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태(글씨), 현승조(그림), 깨달음, 125cm × 86cm, 견본채색(비단에 먹, 염료, 석채, 금), 2021. 사진 무우수갤러리.
​김성태(글씨), 현승조(그림) ‘깨달음’, 125cm × 86cm, 견본채색(비단에 먹, 염료, 석채, 금), 2021. 사진 무우수갤러리.

아소카왕은 인도를 처음으로 통일한 마우리아 왕조의 3대 군주였다. 그는 왕위 계승 과정에서 이복동생 99명을 죽인 냉혈한이자 정복 전쟁에서 수많은 사람의 목숨을 앗아간 피의 군주였다. 하지만 칼링카국을 정복하는 과정에서 살육의 참혹함을 깨닫고 법(法, dharma)으로 세상을 다스릴 것을 서원하고 실천에 옮겼다. 부처님의 가르침에 귀의한 그는 수많은 탑과 사원을 세우고 다른 나라에 사신을 보내 불교를 전했다. 불교가 교학적으로나 문화적으로 융성해지는 기틀을 마련한 아소카왕의 삶은 전륜성왕과 다르지 않았다.

아소카미술연구회는 법으로 세상을 다스리겠다는 아소카왕의 서원과 정신을 되새기고, 그의 문화적 업적을 시대적으로 재해석해 한국 전통미술이 나아갈 길을 모색하기 위해 결성된 연구 모임이다. 전통미술 작가, 전통미술을 연구하는 이론가, 전통미술품을 보존하는 수복가, 전통미술을 활용하는 경영자와 후원자가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아소카미술연구회가 그동안의 예술적 고민과 학문적 성취를 담아 첫 성과전을 열고 있다. 서울시 종로구 인사동에 있는 무우수갤러리는 7월 12일부터 31일까지 아소카미술연구회의 첫 성과전 ‘붓끝에 붓다’를 개최한다.

김도아 ‘육도윤회도’, 305cm x 192cm,  마본채색,  2023. 사진 무우수갤러리.
김도아 ‘육도윤회도’, 305cm × 192cm, 마본채색, 2023. 사진 무우수갤러리.

이번 전시회에는 공다경, 김도아, 김보미, 김성태, 김성희, 김수철, 안유진, 오지수, 이정영, 이지은, 전소빈, 장혜경, 정하율, 최준현, 현승조, 황체상 등 아소카미술연구회에 참여한 젊은 작가의 새로운 작품이 소개된다.

이들에게 작품 활동은 예술혼을 펼쳐내는 일이자 수행과 구도의 과정이다. 전시회에 출품된 작품은 작가가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해 붓끝으로 빚어낸 예술품이자, 수행의 과정에서 발견한 내면의 붓다를 붓이라는 도구로 표현한 결과물이다.

‘붓끝에 붓다’라는 전시회명은 작가에겐 붓끝으로 그려낸 부처일 수도 있고, 치열한 예술혼일 수도 있다. 또 전시장을 찾는 관람객에게는 저마다의 마음에서 찾아야 하는 화두일 수도 있다.

출품작 중 김도아 작가의 ‘육도윤회도’는 아잔타 석굴이나 티베트 불교미술에서 볼 수 있는 이국적인 도상을 우리 전통 도상에 접목하는 새로운 시도로 탄생한 작품이다.

김성태, 현승조 두 작가의 ‘깨달음’은 진리를 찾는 수행자의 마음을 ‘깨달을 각(覺)’ 자를 통해 선문답처럼 드러내고 있고, 박근덕 작가의 ‘봄바람, 아련하니’는 생명의 고귀함과 대지의 기운을 받은 식물의 에너지를 단청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고려불화를 정교하게 모사한 오지수 작가의 ‘보현보살도’는 마치 우리 곁 누군가의 얼굴을 보는 듯한 현실감이 돋보인다.

박근덕 ‘봄바람, 아련하니’, 53cm × 33.4cm,  견본채색(비단에 채색),  2023. 사진 무우수갤러리.
박근덕 ‘봄바람, 아련하니’, 53cm × 33.4cm, 견본채색(비단에 채색), 2023. 사진 무우수갤러리.

주수완 우석대 교수는 “‘붓끝에 붓다’ 전에 출품된 작품에서 수행의 면모로서의 창작 의도를 다양하게 읽어볼 수 있다.”며, “아마도 ‘우리 곁의 깨달음’이 출품된 작품을 관통하는 주제가 아닌가 생각된다. 작가들은 붓끝에 선 자신을, 그리고 붓다를 보았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작품전을 준비한 심주완 아소카미술연구회 회장은 “이번 전시회에서는 불교 회화의 전통과 현대의 조화를 통해 우리 불교 미술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며, “전통을 새롭게 계승하기 위해 노력하는 젊은 작가들의 노력을 엿볼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불교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