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 나전국화넝쿨무늬상자. 문화재청 제공.
고려 나전국화넝쿨무늬상자. 문화재청 제공.

“나전 솜씨는 세밀하여 귀하다고 할 만하다〔螺鈿之工 細密可貴〕”.

인종 원년(1123) 고려에 다녀간 북송의 사신 서긍은 자신이 보고 듣고 느낀 것을 담아 일종의 견문록인 《선화봉사고려도경(宣和奉使高麗圖經)》을 지었다. 그 중엔 고려 나전칠기에 대한 언급이 있는데, 나전 기술을 극찬한 위 내용이 그것이다.

고려 나전은 전 세계적으로 20여 점만 전하고 있을 정도로 희귀한데, 지난 7월 그 중 한 점이 세상에 몸을 드러냈다. 고려 ‘나전국화넝쿨무늬상자’가 그것이다.

국립고궁박물관(관자 직무대리 노명구)은 다음달 7일까지 관내 기획전시실에서 ‘세밀가귀(細密可貴)의 방 - 나전국화넝쿨무늬상자’ 특별전을 개최한다.

이번에 처음으로 일반에 공개되는 ‘나전국화넝쿨무늬상자’는 뚜껑이 분리되는 형태로, 크기가 18.5×33.0×19.4cm에 불과하다. 현재 남아있는 고려 나전칠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경함류(經函類)보다 작다.

고려 나전국화넝쿨무늬상자 측면 X선 사진. 문화재청 제공.
고려 나전국화넝쿨무늬상자 측면 X선 사진. 문화재청 제공.

‘나전국화넝쿨무늬상자’는 나무로 만든 틀에 모시나 베 같은 직물을 부착하고 자개를 장식하는, 전형적인 고려 나전칠기 제작방식인 ‘목심저피법(木心紵皮法)’으로 만들어졌다.

자개와 금속선을 사용해 상자 전체에 국화넝쿨무늬를, 뚜껑 윗면 가장자리에 모란넝쿨무늬를 빈틈없이 반복적으로 배치했다. 각 면 테두리에도 작은 구슬무늬를 촘촘하게 돌렸다. 작게 오려낸 자개 조각에 음각선으로 세부를 정교하게 표현했고, 넝쿨무늬는 금속선을 사용해 만들어 넣었다.

이번 특별전에서는 ‘나전국화넝쿨무늬상자’를 여러 각도에서 촬영한 3차원 전자화(3D 스캔) 자료와 과학적 조사 결과를 실물과 함께 공개한다. 특히 유물을 정밀하게 분석하기 위해 촬영한 X선 사진을 전시해 제작기법인 ‘목심저피법’을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박물관은 다음달 초 ‘고려 나전공예의 우수성’에 대해 최응천 문화재청장이 일반인을 대상으로 이야기하는 특별강연도 개최할 예정이다.

박물관 관계자는 “이번 특별전을 통해 수준 높은 고려 나전 공예품의 아름다움을 국민들이 직접 감상하고, 환수 문화유산에 대한 관심을 가지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세밀가귀(細密可貴)의 방 - 나전국화넝쿨무늬상자’ 특별전 포스터. 문화재청 제공.
‘세밀가귀(細密可貴)의 방 - 나전국화넝쿨무늬상자’ 특별전 포스터. 문화재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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