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5월, 서울 진관사 칠성각을 해체 보수하는 과정에서 《독립신문》 등 19점의 문건과 함께 태극기가 발견됐다.

백초월(白初月, 1878~1944) 스님이 일장기의 붉은 색 원에 청색으로 태극무늬를 덧칠하고, 4괘 형상을 먹으로 그려 만든 것으로 추정되는 이 태극기는 왼쪽 윗부분 끝자락이 불타고 여러 곳에 구멍이 뚫린 흔적이 있어 1919년 3·1운동 당시 현장에서 사용된 것으로 짐작된다.

‘진관사 태극기’는 일장기 위에 태극기를 그린 유일하고 가장 오래된 사례라는 점, 사찰이 독립운동의 배후 근거지나 거점지로 중요한 역할했음을 보여준다는 점, 당시 민중의 독립 의지와 기개를 만방에 떨친 민족의 유산이라는 점을 높이 평가받아 2021년 10월 25일 국가지정문화재 보물로 지정됐다.

서울 은평구는 광복 79주년을 맞아 ‘진관사 태극기’를 소재로 백초월 스님의 삶과 민중의 독립운동사를 그린 창작극 ‘시간과 기억의 기다림, 초월과 진관사 태극기’(예술감독 오일홍, 이하 ‘초월과 진관사 태극기’)를 8월 15일 오후 5시 은평문화예술회관 공연장 무대에 올린다.

오성택 작가의 작품을 최우성 씨가 연출하며, 김성태, 최홍준, 윤원기 등 19명의 전문 배우와 정은영, 조은정, 이서윤, 진은영, 김효연 등 5명의 시민 배우가 연기한다.

광복은 조국의 독립을 위해 쓰러져간 수많은 이름 모를 민중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백초월 스님은 민중의 힘을 일찌감치 깨닫고 이끌었던 선각자이다. 독립운동의 의의와 민족의식의 가치를 알려 독립운동의 범민중적 토대를 구축하고자 끊임없이 노력했던 백초월 스님은 광복을 1년 앞에 둔 1944년 옥고를 치르던 청주형무소에서 입적했다.

‘초월과 진관사 태극기’는 독립운동이 범민중운동으로 점화되기 시작한 3·1운동부터 8·15 광복까지 백초월 스님의 행적을 따라가며 스님이 주장했던 독립운동의 범민중화의 가치와 의의를 되새기고, 현 시대에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는지 살펴본다.

‘초월과 진관사 태극기’는 독립운동을 하다 붙잡힌 박수복이 서대문 형무소에서 나와 자신을 이끈 스승이자 함께했던 동지 백초월 스님을 찾는 것으로 시작한다. 하지만 박수복에게 들려온 것은 백초월 스님이 1년 전에 이미 돌아가셨다는 소식이었다. 만세를 부르며 광복을 만끽하던 박수복은 그 순간 초월 스님이 함께하지 못함을 아쉬워한다.

그런 박수복을 흐뭇하게 바라보는 백초월 스님의 넋은 토지를 일제에 빼앗기고 울분에 차 울던 어린 수복과 처음 만났던 순간, 임시정부·대동단과 함께 진행했던 제2차 만세 시위, 일경에게 고문 받던 시간, 군용열차 낙서 만세 사건, 태극기와 《독립신문》 등을 진관사 칠성각에 숨긴 순간들을 회상한다.

시간이 흘러 백초월 스님이 칠성각에 숨긴 태극기와 독립신문 등이 세상에 다시 모습을 드러내고, 민중은 스님이 숨긴 태극기를 펼치며 《독립신문》에 실렸던 태극기 시를 합창한다.

이번 공연은 사전에 예약해야 관람할 수 있다. 관람하려는 이는 구글폼(https://forms.gle/Y1p7kgdQYPJXhhbVA)에서 예약해면 된다. 전석 무료.

공연을 제작한 ‘사람과 무대’는 은평구의 다양한 문화예술 콘텐츠를 개발해 은평구민이 문화권리를 향유할 수 있도록 하고, 은평구가 문화예술의 중심이 될 수 있도록 기여하기 위해 설립된 문화예예술협동조합이다.

문의. 02)351-3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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