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상, 1970년대, 나무, 25×8.5×6.5cm. 서울시립미술관 제공.
‘불상, 1970년대, 나무, 25×8.5×6.5cm. 서울시립미술관 제공.

불교에 침잠해 수행자가 정진하듯 작품 활동에 임한 리얼리즘 조각가 권진규(權鎭圭, 1922~1973) 작가의 작품이 영원한 안식처를 찾았다.

서울시립미술관(관장 최은주)은 권진규 작가 50주기를 맞아 6월 1일부터 서울시립남서울미술관에서 상설전 ‘권진규의 영원한 집’을 개최한다.

앞서 (사)권진규기념사업회와 유족은 “많은 이들이 권진규 작가의 작품을 접하길 바란다.”며, 2021년 1950년대 주요 작품이 대거 포함된 141점을 서울시립미술관에 기증한 바 있다. 상설전에는 (사)권진규기념사업회와 유족이 기증한 작품 141점 중에서 선별한 작품 24점과 이를 보완한 새로운 소장 작품 2점, 자료 88점을 선보인다.

상설전 제목인 ‘권진규의 영원한 집’은 권진규 작가가 작품을 통해 구현하고자 한 ‘영원성’과 ‘영원히 계속되는 전시장’이라는 두 가지 의미가 담겨 있다.

전시는 권진규 작가가 작품을 통해 영원성을 구현하기 위해 수행자처럼 작업에 임했던 도쿄 무사시노미술학교 시기(1949~1956)와 서울 아틀리에 시기(1959~1973)로 나뉘어 구성된다. 전시는 권진규 작가의 작품세계를 집약적으로 보여줄 수 있도록 다시 △새로운 조각 △오기노 도모 △동등한 인체 △내면 △영감(레퍼런스) △인연 △귀의의 7개 소주제로 전개된다.

‘불상’, 1960년대, 화강석, 13×8×9cm. 서울시립미술관 제공.
‘불상’, 1960년대, 화강석, 13×8×9cm. 서울시립미술관 제공.

동물상, 두상, 인체, 여성 흉상, 부조, 불상 등 다양한 작품과 함께 2022년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 본관에서 열린 ‘권진규 탄생 100주년 기념 - 노실(爐室)의 천사’전에는 소개되지 않았던 작품 제작 관련 다양한 자료와 사진 등도 선보인다. 창작의 순간에 남긴 메모와 기록을 보다 생생하게 전달하기 위해 작가의 드로잉 북을 영인본으로 제작해 관람객이 자유롭게 살펴볼 수 있게 했다.

상설전 출품작 중 1964~65년 작 ‘입산’은 권진규 작가의 불교적 세계관을 보여주는 대표작이다. 두 개의 기둥이 하나의 지붕을 받치고 있는데, 일주문을 형상화한 것처럼 보인다. 왼쪽 기둥이 공손히 두 손을 모아 지붕을 받치는 형상처럼 보이는 것이 돋보인다. 작가가 ‘입산’을 제작하기 전에 그린 드로잉도 함께 전시한다.

1970년대 작품인 ‘불상’은 여원시무외인(與願施無畏印)을 한 미완성 목불이다. 일본 유학 시기에 제작한 1955년작 ‘보살입상’처럼 머리 중앙부를 봉긋하게 올리고 나발은 묘사하지 않았다. 권진규 작가는 불상을 제작하면서 도상을 엄격하게 지키지 않았는데, 그것은 불상 제작 과정이 그에게 자신을 성찰하는 통로이자 독자적인 창작물이었기 때문이다. ‘불상’과 함께 권진규 작가가 ‘드로잉 북 9’에 그린 불상 드로잉도 소개된다.

‘드로잉 북 9’, 1960년대, 종이에 혼합매체. 서울시립미술관 제공.
‘드로잉 북 9’, 1960년대, 종이에 혼합매체. 서울시립미술관 제공.

서울시립미술관은 권진규 작가의 주요 작품 제작기법 중 하나인 건칠 작품 제작 과정을 볼 수 있는 영상을 상영해 작품을 보다 깊이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관람객이 직접 권진규 작가의 아틀리에에 방문해 살펴보는 것처럼 느낄 수 있도록 전시 공간에 권진규 작가가 직접 지은 아틀리에에서 볼 수 있는 문, 창틀, 선반, 가구 등에서 영감을 받아 원목으로 만든 작품 좌대와 아카이브용 가구를 배치했다.

권진규 작가의 삶을 생생하게 들을 수 있도록 권진규의 여동생 권경숙 여사의 ‘나의 오빠, 권진규’, 조카 허명회 고려대 명예교수의 ‘나의 외삼촌, 권진규’ 영상도 상영한다.

다양한 전시 연계 프로그램도 진행된다. 권진규 유족이 진행하는 특별 도슨트 ‘나의 외삼촌, 권진규’가 매주 목요일 오후 2시에 마련된다. (재)내셔널트러스트 시민문화유산 ‘권진규 아틀리에’도 매월 둘째, 넷째 주 토요일 4시에 정기 개방된다.

최은주 서울시립미술관장은 “권진규를 사랑하는 많은 시민, 연구자, 미술인들과 함께 만드는 새로운 이야기를 반영해 2년마다 새로운 상설전을 개최하고자 한다.”며, “이로서 남서울미술관이 권진규의 영혼이 계속 살아 숨 쉬는 집으로 자리 잡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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