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솥 안에서 확인된 청동 공양구(일부). 문화재청 제공.
철솥 안에서 확인된 청동 공양구(일부). 문화재청 제공.

재단법인 선학원 경주 흥륜사 서편에서 고려시대 공양구 유물 54점이 출토됐다. 유물이 확인된 곳은 흥륜사 앞을 지나는 왕복 4차선 도로 건너편으로 절에서 20m쯤 떨어진 곳이다.

문화재청(청장 최응천)은 “하수관로 설치 공사를 위해 경주 흥륜사 서편을 발굴조사하던 중 통일신라시대에서 고려시대에 이르는 사찰 관련 건물지와 담장지, 우물 등 유적과 청동 공양구 등 다양한 유물을 확인했다”고 7월 5일 밝혔다.

흥륜사는 이차돈이 순교하며 이적(異蹟)을 보이자 그를 위해 중창한 절로, 과거칠불이 머물렀다는 신라 칠처가람(七處伽藍) 중 한 곳이다. 흥륜사 터는 1963년 국가지정문화재 사적으로 지정됐다.

발굴조사 지역 항공사진. 문화재청 제공.
발굴조사 지역 항공사진. 문화재청 제공.

이번 조사에서 건물 적심과 담당지 등이 확인된 것으로 미루어 조사지역 역시 옛 흥륜사 경내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조사에서는 통일신라에서 고려에 이르는 시대의 기와와 토기 조각, 청동공양구 등을 넣은 철솥, 통일신라시대 금동여래입상 등이 출토됐다.

이중 ‘영묘사(靈廟寺)’로 추정되는 글자가 새겨진 기와 조각이 눈에 띈다. 그동안 학계와 지역에서는 흥륜사지에서 ‘영묘지사(靈廟之寺)’라는 글자가 새겨진 기와조각이 여럿 수습된 것을 근거로 이곳을 영묘사지로, 현재 경주공업고등학교 부지를 흥륜사지로 추정하기도 한다. 사찰 경내지로 추정되는 이번 발굴조사지에서 ‘영묘사’로 추정되는 글자가 새겨진 기와 조각이 출토됨으로써 이 절터의 실체에 대한 논의가 일 것인지 주목된다.

‘靈廟寺’로 추정되는 글자가 새겨진 기와 조각. 문화재청 제공.
‘靈廟寺’로 추정되는 글자가 새겨진 기와 조각. 문화재청 제공.

철솥은 크기가 지름 65cm, 높이 62cm 가량으로, 외부에 네 개의 손잡이가 달려 있다. 철솥 내부에서는 청동 향로, 촛대, 금강저 등 고려시대 청동 공양구와 의식구들이 확인됐다. 이 유물들은 철솥 안에 작은 기와 조각이 섞인 흙으로 덮여 있었다. 유물은 육안으로 54점이 확인됐다. 하지만 일부 유물이 부식돼 철솥 바닥과 붙어 있는 상태여서 보존처리과정에서 더 많은 유물이 확인될 수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화재청은 “창녕 말흘리 유적, 군위 인각사지, 서울 영국사지, 청주 사뇌사지, 경주 망덕사지와 굴불사지 등에서 청동 유물이 일괄 출토됐지만, 이번 조사에서는 그 수량이 월등히 많아 관련 연구에 중요한 자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철제 솥 안 청동유물 출토 상태. 문화재청 제공.
철제 솥 안 청동유물 출토 상태. 문화재청 제공.

문화재청은 발굴된 청동유물과 철솥 등을 화재나 사고 등 비상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급히 한 곳에 모아 묻어둔 퇴장(退藏) 유물로 추정했다. 하지만 학계 일각에서는 의식용으로 보관하거나 불사를 위해 따로 모아둔 유물이라는 견해와 쓸모가 없어진 공양구 등을 묻어둔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문화재청은 “이번에 수습한 유물은 퇴장유물로 추정하지만, 정확한 성격을 파악하고 보다 면밀한 분석을 위해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로 긴급 이관했다.”며, “앞으로 연구소에서 과학적 보존처리와 심화 연구 등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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