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 천흥사지 3차 발굴조사 지역. 천안시 제공.
천안 천흥사지 3차 발굴조사 지역. 천안시 제공.

세 차례 발굴조사를 마친 ‘천안 천흥사지’의 삼금당지 가구식기단이 개성 고려 궁성의 주요 건물 기단 형식과 구조가 같고, 당대 최고 수준의 석공이 조영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조원창 한얼문화유산연구원장은 7월 20일 오후 천안시가 천안시청에서 개최한 ‘천안 천흥사지 발굴성과 학술 세미나’에서 주제발표를 통해 이 같이 주장했다.

조 원장은 발굴조사를 통해 드러난 천흥사 중심 사역의 가람배치와 삼금당의 기단 축조술을 고려 궁성과 여러 사지(寺地)를 비교·검토해 특징과 의미를 도출했다.

조 원장에 따르면 천흥사지의 기단은 지복석-지대석-하단 면석-상단 면석-갑석 등으로 이루어진 형식을 가졌다. 이는 삼국시기와 통일신라시기의 건축 기단에는 없는 형식이며, 구조적 측면에서 고려 궁성과 친연성을 가졌다.

또 천흥사지 중금당지 지대석의 각형-호형-각형의 3단 몰딩 형식은 고려 궁성에서도 볼 수 없는 화려하고 장엄적인 치석이다. 조 원장은 이러한 형식이 고려 초기 사찰에서 확인되지 않는 점, 통일신라시대 국왕이나 왕실의 원찰 또는, 왕릉의 지대석, 갑석 등에 주로 표현된 점을 들어 천흥사지에 참여한 석공이 신라 왕릉의 호석(가구식 기단) 조성에 참여한 최고의 치석 기술 보유 장인이었을 것으로 추론했다.

조 원장은 “천흥사지의 기단 형식은 당대 최고였다”며 “이는 고려 태조 왕건이라는 하나의 주체를 사이에 두고 궁성과 원찰이라는 측면에서 상호관계가 성립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고려왕들의 누대에 걸친 방문과 이에 따른 이동로, 당시 천흥천을 건너기 위한 다리 존재 여부도 앞으로 확인이 돼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천안 천흥사지 9호 건물지(추정 금당). 천안시 제공.
천안 천흥사지 9호 건물지(추정 금당). 천안시 제공.

이날 세미나에서는 이밖에 최봉균 충청문화재연구원 부장과 오운석 고운문화재연구원 과장, 민현기 충남역사문화연구원이 각각 1차와 2차, 3차 천흥사지 발굴조사 현황과 성과를 발표했으며, 윤선영 한국문화재재단 연구원이 ‘천흥리 242-3, 242번지 발굴조사를 통해 본 천흥사’를 주제 발표했다.

천안시는 이번 발굴성과 세미나를 바탕으로 고려 초 최대급 규모의 왕실 사찰인 천흥사지 규모를 지속적으로 확인하고, 나아가 국가지정문화재 ‘사적’으로 지정하는데 필요한 자료를 확충한다는 계획이다.

박상돈 시장은 “그동안 진행한 발굴조사를 통해 천흥사지가 고려 초기 최대 규모 왕실 사찰임을 확인했다”라며, “앞으로도 천흥사지가 천안의 자랑스러운 문화유산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발굴조사와 학술연구를 지속적으로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천흥사 우(天興寺 右)’명 청동접시 아랫 부분. 천안시 제공.
‘천흥사 우(天興寺 右)’명 청동접시 아랫 부분. 천안시 제공.
천흥사지 출토 청동접시. 사진 천안시.
천흥사지 출토 청동접시. 사진 천안시.

천흥사는 고려시대 창건돼 조선시대 폐사됐다. 현재 사지에는 보물 오층석탑과 보물 당간지주가 남아 있지만 사역 규모를 대략적으로 추정만 할 뿐 실체를 확인할 만한 전반적인 기초자료가 부족한 상태다.

천안시는 세 차례 발굴조사를 통해 천흥사 사역과 가람구조를 확인했다. 발굴조사 결과 천흥사지는 1탑 3금당에서 다원식 가람으로 변화하는 양상이 나타났다.

천흥사지에서는 청동불상과 청동불탑을 비롯해 ‘천흥(天興)’, ‘천흥사(天興寺)’, ‘천흥삼보(天興三寶)’ 등 천흥사 지명과 관련된 명문기와, 바닥에 ‘천흥사 우(天興寺 右)’라는 글씨가 새겨진 청동접시, 고려 청자편 등 고려시대 천흥사의 위상을 입증할 수 있는 다양한 유물이 출토됐다.

현재 발굴조사를 통해 확인한 사역은 추정 범위의 1/5에 불과하다. 천안시는 천흥사지가 고려 초 사찰 건물지 유적 중 최대 규모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천안 천흥사지 9호 건물지(추정 금당지). 천안시 제공.
천안 천흥사지 9호 건물지(추정 금당지). 천안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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