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시 중원구 갈현동 대원터널 위 산비탈에서 발견된 조선 전기 왕실 원찰 유적 발굴조사지 전경. 성남시 제공.
성남시 중원구 갈현동 대원터널 위 산비탈에서 발견된 조선 전기 왕실 원찰 유적 발굴조사지 전경. 성남시 제공.

성남시 중원구 갈현동에서 조선시대 전기 왕실 원찰 터가 확인됐다.

성남시는 7월 26일 “주변 토지주가 발견·제보해 최근 2년간 이뤄진 갈현동 469-1번지 일원 발굴조사에서 원찰 유적을 확인했다”며, “원찰 터가 경기도 문화재로 지정되도록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지는 갈현동 대원터널 위 산비탈에 위치하고 있다. 발굴은 중앙문화재연구원이 맡았다.

발굴조사 결과 사지 면적은 5738㎡에 달했다. 경사면에 석축으로 3단의 대지를 만들어 금당과 요사채 등 여러 건물을 배치했다.

중정(中庭), 회랑(回廊), 박석(薄石), 보도(步道) 등 시설과 배수시설도 확인됐다. 사지 동쪽과 회랑 주변에서 발굴된 배수시설에선 판석에 구멍을 뚫어 만든 집수구(도랑)가 확인됐다. 이런 형식의 집수구는 경복궁이나 창덕궁 등 궁궐과 양주 회암사지에서 확인된 사례와 유사하다. 서쪽 가장자리에서는 기와를 굽는 가마도 발굴됐다.

사지에서는 용머리 모양의 장식 기와인 취두(鷲頭)와 용두(龍頭), 마루 장식 기와인 잡상(雜像), 서까래 보호·장식 기와인 토수(吐首), 청기와, 마연(磨硏) 기와, 용·봉황문 막새기와 등 왕실 관련 건물에서만 사용할 수 있었던 다양한 유물이 출토됐다. 이와 함께 이곳이 사찰이었음을 알 수 있는, 연화문(蓮花紋), 범문(梵文), ‘만(卍)’ 자 등이 새겨진 막새기와가 출토됐다.

성남시는 사찰 터의 건물구조 배치 양상과 출토 유물을 볼 때 고려시대부터 존재하던 사찰을 조선시대 전기에 크게 고쳐 왕실의 원찰로 삼았다가 오래 유지되지 못하고 문을 닫은 것으로 추정했다.

성남시 관계자는 “원찰은 조사 사례가 흔하지 않은 소중한 역사적 자료”라면서 “보다 체계적인 보관·관리를 위해 다음 달 중 경기도에 문화재 지정 신청서를 낼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갈현동 사지의 성격과 관련해 왕실 원찰이라는 견해 외에 헌릉의 능침사찰이거나 헌릉과 영릉 관련 사찰, 왕실 종친의 사저, 역원 기능을 한 복합시설이라는 등 여러 견해가 제시되고 있다.

헌릉의 능침사찰이거나 헌릉과 영릉 관련 사찰이라는 주장은 발굴지가 헌릉 인근에 있고 왕궁에서 헌릉을 거쳐 영릉으로 가는 중간 지점이라는 점 등이 근거다.

왕실 종친의 사저라는 주장은 양녕대군이 폐세자된 뒤 광주(조선시대에 성남은 광주목에 속했다)에 머물렀다는 조선왕조실록 기록과 궁궐건축에서 쓰이는 유물이 출토됐다는 점을, 역원 기능을 한 복합시설이라는 주장은 불상이나 석탑 등 절터에서 볼 수 있는 유물과 원찰이라는 기록이 확인되지 않았다는 점을 근거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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