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 수렴동계곡. 백담사에서 오세암으로 가려면 이곳을 거쳐야 한다. 사진 이창윤.
설악산 수렴동계곡. 백담사에서 오세암으로 가려면 이곳을 거쳐야 한다. 사진 이창윤.

7951). 이 모든 중생은 마음에 싫어함이 없이 늘 남의 재물을 구하여 나쁜 업으로 살아가니〔邪命自活〕2) 내가 마땅히 저 중생으로 하여금 청정한 신·구·의(身·口·意) 3업(業)의 정명3)법(正命法) 가운데 머물게 하리라. -《화엄경(華嚴經)》4)

796. 범부(凡夫)는 오욕(五欲)에 속박되어 몸과 마음을 마왕5) 파순6)이 자유롭게 가져가게 되니 저 사냥꾼이 원숭이를 잡아 둘러메고 집으로 돌아가는 것과 같으니라. -《열반경(涅槃經)》

797. 애욕에 빠진 사람은 횃불을 들고 바람을 거슬러 가는 것과 같아서 반드시 손을 태우는 우환이 있는 것과 같으니라. -《사십이장경(四十二章經)》

798. 오욕에 탐착하여 방일(放逸)7)한 중생이 있으면 그 중생을 위하여 깨끗하지 않은 대상〔不淨의 境界〕을 나타내 보이는 것이다. 무엇 때문인가? 저 중생은 어리석고 미혹(迷惑)한 까닭에 모든 여색(女色)에 그 마음을 취하게 하는 것〔昏醉〕이, 마치 흰옷이 때가 타기 더 쉬운 것과 같다. 욕망〔欲〕8)에 빠지는 것은 똥 가운데의 벌레가 똥에 집착함과 같으며, 범죄인이 각종의 굴레〔繫縛〕9)에 속박되는 것과 같으며, 눈먼 이〔瞽〕가 눈먼 이〔盲〕를 인도하여 함께 깊은 구덩이에 빠지는 것과 같아서 선근(善根)을 손상시키고 모든 법보(法寶)를 상실하게 하고 계향(戒香)10)을 떠나게 하며 혜명(慧命)11)을 일찍 죽게 하니 중생은 어리석은 까닭에 욕망으로 눈먼 이가 되고 욕망의 심부름꾼이 되고 욕망으로 길을 잃게 되며 욕망의 종〔僮僕〕이 되느니라. -《화엄경(華嚴經)》

799. 부처님이 말씀하시었다. “세상 사람들이 심히 악한 것과 지극한 고통 속에서 부지런히 노력하여 살아가는 것이 귀천, 빈부, 남녀노소 모두 재물 걱정으로 염려(念慮)가 가득하여 마음에 쫓기게 되니 쉴 때가 없는 것이다. 밭이 있으면 밭 때문에 걱정하고, 집이 있으면 집 때문에 걱정하고, 소·말 등 여섯 가지 가축12)과 노비와 옷과 음식과 생활 집기들이 모두 걱정거리이다. 존귀하고 부유한 자는 이런 근심이 이미 있어 마음에 맺혀 유유자적(悠悠自適)하지 못하고, 빈궁하고 열등한 이는 늘 가난과 궁핍에 시달리는데 밭이 없다고 또한 걱정하여 밭을 갖고자 하고 집이 없다고 또한 걱정하여 집을 갖고자 하며 소·말 등 여섯 가지 가축과 노비와 생활 집기에 대해 걱정하지 않을 때가 없이 모두 가지고자 한다. 하나를 갖췄다 싶으면 또 하나가 빠지고 이 일이 되었다 싶으면 또 다른 일이 빠져 허덕거리는 것이 이와 같아 휴식할 새가 없으니 도덕에 이르지 못하고 분노에 빠져 헤매며 재화와 여색을 한이 든 듯 탐한다. 이에 머무르니 도를 얻지 못하고 고취(苦趣)13)에 들어가면 그 가운데 전전하여 비록 수천억겁이라도 나올 기약이 없으니 참으로 가엾은 일이다. 이제 너희들에게 말하느니 세간의 일에 그 착한 것을 선택하여 부지런히 그것을 행하고 애욕과 영화는 영원히 가질 수 없으니 모두 마땅히 버려야 할 것이지 즐거워할 것이 아니다. 부처님이 세상에 있을 때를 놓치지 말고 부지런히 정진하여 극락세계에 태어나기를 원할지니라. -《대아미타경(大阿彌陀經)》

800. 탐욕은 모든 괴로움의 근본이고 6바라밀14)의 큰 장애가 되니 능히 보리심을 태워 없애느니라. -《육바라밀경(六波羅蜜經)》

〔주〕 -----

1) 이하 795-824는 ‘탐욕의 해악〔貪欲의 害〕’이라는 소제목이 앞에 붙어있는 부분이다.

2) ‘사명자활(邪命自活)’은 나쁜 직업이나 업무를 통해 생계를 이어가는 것을 의미한다. ‘사명자활’은 계율로서 금지하고 있다. ‘사명자활계(邪命自活戒)’는 《범망경》에 설해진 48경계 중 제29계로, 나쁜 마음을 품고 자신의 이익을 위해 성매매를 하거나 스스로 음식을 만들거나 여러 가지 점을 치고 주술을 행하거나, 남녀의 궁합을 보거나 그림이나 공예에 힘을 쏟거나 여러 가지 독약을 제조하는 등의 행위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 이런 일은 자비심이 없어 경구죄(輕垢罪)에 해당하므로 이것을 제정한다고 하였다.

3) 8정도의 하나로, 5종의 잘못된 생업을 벗어나 3종의 청정하게 한 바른 생활을 하는 것, 또는 그 생활 방법. ‘계율에 부합한 정당한 생활’을 말한다.

4) 출전을 《화엄경》이라고 밝히고 있으나 정확히 보면 《십지경론》에서 인용하고 있는 《십지경》이다. 실차난타 한역 이른바 80권본 《화엄경》 <십지품(十地品)>에 이와 유사한 표현이 있다.

5) ‘마(魔)’(māra)는 마왕, 즉 ‘죽이는 자’라는 뜻이다. 심리적으로는 ‘안정(깨달음)’의 상대어인 ‘불안정(번뇌)’의 뜻으로도 쓰인다.

6) 파순(波旬, pāpiyas)은 ‘악의를 가진 자’라는 뜻으로, 경전에서는 악마, 마왕으로 등장한다. 종종 마파순(魔波旬, māra-pāpimant)이라고도 한다.

7) 자신과 타인의 행복과 이익에 도움이 되는 선을 짓는데 게을리 하도록 하고 도덕적으로 나쁜 행위들을 하게 만드는 마음 상태.

8) 이원섭 역주 《불교대전》 에 따르면, “남여의 애욕. 음욕. riraṃsā.”

9) 마음이 번뇌나 외계의 사물에 묶여 미혹의 상태에 있는 것.

10) 계를 지키는〔持戒〕 사람의 덕(徳)이 사방에 영향을 준다는 것으로, ‘아름다운 향〔芳香〕’이 멀리까지 미친다는 뜻이다.

11) 혜명(慧命)은 깨달음의 지혜를 생명에 비유한 말로, 법명(法命)이라고도 한다. 비구(比丘)의 존칭으로도 쓰이며 혜수(慧壽)와 같은 말이다.

12) 소, 말, 돼지, 양, 닭, 개.

13) 6도 윤회 가운데 고통을 받는 지옥·아귀·축생의 3종 ‘악도(悪道)’로, 삼악취(三悪趣), 삼악도(三悪道)라고도 한다.

14) 바라밀(波羅蜜, Pāramī)은 ‘완전성’을 의미하는데, 불전문학에 의하면 석가모니는 전생의 수행으로 10바라밀을 완성한 결과 인도에 강림했다고 한다. 대승불교에서는 부처가 되기 위해 보살이 행하는 수행으로, 도피안(到彼岸), 도(度), 바라밀다(波羅蜜多) 등으로도 번역한다. 6바라밀은 보시·지계·인욕·정진·선정·지혜(報施·持戒·忍辱·精進·禪定·智慧) 바라밀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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