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현대불교를 대표하는 선지식 금오당(金烏堂) 태전(太田) 스님의 법문집 《꽃이 지니 바람이 부네》가 열반 42년 만에 출간됐다.

금오 스님은 불국사·법주사·금산사·수덕사를 아우르는 덕숭 문중의 큰스님이자 1950년대 효봉, 동산, 청담 스님과 함께 불교정화운동을 이끌어 대한불교조계종이 성립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스님이다.

지난 1974년에 법어집 《금오집(金烏集)》을 출간한 바 있었으나 《금오집》은 당시의 열악한 출판환경과 번역하지 않은 한문 원문으로 구성돼 있어 그리 대중성을 띠지 못했다.

이에 재단법인 금오선수행연구원(이사장 월서 스님)이 지난 1년여 동안 이를 재번역하는 한편 당시 수록되지 않은 게송과 금오 스님의 생전 법문, 남긴 서신들, 그리고 스님의 사진들을 크게 보강해 이번에 출간했다.

《꽃이 지니 바람이 부네》는 선가(禪家)의 독특한 가풍이 서린 제목으로 금오 스님이 열반하고 나서 선풍(禪風)이 분다는 깊은 의미를 담고 있다. 이에 대해 월서 스님은 “‘꽃이 지니’는 40여 년 전 열반한 금오 스님을 가리키며, ‘바람이 부네’는 스님이 가신 뒤에 수행의 거센 바람이 일어난다는 의미다”고 설명했다.

월서 스님은 또 “지금의 조계종은 교육과 포교 측면에서 양적인 발전을 이뤘지만 아직 아쉬운 점은 부처님의 계율뿐만 아니라 승풍도 해이해져 간다는 것”이라며 “금오 스님의 범문집이 많이 알려져 큰스님의 계율사상과 정화사상이 젊은 스님들에게 많이 알려졌으면 한다”고 기대했다.

금오 스님은 불교정화운동의 주역이면서도 수행승 본연의 역할에도 끈을 늦추지 않은 것으로 유명하다. 스님은 참된 수행을 위해 때로는 걸인이 되기도 하고 수월 스님에게 배움을 청하기 위해 만주까지 가기도 했다. 정화운동 중에서도 정진에 들어가면 그 어떤 일이 일어나도 자리를 뜨지 않았다. 참선을 게을리 하는 제자들에게는 두들겨 패서라도 정진을 마치게 했다. 이와 같이 스님의 법은 매우 엄격했다.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앉으나 서나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항상 참선 준비를 하고 다녔던 선승이었다.

이런 스님을 기억하기에 월서 스님은 제자로서 큰스님의 승풍을 제대로 잇지 못한 것에 항상 죄송스럽게 생각한다. “스님께서는 저희들에게 똑바로 중노릇을 하라고 하셨습니다. 심지어 참선을 하지 않으면 매로 다스렸습니다. 그런 스님께서 열반하신 지 40여 년이 지나 청담, 동산, 효봉 스님에 비해 선문(禪文)의 법문조차 제대로 엮지 못해 마음이 매우 아팠습니다.”

《꽃이 지니 바람이 부네》는 총 네 부문으로 구성돼 있다. 1장에서는 스님 생전의 법문, 2장은 게송, 3장은 발원문·서장 등의 심축, 4장은 스님의 일화가 각각 실려 있다.

스님은 방생법문을 통해 비록 사람이라 하더라도 자성을 깨치지 못한다면 다시 고기가 될 수 있다며 수행의 끈을 놓지 말 것을 항상 당부했다.

“고기야, 고기야, 과거세의 어느 때에 나도 고기가 되었을텐데, 그때 너와 같은 고기의 뱃속에 들어가 고기알이 되어 태어났을 것이다. 오늘날 비록 사람이라 하더라도 만일 자성을 깨치지 못하고 죽는다면 역시 어느 뱃속엔들 아니든다고 어찌 장담하리오.…이러한 이치와 법문을 들어 깨닫는다면 사람이 되리라. 설사 고기로 여러 번 팔린다 하더라도 죽은 뒤에는 분명히 사람이 되리니, 아무쪼록 사람이 되거라”

또 금오 스님과 관련된 많은 일화들이 정리돼 있다. 금오 스님은 언제든지 틈이 나는 대로 납자의 의중을 찔러주고 주공(做工)을 격려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행각 중에 전월사(轉月舍)에서 있었던 일을 들어보면, 뜰 앞에 만공노사(滿空老師)가 ‘반야란’이라고 팻말을 붙인 화분이 있었다. 그 화분을 보고 선 납자에게 “그 꽃 이름이 무엇이요?”하고 스님이 묻자 납자는 일성으로 대갈을 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절반밖에 이르지 못하였다고 스님은 불러하여 납자를 어리둥절하게 하였는데, 옆에 계시던 만공노사는 스님을 보면서 빙그레 미소를 지으셨다.”

이 밖에도 《꽃이 지니 바람이 부네》 부록에는 금오 문중의 법보(法譜) 1,200여 명의 제자가 상세하게 기록돼 있어 한 눈에 그 흐름을 알 수 있다.

금오대선사 글/마음달/25,000원

김영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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