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보로 승격 예고된 ‘순천 송광사 영산회상도’. 문화재청 제공.
국보로 승격 예고된 ‘순천 송광사 영산회상도’. 문화재청 제공.

조선 후기 팔상도를 대표하는 ‘순천 송광사 영산회상도 및 팔상도’가 국보로 승격된다. 2003년 보물로 지정된 지 20년 만이다.

문화재청(청장 최응천)은 2월 27일 보도자료를 내 ‘순천 송광사 영산회상도 및 팔상도’를 국가지정문화유산 국보로 지정 예고한 사실을 알렸다.

‘순천 송광사 영산회상도 및 팔상도’는 화승 의겸(義謙) 등 스님이 《석씨원류응화사적(釋氏源流應化事蹟)》의 도상을 활용해 조선 영조 1년(1725)에 조성한 작품이다. 영산회상도와 팔상도를 한꺼번에 조성해 한 전각에 봉안한 사례로는 가장 이르다.

‘순천 송광사 영산회상도 및 팔상도’는 구성과 표현에서 예술적 가치가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영산회상도와 팔상도 각 폭의 필선, 색채가 통일된 점이나 팔상의 인물을 섬세하게 묘사한 점, 전각이나 소나무 등을 이용해 공간이나 시공간의 전환을 자연스럽게 처리한 점 등이 돋보인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조선 초기에는 《월인석보(月印釋譜)》 변상도를 차용한 팔상도가 조성되다가 후기에 접어들며 《석씨원류응화사적》에서 제시된 도상을 차용한 팔상도가 유행했는데, ‘순천 송광사 팔상도’는 조선 후기 팔상도를 대표하는 작품”이라며, “조선 후기 영산회상도의 다양성과 팔상도의 새로운 전형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밝혔다.

국보로 승격 예고된 ‘순천 송광사 팔상도’ 중 비람강생상. 문화재청 제공.
국보로 승격 예고된 ‘순천 송광사 팔상도’ 중 비람강생상. 문화재청 제공.

한편, 문화재청은 이날 17세기 전반 경기도와 충청도, 전라도 지역에서 활동한 주종장(鑄鍾匠) 정우(淨祐) 스님의 대표작인 ‘남원 대복사 동종’과 김홍도의 예술세계를 엿볼 수 있는 ‘김홍도 필 서원아집도(西園雅集圖) 병풍’을 국가지정문화유산 보물로 지정 예고했다.

‘남원 대복사 동종’은 몸체에 새긴 주종기로 정우 스님이 신원(信元) 스님 등 7명과 함께 조선 인조 13년(1635)에 조성한 범종으로 스님의 초기 작품이다. 원래 영원사에 봉안하기 위해 주성했는데, 절이 폐사된 뒤 대복사로 옮겨진 것으로 추정한다.

‘남원 대복사 동종’은 종의 어깨 부분을 장식한 입상연판문대(立狀蓮瓣文帶), 구름을 타고 내려오는 보살입상 등 고려시대 동종 양식을 계승하면서도, 종뉴를 외래 양식인 쌍룡으로 절충한 것이 특징이다. 또 인물을 연화하생(蓮花下生)하는 것처럼 연출해 입상연판문대에 표현한 점이나 불법 홍포, 국가 융성을 기원하는 원패를 종신에 새긴 점 등 주종장 정우 스님만의 개성이 묻어나는 작품이다.

문화재청은 “정우, 신원 스님의 작품 양식과 활동 과정을 살필 수 있고, 주종기로 제작 연대, 봉안 지역과 사찰, 시주자와 시주 물품, 제작 장인 등 종의 내력을 분명히 확인할 수 있어 학술자료로서 가치가 크다”고 밝혔다.

보물로 지정 예고된 ‘남원 대복사 동종’. 문화재청 제공.
보물로 지정 예고된 ‘남원 대복사 동종’. 문화재청 제공.

‘김홍도 필 서원아집도 병풍’은 김홍도가 조선 정조 2년(1778)에 그린 작품이다. 북송 영종의 부마 왕선이 소식, 이공린, 미불 등 여러 문인과 함께 문예활동을 한 ‘서원아집’을 주제로 한 작품이다. 서원(西園)은 왕선의 집이다.

이 작품은 명대 구영(仇英)의 작품에서 도상을 차용했지만, 길상의 의미를 지닌 사슴과 학을 그려 넣는 등 조선화된 서원아집도라 할 수 있다. 문화재청은 “조선 후기에 성행한 아회(雅會) 문화를 대표하는 작품이라는 점, 김홍도의 34세 때 화풍을 살필 수 있는 기년작(紀年作)이라는 점, 중국 화풍을 조선화해 발전시킨 작품이라는 점에서 회화사에서 가치가 크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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