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불화 판화 ‘치성광여래도(熾盛光如來圖)’. 고판화박물관 제공.
한국의 불화 판화 ‘치성광여래도(熾盛光如來圖)’. 고판화박물관 제공.

동아시아 고판화 보존과 연구, 고인쇄 문화 알리기에 힘써온 원주 명주사 고판화박물관(관장 한선학)이 개관 20주년을 맞아 소장품을 엄선해 선보이는 특별전을 개최한다.

고판화박물관은 9월 22일부터 내년 1월 31일까지 ‘인쇄문화의 꽃, 동아시아 고판화 명품’ 특별전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회는 미래문화를 선도할 수 있는 고판화의 디자인적 특징과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자리로 꾸며졌다. 고서와 고판목, 대형 고판화 등 박물관 소장품 6000여 점 중에서 엄선한 70여 점을 선보인다.

전시는 동아시아 고판화를 분야별로 살펴볼 수 있도록 △삽화 판화 △예술 판화 △문양 판화로 나뉘어 구성된다.

명 황실 내부각본 ‘불정심다라니경(佛頂心陀羅尼經)’. 고판화박물관 제공.
명 황실 내부각본 ‘불정심다라니경(佛頂心陀羅尼經)’. 고판화박물관 제공.

1부 ‘삽화 판화’에서는 고려시대부터 근대에 이르는 다양한 우리나라 전적류와 명·청시대 중국 경전 삽화와 소설·희곡 삽화를 감상할 수 있다.

도교 판화의 대표작인 ‘안심사판 옥추경(安心寺版 玉樞經)’ 등 강원도 지정문화재 7건과 조선시대 ‘오륜행실도(五倫行實圖)’ 목판, 고구마를 우리나라에 전래한 원주 출신 조엄(趙曮, 1719~1777)이 그려진 ‘조선통신사 행렬도’ 등 우리나라 삽화 판화와 명 황실 내부각본인 ‘불정심다라니경(佛頂心陀羅尼經)’, 청 강희제 때 발간된 ‘개자원화보(芥子園畵譜)’, 조선 선비와 화가에게 지대한 영향을 주었던 ‘고씨화보(顧氏畫譜)’, ‘당시화보(唐詩畵譜)’, ‘시여화보(詩餘畵譜)’ 등 다양한 화보, ‘남송지전(南宋志傳)’, ‘서상기(西廂記)’ 등 명 시대 소설, 희곡 삽화 등 중국 삽화 판화를 소개한다.

일본 ‘관경만다라(觀經曼茶羅)’ 채색 판화. 고판화박물관 제공.
일본 ‘관경만다라(觀經曼茶羅)’ 채색 판화. 고판화박물관 제공.

2부 ‘예술 판화’에서는 한·중·일 삼국의 대형 불화 판화와 종교 판화, 한국의 민화 판화, 중국 연화 판화, 일본 우키요에 판화 등을 선보인다.

불화 판화로는 한국 ‘치성광여래도(熾盛光如來圖)’와 중국 난징 금릉각경처의 ‘관음보살도’, 고려불화를 모본으로 판각한 일본의 ‘오백나한도’, 도요토미 히데요시 문장이 새겨진 ‘관경만다라(觀經曼茶羅)’ 채색 판화 등을, 한국의 민화 판화로는 채색 ‘화조도(花鳥圖)’, ‘호작도(虎鵲圖)’ 주사 목판을 주목할 만하다.

중국 연화 판화로는 연행을 간 조선 사신이 수입한 텐진 양류청 대염증(戴廉增) 화점의 ‘화조도(花鳥圖)’, ‘초충도(草蟲圖)’ 연화와 쑤저우 도화오 화점의 ‘복(福)자 문자도’, 텐진 양류청의 대형 ‘홍루몽(紅樓夢)’ 연화 등을 선보인다. 이중 ‘복자 문자도’는 새로 수집한 작품이고, ‘홍루몽’ 연화는 이번 전시를 통해 처음으로 소개된다.

중국 텐진 양류청의 대형 ‘홍루몽’ 연화. 고판화박물관 제공.
중국 텐진 양류청의 대형 ‘홍루몽’ 연화. 고판화박물관 제공.

일본 우키요에 판화로는 네덜란드의 화가 빈센트 반 고흐에게 큰 영향을 준 우타가와 로시게(歌川廣重, 1797~1858)의 ‘동해도오십삼차(東海道五十三次)’와 가쓰시카 호쿠사이(葛飾北齋, 1760?~1849?)의 ‘후가쿠삼십육경(富嶽三十六景)’을 선보인다. 이밖에 지도 판화인 한국의 ‘금강산사대찰전도(金剛山寺四大刹全圖)’와 티베트의 ‘라싸 전경도’ 등도 감상할 수 있다.

3부 ‘문양 판화’에서는 조선시대 능화판(菱花板), 청나라와 조선의 시전지(詩箋紙), 조선과 청나라의 문자도 판화 등을 선보이다.

고려불화를 모본으로 판각한 일본의 ‘오백나한도’ 판화. 고판화박물관 제공.
고려불화를 모본으로 판각한 일본의 ‘오백나한도’ 판화. 고판화박물관 제공.

한선학 관장은 “이번 전시회에서는 천 년 전부터 20세기 초까지 작품을 망라해 동아시아 고판화의 주요 흐름을 풀어내고자 했다”며, “개관 이후 20여 년 동안 국립민속박물관, 청주 고인쇄박물관, 부산 학생문화예술회관, 원주시립중앙도서관, 일본 도쿄 국립국문학연구자료관, 중국 소주공예미술대학 등 국내외에서 60여 차례 열린 고판화박물관 소장품 특별전을 총결산하는 전시회”라고 밝혔다.

한선학 관장은 또 고판화박물관은 소장품인 고려 후기 문인 이달충의 문집 《제정집(霽亭集)》과 가장 오래된 ‘동학 태극기 목판’이 국가지정문화재 보물 지정 신청 중인 점과 중국 엔산출판사와 《한국 고판화박물관 장품집》 발간 계약을 체결한 것을 지난 20년 박물관의 주요 성과라고 밝히고, “고판화박물관의 지속 발전 가능성을 한층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되길 희망”했다.

한편, 고판화박물관은 개관 20주년을 기념해 9월 22일부터 이틀간 한국과 중국, 일본, 베트남의 고판화 전문가들을 초청해 고판화박물관 소장품을 주제로 학술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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