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 백담사 계곡. 사진 이창윤.
설악산 백담사 계곡. 사진 이창윤.

776. 보살은 중생을 제도하므로 탐욕〔貪嫉1)〕을 멀리하느니라. - 《열반경(涅槃經)》

777. 보살은 자신의 재물에 만족할 줄을 알고 남을 자서(慈恕)2)하여 손해를 끼치지 아니하며 물건이 남에게 속하면 남의 물건이라는 생각을 일으켜 이에 훔칠 마음을 내지 않으며 이에 풀잎 하나라도 주지 않으면 취하지 아니하거늘 하물며 그 나머지 살림살이 물건에 있어서야 말할 필요가 있겠는가? - 《화엄경(華嚴經)》

778. 도를 위하는 자는 마땅히 소가 무거운 짐을 지고 깊은 진흙 속을 걸어갈 때 피로가 극심하여 감히 좌우를 돌아보지 못하다가 마침내 진흙에서 빠져나와서야 휴식하듯이 사문(沙門)3)은 마땅히 정욕이 진흙보다 심하다는 것을 관찰하여 오직 곧은 마음〔直心〕으로 도(道)를 생각하면 괴로움〔苦〕을 면할 수 있으리라. - 《사십이장경(四十二章經)》

779. 보살은 비록 속가(俗家)에 있더라도 욕정에 집착하지 않으며 모든 욕정의 대상에 집착이 생기지 않게 하고 설령 욕망들을 받아들이더라도 늘 두려워하는 마음을 내야 할지니, 비유하건대 어떤 사람이 도적들이 많은 험난한 곳을 지날 때 험난한 곳이므로 비록 음식이 있더라도 늘 두려움에 오직 생각하기를 “언제 이 험난한 곳을 지날 수 있을까?” 하듯이 보살도 또한 이와 같아 비록 속가에 있어 욕망들을 받아들이더라도 모든 욕망의 과실(過失)이 괴로움의 근본이 됨을 깨달아 집착하지 않고 두려워하고 버리느니라. - 《불모출생경(佛母出生經)》

780. 늘 해어진 옷〔분소의(糞掃衣)4)〕을 입고, 깨어진 바루〔一破鉢〕를 지니고 나무 열매와 풀뿌리를 먹으며 수행하는 자를 모든 부처님께서 칭찬하느니라. - 《제법집요경(諸法集要經)》

781. 내가 돈·곡식, 옷, 음식, 코끼리·말, 수레, 나라〔國城〕, 처자, 신체, 팔다리, 공양, 옹호를 가지고 있어 남이 함부로 침해하는 것을 기뻐하지 않는다. 모든 중생도 이와 같으니 그러므로 보살은 몸과 목숨을 스스로 잃게 될지라도 끝내 모든 중생의 옷·재물·음식을 빼앗을 마음을 내지 않느니라. - 《대방편불보은경(大方便佛報恩經)》

782. 만약 사람이 성불하고자 한다면 탐욕을 품어서는 안 되느니라.5) - 《제법무행경(諸法無行經)》

783. 차라리 큰 불에 들어갈지언정 욕망을 즐겨서는 안 되느니라. - 《대승계경(大乘戒經)》

784. 의복과 음식은 신명(身命)6)을 편안케 하고자 함〔安命〕이니 마음을 쉬고 스스로 살펴〔息心自省〕 (작은 것에도) 만족할 줄 알고 취득해야 할지니라. - 《법구경(法句經)》

785. 가시국의 왕이 그 신하에게 말하였다. “너는 지금 또한 듣거라! 나의 먹을 것은 한 입 맛볼 정도에 지나지 않고 나의 입을 것은 한 벌 입어볼 정도에 지나지 않고 나의 누울 곳은 한 몸 들일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이렇게 볼 때 어찌 많이 구하는 것을 싫어하지 않겠는가? - 《벽지불인연론(辟支佛因緣論)》

786. 지혜로운 사람〔智士〕은 이익을 탐하지 않느니라. - 《무량문미밀지경(無量門微密持經)》

787. 만약 사람이 마음에 싫어함7)이 없으면 오직 많이 얻는 것만을 구하여 죄악을 키우나, 보살은 그렇지 않아 늘 지족(知足)을 염두에 두고 가난하여도 (마음이) 편안하고 도를 지켜 모름지기 지혜를 닦아야 함을 아느니라. - 《팔대인각경(八大人覺經)》

788. 부처님이 말씀하셨다. “나는 왕이나 제후의 자리를 보기를 틈새를 스쳐 지나는 먼지와 같이하며, 금이나 옥과 같은 보물을 보기를 기와나 돌과 같이 보며, 흰 비단옷을 해진 비단과 같이 보며 대천세계〔大千界〕를 보기를 말린 가자나무 열매〔訶子〕8)와 같이 하며, 아뇩수를 보기를 발에 바르는 기름과 같이하며, 방편문(方便9)門)을 보기를 신기루로 만들어진 보물 더미와 같이 하며, 열반을 보기를 낮이나 저녁에 잠에서 깨어나는 것과 같이 하느니라. - 《사십이장경(四十二章經)》

〔주〕 -----

1) 원문의 탐질(貪嫉)을 ‘탐욕과 질투’로도 번역할 수도 있으나 범어로 rāga이기에 탐욕으로 옮겼다.

2) 자서(慈恕)는 ‘인자관서(仁慈寬恕)’의 줄임말인데 우리말로 마땅히 풀기가 어렵다. ‘恕’는 《논어》 <위령공(衛靈公)>에서, “자공이 ‘종신토록 행할 만한 한 마디 말이 있다면 무엇이겠습니까?’라고 묻자 공자는 ‘그것은 서(恕)이다. 나도 하기 싫은 걸 남에게 시키지 마라’〔子貢問曰 ‘有一言而可以終身行之者乎?’ 子曰 ‘其恕乎!己所不欲, 勿施於人’〕”라고 하였다. 그러므로 자서는 단순히 사랑하라는 뜻을 넘어 역지사지(易地思之)하는 마음을 품는 데서 나오는 자비로움이라 하겠다. 《화엄경》에서는 생명에 관한 범죄인 살생과 관련하여서는 “인서(仁恕)”, 재산에 관한 죄인 절도와 관련하여서는 “자서(慈恕)”라는 용어를 쓰고 있다. 《법구경》에서도 “스스로를 용서할 때에 비추어 죽이지도 매질하지도 말라〔恕己可爲譬 勿殺勿行杖).〕”하여 살생이나 폭행과 관련하여 서(恕)가 쓰인다.

3) 주로 고행을 하는 수행자를 지칭한다.

4) 세속사람이 버린 헌 천을 주워 빨아서 지은 가사(袈裟).

5) 인용문의 해석은 위와 같지만 경전에는 ‘壞’로 되어 있으므로 “만약 사람이 성불하고자 한다면 탐욕으로 무너져서는 안 된다.”가 옳은 번역이 될 것이다.

6) 몸과 목숨을 아울러 이르는 말.

7) 염족(厭足)은 불전에서는 ‘싫어할 염’, ‘싫어할 족’으로 “싫어함”이라는 뜻으로 쓰인다.

8) 가자(訶子, Terminalia chebula Retz)는 운남성에서 생산되는 나무의 열매로 말려서 한약재로 쓰인다.

9) 범어 ‘우빠야(upāya)’는 어떤 목적을 이루기 위한 방법, 수단, 혹은 중생 교화의 다양한 방법을 가리키는 말이다. 음역어로는 구파야(漚波耶), 구화(漚和)라고 하며 의역으로는 ‘방편(方便)’이라고 한다.

법진 스님 | 한국불교선리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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