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 백담사 계곡. 사진 이창윤.
설악산 백담사 계곡. 사진 이창윤.

771. 부처님이 나쁜 비구 6인〔惡性六群比丘〕1)을 위하여 계법〔教2)誡法〕을 설하셨다. 불법의 바다에 들어감에는 믿음이 근본이고 생사의 강을 건너감에는 계가 배〔船筏〕이다. 만약 사람이 출가하여 계〔禁戒〕를 지키지 못하고 세상의 즐거움을 탐하고 집착하여 혹시 바른 견해〔正見〕를 잃고 나쁜 견해〔邪見〕의 숲에 들어선다면 숱한 사람을 이끌어 크고 깊은 구덩이에 빠지게 하니 이와 같은 사문에게는 출가라는 이름을 붙이지 못하느니라. - 《심지관경(心地觀經)》

772. 정녕(丁寧)코 목숨을 버려 무상(無常)으로 나아갈망정 마음을 느슨하게 하여〔縱心〕 그 계율을 범하지 말지니 사람이 이 목숨을 버리면 한 생〔一生〕이 다만 부서질 뿐이나 계를 깨뜨리면 백만 생이 악도(惡道)에 빠지느니라. - 《대승계경(大乘戒經)》

773. 세존이 존자 대목건련에게 이르셨다.

“만약 비구·비구니가 미혹하여 계를 범하면서도 부끄럼마저 아예 없어 계율〔律儀3)〕을 하찮게 여기고 법에 걸맞지 않은 행위〔非法行〕를 행하면4) 그 사람은 죽어 지옥에 태어나느니라.” - 《목련소문경(目連所問經)》

774. 옛날에 어리석은 사람이 매우 목이 말라 물을 구하였는데 큰 강5)에 이르러서도 물을 마주한 채 마시지 않고 있었다. 옆의 사람이 말하길 “네가 갈증의 고통으로 물을 찾더니 이제 물에 이르러 마시지 않고 있으니 무엇 때문인가?” 하였다. 대답하길 “이 강물을 모두 마실 수 있다면 내가 마땅히 마실 것인데 이 물이 너무 많아 모두 마셔 없앨 수 없으니 이런 까닭에 마시지 않노라.” 하니 그 때에 여러 사람들이 이 말을 듣고는 모두 크게 비웃었노라. 비유하자면 외도(外道)가 그 도리를 극단적으로 이해하여 (그 많은) 불교 계율을 (모두) 지킬 수 없을 바에야 아예 계를 받지 않겠다고 하여 장래 득도에 도움이 되는 부분을 없애 생사에 유전하는 것이 저 어리석은 사람이 물을 보기만 하고 마시지 않아 그 당시 사람들의 웃음거리가 되는 것과 같으니라. - 《백유경(百喩經)》

제2절 욕망의 절제

775. 너희 비구들아! 계를 이미 잘 지킬 수 있게 되었거든 마땅히 오근을 제어하여서 방일하여 오욕에 들어가지 말라. 비유컨대 소치는 사람이 몽둥이를 들고 소를 지켜보며 함부로 남의 밭6)을 침범치 못하게 함과 같다. 만약 오근(五根)7)을 멋대로 놓아두면 오욕이 끝이 없으므로 통제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또한 마치 난폭한 말을 고삐로 제어하지 않으면 장차 사람을 끌고 가 구덩이에 빠뜨리게 하는 것과 같으니라. - 《유교경(遺教經)》

〔주〕-----

1) 육군비구(六群比丘: ṣaḍ-vargīka-bhikṣu)는 늘 한 패거리가 되어 승려답지 못한 짓을 함으로써, 계율 제정의 인연이 된 Nanda(難陀), Upananda(跋難陀), Kālodāyin Udayin(迦留陀夷), Chanda(闡那), Aśvaka(阿說迦), Punarvasu(弗那跋)의 여섯 비구를 말한다.

2) ‘教誡法’을 단순히 ‘誡法’으로 보았다. ‘교계(教誡)’는 ‘가르쳐 훈계함’이라는 뜻이다.

3) 율의(律儀: saṃvara)는 계(戒)를 받고 몸과 말과 생각으로 짓는 허물이나 악을 방지하는 것.

4) 경전에는 “行非法行”이라 되어 있어 이에 따라 번역하였다.

5) 신두하(辛頭河)는 인더스 강의 한역 이름이다.

6) ‘남의 밭’은 원문에서는 묘가(苗稼)로, 곡식의 싹이나 곡물농사를 뜻한다.

7) 안·이·비·설·신(眼·耳·鼻·舌·身) 곧 눈·귀·코·혀·몸의 다섯 가지 감각기관을 말한다.

법진 스님 | 한국불교선리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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