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물 깊숙한 곳의 물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단 한 바가지의 물이 필요하다. 한 바가지의 물이 ‘마중물’이다. 아무리 좋은 물이 땅 속에 가득하다해도, 마중물이 없다면 퍼 올릴 수 없다. 사람은 누구나 그만의 잠재력이 있다. 인간의 내면에 웅크리고 있는 양질의 잠재력을 끌어올리는 ‘마중물’이 바로 ‘코칭(Coaching)’이다.

코치 허달의 사통팔달 《마중물의 힘》은 사람을 관찰해 장점은 더 강하게, 약점은 보완해서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하도록 돕는 코칭 입문서이다. 코칭은 운동선수를 훈련하는 사람들의 일을 지칭하지만, 이 의미는 1980년대 초 재무플래너인 토마스 레오나드에 의해 보다 넓은 의미로 확장됐다. 그는 도시 근교에 살며 경제적으로 여유롭던 젊은 신흥부유층을 대상으로 세금, 투자 등등의 컨설팅을 하면서 부족함이 없는 이들도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다. 이후 레오나드는 1994년에 국제코치연맹과 국제코치협회를 설립해 ‘코칭’을 세계에 보급하고 알렸다.

《마중물의 힘》을 쓴 허달 역시 코칭 교육을 받은 코치이다. 허달은 코칭이 부처님의 가르침과 맞닿아 있다고 말한다. 지식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속의 ‘어떤 것’을 끄집어내는 과정과 이 과정을 이끌어가는 것이 코칭이자, 부처님의 대기설법과 같다는 것이다.

허달은 코칭은 멘토링과는 다르다고 말한다. 멘토링은 상대방에게 경험과 지식을 나누어 주는 것을 수반하지만 코칭은 내가 가진 것을 나누어주고 가르쳐 주는 것이 아니다. 상대의 존재에게 다가가 그가 가지고 있는 존재감을 끌어내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해법을 주기 보다는 해법을 찾는 힘을 끌어내 주는 게 코치의 역할이다. 마치 부처님이 중생 개개인이 가지고 있는 불성을 깨닫도록 유도하는 것처럼 말이다. 허달은 기업에서 임원의 역할이 코치인데 임원들은 직원들이 능력을 더 잘 쓰도록 이끌어 내는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래서 코칭은 ‘패러다임’의 변화를 이끌어 내는 과정이라고 허달은 강조한다.

허달이 명명한 코칭의 궁극적 장점은 ‘마중물의 힘’과 같다. 한 바가지의 물이 지하수를 끌어 올리는 것처럼 코칭 역시 인간 내면의 잠재력을 일깨우고 이를 실현토록 자극 주는 것이란 게다. 이때 마중물이 무조건 깨끗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지하수가 깨끗하고 땅 속 깊은 곳에 물이 있다면 조금 더러운 마중물을 부어도 지하수는 올라온다. 마찬가지로 코칭을 받는 사람의 마음이 열려 있다면 코치의 자질이 다소 부족해도 어느 정도의 잠재력은 일깨울 수 잇다는 게 허달의 설명이다. 따라서 코치는 스스로 부족해도 잘 ‘경청’해야 한다. 또 인정하고 칭찬하며, 열린 사고로 묻고 들어야 한다.

특히 코칭은 미래지향적이다. 그동안 쌓아온 ‘업’에 꺼두르지 않고, 스스로에 대한 긍정적 인식을 통해 밝은 미래를 추구하고 이를 확장함으로써 과거의 트라우마는 사소한 것으로 만들고 오히려 자신의 자산으로 바꿀 수 있도록 도와주는 프로세스를 시행하는 것이 코치의 역할이다. 과거에 얽매여 ‘어떤 일’을 결정하고 실행하기 보다는 미래지향적 관점을 확장하라는 게 허달의 주문이다. 코칭은 리더쉽과는 또 다른 차이가 있다. 리더쉽은 ‘자신의 문제’가 크지만, 코칭은 사람과의 관계가 더 중요하다.

우리에게 생소하지만 ‘멘토링’나 ‘리더쉽 트레이닝’ 같은 것처럼 ‘코칭’ 역시 하나의 자기개발 프로그램으로 요즘 각광받고 있다. 멘토링이 지지와 발판을 마련해 준다면 코칭은 상대의 사고를 제약하지 않는다. 또 코치와 멘토 역시 차이가 있다. 멘토는 자신의 그것을 드러내지만, 코치는 자신을 배제한다. 또 멘토와 멘티는 수직적 관계를 형성하지만, 코칭은 수평적 파트너쉽으로 인위적 개입을 배제한다. 코칭은 상대방의 존재에 다가가며, 존재와 접촉한다. 그러기에 경청이나 질문에 앞서 연민으로 보는 간절한 마음이 기본이 된다.

《마중물의 힘》은 불교적 코칭 기법의 입문서이다. 많은 경전의 일화와 지은이의 경험이 만나 유머러스하면서도 치밀하게 코칭의 과제와 목표, ‘이끔’이라는 코칭의 근원적 목표에 다가선다. 허달은 이렇게 코칭과 부처님의 가르침을 이해한다.

“동화사에서 강백(講伯) 스님들을 모시고 ‘리더십’ 소개를 하고 난 2006년의 가을이었다. 저녁 공양 시간에 앞에 앉아 공양을 마치신 스님과 포교의 어려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가 불교를 가르치는데 불교라는 이름을 떼버리는 것이 훨씬 효과적일 것 같다는 말씀을 나누게 됐다. 세상만사 그저 그러함이 착(着)을 떠나면 바로 불법이니, 부처 떼어버리고 가르침만 보여주는 것도 모든 중생에 대한 설법으로 효과적이지 않겠느냐는 말씀으로 들었다.
코칭 역시 그러하다. 상대가 누구든지 그를 배려하고 경청하며, 그가 스스로 깨닫도록 하는 질문을 그의 언어로 고안해 물어주고, 그를 위하는 간절한 마음으로 인정·칭찬해 용기를 북돋으며, 대로 그의 고착된 사고에 도전해 기왓장 갈아 거울 만들려는 우를 범하지 않도록 시야와 시각을 바꾸어 주는 코칭적 삶의 방식을 일상으로 삼게 된다면 굳이 코칭이란 이름을 빌어 번거로움을 자청할 필요가 없이도 시너지를 이루는 상의성(相依性)의 세계가 펼쳐지게 될 것이다.”

지은이 허달은 ‘넷츠고 불교동호회’에서 활동하며, 월폴라 라훌라의 붓다토크를 번역해 1년여 동안 연재한 불자이다. 법명은 정천(淨泉). 35년간 SK에너지에서 근무한 석유화학 1세대이다. 은퇴후 SK아카데미에서 리더쉽교육을 진행했고, 2006년부터 조계종 중앙신도회 불교인재원 지도위원으로 활동했다. ‘불교와 경영학의 리더쉽’ ‘불교와 코칭’ 등을 집필하며 강연도 나선다. 허달은 부처님은 중생의 위대한 코치였다고 강조한다. ‘내가 그대들에게 가르침을 준 적 있느냐’고 묻는 부처님의 가르침이 바로 ‘최고의 코칭’이라는 것이다.
허달/여시아문/10,000원

서현욱 기자
저작권자 © 불교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