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암다실(草庵茶室)은 작고 소박한 다실을 뜻한다. 면적이 다다미 4장 반, 그러니까 2평에 불과하다. 일본에서 다실이라 말하면 흔히 이 초암다실을 일컫는다.

초암다실의 형식은 일본의 다성(茶聖)이라 불리는 센노리큐(千利休)가 완성했다. 그는 “집은 비가 새지 않을 정도면 족하다”며, 다실의 천장과 벽은 물론 다실 내 특별한 공간의 너비와 깊이까지 치수를 까다롭게 따졌다. 가장 좁고 작은 다실에 가장 넓고 큰 세계가 있고, 작고 좁은 공간에서도 자유로움을 얻을 수 있다는 초암차(草庵茶)의 정신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다.

초암다실은 차(茶)와 선(禪)은 하나라는 ‘다선일여(茶禪一如)’의 공간이기도 하다. 그것은 초암다실을 이루는 구조에 대한 일본인의 인식에서도 잘 드러난다.

초암다실은 △무(無)의 관문을 상징하는 낮은 출입구 ‘니지리구치(にじり口, 躙口)’ △고요한 깨달음의 세계를 상징하는 다실의 정원 ‘로지(露地)’ △일심득도(一心得道)와 평상심시도(平常心是道)를 나타내는 ‘징검돌’ △인간의 감각기관 안이비설신의(眼耳鼻舌身意)를 상징하는 다실의 ‘육창(六窓)’ △불당이 원형인 ‘도코노마(床の間)’ △마음으로 체득하는 미를 발견하게 한 묵적(墨跡)과 묵화(墨畵) ‘족자’ △마음으로 볼 수 있는 일심득도의 대상 ‘꽃’ △마음의 수련 대상이 되는 ‘물〔水〕’로 구성된다.

이 책의 지은이는 일본의 선학자(禪學者)이자 불교학자인 후루타 쇼킨(古田紹欽)이다. 지은이는 이 책에서 ‘다선일여’의 관점에서 ‘초암다실’이라는 작고 소박한 공간을 미학적으로 접근해 공간 그 자체가 궁극적으로 선의 세계이며 불법 수행의 도량임을 설파한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선의 세계를 형이상학적 접근이 아닌, 초암다실이라는 실재하는 공간에 대한 구조적 접근을 통해 명료하게 밝혔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현옥 옮김 | 민족사 펴냄 | 256쪽 | 2만 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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