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철 스님은 스스로를 ‘수도승(首都僧)’이라 말한다. 서울에서 승려 노릇하는 자신을 빗댄 말이지만, 스스로 산중을 떠나 도시에서 행정승으로 활동하는 승려 ‘원철’의 현실을 드러낸다. 하지만 수도승 원철 스님은 ‘문사수(文史秀)’ 이다. 우리시대를 대표하는 글 잘 쓰는 스님으로 자리 잡았다. 참 글을 쓰는 능력이 남다르다. 스님의 글은 인문학에 기반한 대중적 언어로 불교적 가치를 담는다.

원철 스님이 또 이 같은 문사수 능력을 펼쳐 보인다. ‘경전 보기’에 능한 스님이 이번엔 눈과 손을 ‘건축 읽기’에 집중한 《절집을 물고 고기 떠있네》를 써냈다.
원철 스님이 ‘건축’에 관심 둔 것은 취미로 삼은 탓이다. 절집에 와서 제대로 한 것이라고는 ‘경전 보기’와 ‘글쓰기’밖에 없다고 고백하는 스님이 선택한 취미치고는 색깔있다. 스님이 말하는 정확한 취미는 ‘건축책 읽기’지만 읽은 책을 해독해 자신의 언어로 가꾸는 능력으로 보면 ‘건축 읽기’가 제대로 된 취미라고 하겠다. 스님은 “한옥, 양옥, 퓨전 집을 가리지 않았고 종교건물, 살림집, 공공건물, 사무실, 빌딩 등 분야의 차별을 두지 않았다”고 취미 생활을 소개한다. 그런 탓일까 원철 스님이 최근 써낸 《절집을 물고 고기 떠있네》는 누구도 흉내내기 어려운 탁월한 언어로 공간을 읽고 그 구조를 이야기 한다. 공간과 구조에는 각종 건축물들의 깊이가 담겼고, 그 대상은 절집에서 한옥, 현대식 건물, 서양 건축물까지 범위의 제한을 두지 않는다. 프랑스 라 투레트 수도원, 유럽의 묘지, 일본 사찰과 신사, 청암사 극락전 요사채, 법천사 지광국사 현묘탑, 인왕상 선바위와 국사당, 강릉 선교장 등등. 건축과 건물축의 구조, 건축물이 들어선 공간인 도시를 꼼꼼한 깊이로 읽어낸다.

▲ 일본 교토 금각사

원철 스님은 몇 해 전 절말 큰 집이 될 뻔한 ‘해인사 신행·문화 도량’ 일을 거들며 이 땅의 건축대가들과 문화인들을 만나 건축 안목을 더 높였다. 덕분에 유럽과 일본의 ‘명작 건축’도 보러 다니는 호사를 누렸단다. ‘건축’이 취미였던 스스로의 안목이 좀 더 넓어지는 시간을 겪고, 스님은 그 경험을 풀어 ‘우리 시대의 건축읽기’에 도전했다. 스님은 “전통 성당 형식을 원용한 현대적 수도원을 창조한 프랑스 르 코르뷔지에의 작품과 노출 콘크리트 건축의 원조인 일본의 안도 다다오의 걸작 ‘물의 사원’을 보면서 단순한 복원뿐만 아니라 시대를 함께 호흡하며 신구의 전이 과정을 거친 창조적 건축물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되었다”고 ‘명작 건축’을 본 소회를 드러낸다.

▲ 순천 선암사 해우소.

《절집을 물고 물고기 떠있네》는 왕가의 명당에서 폐사지까지 건축의 아름다움과 그 속에 담긴 지혜를 삶과 불교적 안목으로 풀어낸다. 각각의 건축물이 갖는 의미를 드러내고, 그 의미를 풀며 사람 사는 이야기와 그곳에서 산 사람의 삶도 풀어낸다. 원철 스님은 스스로 이 책을 아마추어의 어설픈 책이라고 하지만, 전문 건축가들은 하지 않는 이야기를 풀어낸다. 스님 특유의 재치와 세상을 보는 눈이 이채롭다.

해제를 맞아 이스탄불로 만행을 다녀온 납자가 도반에게 자랑삼아 선 도리를 묻는다.

“자네는 이스탄 불(佛)이 어떤 부처님인지 아는가?”

“이스탄 불? 그래 하긴 나도 왕년에 영어 좀 했지. 이스턴, 즉 동쪽의 붓다이니 동방유리광 세계에 있는 부처님이라 할 수 있지” <선종적 안목으로 보면 ‘중도도시’-이스탄불 중에서〉

▲ 원철 스님

원철 스님은 “선의 안목을 가지고 ‘세계의 가장 중도(중도)적인 도시’를 꼽으라면 ‘이스탄불’이라고 답해야 할 것 같다”고 말한다. 스님은 “이스탄불은 아시아의 끝이요, 유럽의 시작인 동시에 유럽의 끝이며, 아시아의 시작이니 철도마저도 중도적이다. 이래저래 아시아의 불이(不二)의 경지를 보여주는 곳이 이스탄불”이라며 “너무 아전인수적인 해석이라 이스탄불 사람들이 들으면 뒤로 자빠질지 모르겠다”고 적었다.

<근심을 풀다-해우소> 에서는 절집의 오랜 관습인 ‘측신(廁神)’을 달래야 뒤탈이 없다는 이야기를 전하며, 생명 존중을 말한다. 《절집을 물고 고기 떠있네》는 분명히 ‘건축 읽기’이다. 하지만 곳곳의 건축에 역사가 있고, 문학이 있고, 사람이 있고, 이야기가 있다. 물론 ‘건축 읽기’의 분명한 경계는 불교적 안목으로 읽는 건축이다.

원철 스님/웅진씽크빅단행본개발본부 ‘뜰’/18,000원

서현욱 기자/사진제공=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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