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인권위원회(위원장 진관·도관 스님)는 9일 ‘세계 사형폐지의 날’을 맞아 ‘당신은 이름이 다른 나입니다’란 제목의 성명을 발표했다.

불교인권위는 성명에서 “붓다의 불살생 선언은 우주 실상의 통찰에서 비롯됐다”며, “사형 폐지는 중생의 무지에서 벗어나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석가모니는 우주는 연기(緣起)를 거듭하며 불이(不二)로서 하나를 이루는 사실을 일깨웠는데, 연기에서 보면 자(自)와 타(他)는 어느 한쪽으로만 결코 성립되지 않는데도 어리석은 중생은 상대, 적, 원수 등을 만들어 서로 죽고 죽임의 역사를 반복하고 있다는 것이다.

불교인권위는 이어 “생명 존중은 우주를 통찰한 불교가 앞장서야 한다”며, “사형은 국가가 저지르는 사법살인이다. 불자는 ‘당신’은 이름이 다른 ‘나’라는 자각으로 수행의 재발심으로 사형 폐지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불교인권위는 끝으로 △사형 폐지 △불살생 운동에 불자들이 적극 나설 것 △생명의 존엄과 인권을 정치적 목적에 사용하지 말 것을 촉구했다.

다음은 성명 전문.

‘당신’은 이름이 다른 ‘나’입니다

붓다의 불살생(不殺生)선언은 우주실상의 통찰에서 비롯되었다.

석가모니께서는 우주의 존재방식인 ‘나’와 ‘대상’의 관계를 밝히셨다. 우주는 연기(緣起)를 거듭하며 불이(不二)로서 하나를 이룬다는 사실을 일깨워 주신 것이다. 이는 산천초목에서 미물, 그리고 인간에 이르기까지 일체존재는 차별 없는 동일한 값을 지니며 존재 그 자체로서 존엄하다는 사실이다.

사형폐지는 중생의 무지에서 벗어나는 일이다.

우주존재방식인 연기에서 보면 자(自)와 타(他)는 동시적 존재로서 “어느 한쪽만으로는 결코 성립되지 않는다” 이와 같은 엄연한 사실에도 불구하고 어리석은 중생은 상대, 적, 원수 등을 만들어 서로 죽고 죽임의 역사를 반복하고 있다. 이것은 무아(無我)의 불교를 제외한 유아(有我)의 입장에서 행해지는 일체학문과 인간행위, 유신(有神)을 신봉하는 모든 종교들의 어리석음에 기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생명존중은 우주를 통찰한 불교가 앞장서야 한다.

사형은 국가가 저지르는 사법살인이다. 전 세계 모든 국가가 사형을 폐지한다하여 생명의 존엄과 인간생명이 보장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경전의 일점일획을 무조건 믿음의 대상으로 신봉하는 종교는 스스로를 국가의 상위개념으로 규정한다. 따라서 종교 경전에 명시되어 있는 ‘배타적 폭력과 살인의 명령’이 사라지지 않는 한 ‘종교적 살인’은 언제든지 부활될 수 있기 때문이다. 비근한 예로 종교 갈등을 원인으로 하는 이스라엘과 주변국들의 전쟁이 끝나지듯이... 이제 인류는 세계화 된 종교 중에서 유일하게 살인과 살생의 명령을 내리지 않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따라야 한다.

‘세계 사형폐지의 날’ 21주년 불교는 반성! 각성! 해야 한다.

불자는 불살생을 수행의 첫 번째 덕목으로 하여, 일체는 나와 같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다르지도 않다는 불일불이(不一不二)의 실천, 즉 ‘당신’은 이름이 다른 ‘나’라는 자각으로 보살행을 완성한다. 그동안 이천만 불자들은 불살생을 말하면서도 정작 사형폐지와 같은 사회적 문제에 무관심해 왔음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따라서 ‘세계 사형폐지의 날’ 21주년을 맞아 사부대중은 수행의 재발심으로 사형폐지에 적극 나서야 한다.

부처님의 전생담에는 다음과 같은 가르침이 수 없이 설해지고 있음을 명심하고 반드시 실천해야 한다.

어느 날 보살(석가모니의 전생)이 숲을 산책하고 있었다. 이때 갓 새끼를 낳은 암호랑이가 너무 지치고 힘든 나머지 새끼를 잡아먹으려 했다. 보살은 마음의 아픔을 느끼고 어미와 새끼를 살리고자 자신의 몸을 주기로 다짐했다. 하지만 그냥 몸을 던질 경우 암호랑이가 살생을 하는 것이 염려되어 스스로 절벽위에 올라가 호랑이의 입으로 떨어져 신체를 내어 주었다. 이 같은 가르침을 신수봉행(信受奉行)하는 불자들이 사형폐지에 나서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결단코 지켜야할 의무임을 깊이 새겨야 한다.

불교인권위원회는 ‘세계사형폐지’의 날을 맞아 다음과 같이 촉구한다.

첫째 : 사형을 폐지하라!

첫째 : 불자들은 생명존중의 불살생운동에 적극 나서라!

첫째 : 생명의 존엄과 인권을 정치적 목적에 사용하지 말라!

2567년 10월 9일
불교인권위원회 공동대표 : 진관·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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