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제 백담사. 백담사는 만해 스님이 출가한 사찰이다. 스님은 이곳에서 《조선불교유신론》을 탈고했다. 사진 이창윤.
인제 백담사. 백담사는 만해 스님이 출가한 사찰이다. 스님은 이곳에서 《조선불교유신론》을 탈고했다. 사진 이창윤.

746. 비유컨대 씨앗이 좋은 땅을 만나면 뿌리가 무성하고 만약 나쁜 땅에 (씨앗이) 심어지면 열매가 없으니 이 법도 역시 그리하여 만약 지혜가 있어 잘 생각할 수 있으면 여러 법〔諸法〕1)을 널리 생기게 하고 만약 어리석어서 지혜가 적으면 비록 이 논(論)을 익힐지라도 능히 통달하지 못하니 이는 ‘진선지견(眞善2)知見)’이라 이름 붙일 수 없다. 그러므로 모든 중생〔諸有〕은 여실한 지혜〔實智〕를 생기게 하고 선악을 분별하여 마땅히 부지런히 이 정법(正法)3)을 닦아야 하느니라. - 《방편심론(方便心論)》

747. 내가 모든 중생을 관찰해보니 어리석음에 물들어 악취에 다시 떨어져 생사윤회를 받으니 만약 능히 (바르게) 알아 영구히 이 어리석음을 잘라낸 사람은 상사문과(上沙門果)4)를 얻어 마침내 생을 받지 않으리라. - 《본사경(本事經)》

748. 부처님이 말씀하시길 천하의 어리석은 사람은 오로지 다른 사람의 허물을 보고 자신의 허물을 알지 못하며, 오로지 자신의 착함을 보고 다른 사람의 착함을 보지 못하니 자칭 지혜롭다 하는 이의 그 지혜는 모두 지혜가 아니고 밝다고 자처하는 이는 그 잃는 것5)이 심하고 “내가 경전을 잘 안다.” 말하는 이는 가히 믿지 못할지라. 부처님 지혜는 광대하여 가히 가늠하지 못할 터인데 견문이 부족함에도 스스로 충분하다고 여기고 스스로 기고만장한다면 어찌 지혜로운 이라 말하리오. 오직 배움이 깊어진 사람이 좋은 스승을 가까이할 때에만 비로소 명철해지고 지혜로워 지느니라. - 《법률삼매경(法律三昧經)》

749. 부처님이 아난에게 말씀하시었다. “과거·미래·현재의 세상 중에서 어리석은 이에게는 재해가 있으나 지혜로운 이에게는 재해가 없으며, 어리석은 사람에게는 장애와 어려움이 있으나 지혜로운 이에게는 장애와 어려움이 없으며, 어리석은 사람에게는 질병이 있으나 지혜로운 이에게는 질병이 없으며, 어리석은 사람에게는 허물이 있으나 지혜로운 이에게는 허물이 없으니 어리석은 이의 법은 마땅히 멀리해야 하고 지혜로운 이의 법은 행해야 하니 아난아!6) 너는 마땅히 배울지니라. - 《사품7)법문경(四品法門經)》

750. 자기의 어리석음을 아는 어리석은 사람은 마땅히 선한 지혜를 얻고, 지혜가 있다고 자칭하는 어리석은 이는 어리석은 사람 중에도 참으로 어리석은 사람이니라.8) - 《출요경(出曜經)》

[주]-----

1) 《방편심론》에는 ‘法’이 아닌 ‘論’으로 나온다. 인용 뒷 문장에서 “此論”이라고 받는 것을 볼 때 ‘論’으로 보아야 한다.

2) 《불교대전》에서는 “眞善知見”이 “眞善”으로 줄여 인용되었다.

3) 《불교대전》에서는 “法論”이 ‘法’으로 줄여 인용되었다.

4) 상사문과(上沙門果)는 수다원 사문과, 사다함 사문과, 아나함 사문과, 아라한 무상사문과 중 마지막 무상 또는 최상 사문과를 뜻하는 것으로 보인다.

5) 고려대장경에는 悉, 【宋】【元】【明】 판본에는 迷라고 되어 있으나 만해 스님은 ‘悉’이 아닌 ‘失’이 적당하다고 판단한 듯하다.

6) 《사품법문경》의 이 부분에서 “阿難! 當知是愚人法, 是智者法, 知彼愚人法已” 부분이 생략되었다. 이를 포함시켜 옮기면 “아난! 마땅히 어리석은 사람의 법인지 지혜로운 사람의 법인지 알아서 어리석은 법인 줄 알았으면 마땅히 멀리하고 지혜로운 사람의 법을 행해야 한다.”가 된다.

7) 《사품법문경》에서 말하는 사품(四品)은 어리석은 이가 모르는, 그러나 지혜로운 이는 아는 계법(界法), 처법(處法), 연기법(緣起法, 또는 緣生法), 처·비처법(處·非處法)의 네 가지를 말한다.

8) 《出曜經》卷22, <親品>(T4, 729c), “愚者自稱愚 當知善黠慧 愚人自稱智 是謂愚中甚.”을 직역하면 “어리석은 이가 스스로 어리석다고 칭하면 선한 지혜를 알게 될 것이나, 어리석은 이가 스스로 지혜롭다고 칭하면 이것을 일러 어리석어도 너무 어리석다고 한다.”라고 할 수 있는데 《불교대전》에서는 ‘稱’을 ‘知’로, ‘知’를 ‘得’으로 수정하였다.

법진 스님 | 한국불교선리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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