 결집과 각 부파의 성립, 그리고 논사들의 활동상을 정리하고 있다. 또한 중국에서의 시대별 역경譯經 상황과 인도·중국 각 종파의 연원을 밝히면서 신라 및 고려 승려들과의 사법嗣法 관계 등도 논하고 있다. 그리고 조선 불교의 중심에 선종이 있으며, 특히 임제종이 주류를 이루고 있음도 밝히고 있다.
〈이백품제〉불교사상, 문화·예술, 인물, 사적 등 불교에 관한 다양한 관심사를 203개 항목의 이야기와 2편의 단편소설에 망라하고 있다. 편자는 이 책을 펴내게 된 궁극적인 목적이 불교사의 유통을 통한 불교의 홍통弘通에 있다고 하였다. 특히 「이백품제」에 가장 많은 지면을 할애한 이유는 조선 땅에서 불교와 관련된 사실들이 역사 속에 소외되고 먼지더미에 묻힌 현실을 안타깝게 여겨 이를 대중들에게 일깨우기 위해서였다.

동국대불교문화원 조선불교통사역주편찬위원회/동국대출판부/400,000원(8권 1질)

김영석 기자

저작권자 © 불교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