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도밭은 또 하나의 설법전입니다. 삶과 죽음은 본래 둘이 아니어서, 삶 속의 죽음을 바로 보아야 하고 죽음 속의 삶을 형형하게 알아차려야 함을 가르치는 법문이 울려 퍼지는 곳입니다. 부도밭에는 앞 시대를 살다간 수행자들의 생애가 있습니다”

20년 남짓 불교전문기자로 활동한 임연태 현대불교 논설위원이 식견과 감서이 어우러진 최초의 부도밭 기행 《감성으로 가느 부도밭 기행》을 출간했다.

강물처럼 면면히 흐르는 전등(傳燈)의 맥박 소리가 있고 송죽처럼 푸르게 살다가 구도자의 성성한 법향이 느껴지는 부도밭 28곳을 찾아 감상대로 풀어낸 글을 이 책은 담고 있다.

어느 정도 역사를 간직한 절에는 어김없이 있는 부도밭. 이 책은 28곳 부도밭에서 만난 역대 고승들의 부도탑과 탑비를 통해 사찰의 역사, 고승들의 행적, 부도탑의 조각수법 등을 저자 특유의 섬세한 감성과 단정한 문장으로 풀어내는데, 딱딱하고 재미없을 것 같은 부도탑 이야기가 말랑말랑하게 읽힌다.

저자는 부도가 방치된 사찰에서는 마음이 아프고 쓸쓸한 옛 절터에서는 어김없이 가슴이 먹먹했지만 그래도 장엄하고 웅장한 부도의 탑비를 어루만지는 순간은 행복했다고 말한다. 저자의 뛰어난 식견과 부드러운 감성이 어우러져 한껏 읽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이 책은 현대불교에 격주로 연재되고 있는 ‘감성으로 가는 부도밭 기행’ 기사의 2009녀부터 올해 초까지의 내용을 한 권으로 묶은 것으로, 책에 실린 글들은 발로 직접 부도탑을 찾아다니고 부도를 연구한 노력을 인정받아 대한불교조계종의 제17회 불교언론문화상 신문부문 최우수상의 영광을 안기도 했다.

먼저 깨달은 스승의 가르침이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인간세상의 꽃으로 필 수 있는 것은 맥박이 한순간도 흐트러지거나 멈추지 않고 뛰기 때문이다. 그것이 법맥이다. 이 책을 읽은 누구나 고즈넉한 부도밭에서 무성의 법어를 들을 수 있다면 좋겠다.

임연태/도서출판 클리어마인드/15,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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