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김성철 동국대학교 와이즈캠퍼스 명예교수.
고 김성철 동국대학교 와이즈캠퍼스 명예교수.

우리 불교학계의 대표적인 중관학자인 김성철 동국대학교 와이즈캠퍼스 명예교수가 11월 23일 별세했다. 향년 67세.

고인의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 23호에 마련됐다. 발인은 26일 오전 10시, 장지는 서울추모공원이다.

고인의 법명은 도남(圖南)이다. 1957년 11월 서울에서 태어난 고인은 어린 시절 선친 김종서 서울대 교수가 모시고 온 탄허 스님과의 만남을 계기로 불교와 인연을 맺었다. 고인은 치과의사가 되면 시간이 여유로워 마음껏 불교공부를 할 수 있다는 가족의 권유로 서울대학교 치과대학에 들어갔다.

개원의로 살아가던 고인은 운허 스님이 우리말로 옮긴 《능엄경》을 읽다가 “여래의 지견을 얻으면 생사의 미혹에서 벗어난다”는 구절을 읽고 불교학자로서의 삶을 서원했다. 1987년 동국대학교 대학원에 진학해 1989년 <나가르주나의 운동부정론>으로 석사학위를, 1997년 <용수의 중관논리의 기원>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동국대학교 와이즈캠퍼스 불교학부와 명상심리상담학과 교수, 와이즈캠퍼스 불교문화대학장, 불교사회문화연구원장, 티벳연구소장, (사)한국불교학회 회장, 계간 《불교평론》 편집위원장 등을 지냈다.

고인은 중관학 연구에 큰 업적을 남겼다. 《중론》, 《회쟁론》, 《백론·십이문론》 등을 상세한 주석을 달아 우리말로 옮겼다. 불교논리학에도 관심을 기울여 원효 스님의 《판비량론》을 번역·분석한 《원효의 판비량론 기초연구》를 저술하기도 했다.

이런 성과로 1996년 ‘가산학술상’, 2004년 ‘불이상’, 2007년 ‘올해의 논문상’, 2012년 ‘청송학술상’, 2020년 ‘반야학술상’, 2021년 ‘탄허학술상’ 등을 수상했다.

고인은 《원효의 판비량론 기초 연구》, 《중론, 논리로부터의 해탈 논리에 의한 해탈》, 《희쟁론 범문·장문 문법 해설집》, 《중론》, 《불교의 중심철학》, 《회쟁론》, 《백론·십이문론》 등 20여 권의 저서와 역서, 80여 편의 논문을 남겼다. 이중 《원효의 판비량론 기초 연구》 등 3권은 대한민국학술원 우수학술도서로 선정됐으며, 《승랑 - 그 생애와 사상의 분석적 탐구》는 한국연구재단이 선정한 10년을 대표하는 성과로 뽑히기도 했다.

고인은 불교를 신앙으로서 연구할 필요성도 역설했다. “현대불교학은 지나치게 분석적이고 믿음을 제거해서 학문을 위한 불교가 됐다. 불교를 종교가 아닌 철학 정도로 생각하면 진수를 못 본다.”고 여긴 고인은 《보리도차제론》을 현실에 맞게 응용한 체계불학을 주창하기도 했다.

고인은 교학에만 머물지 않고 불교계 현실에도 관심을 기울였고, 명상기계 ‘사띠미터(Sati-Meter)’를 개발하기도 했다.

02)3010-2000(장례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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