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를 겸비한 선승이자 학승으로 꼽히는 학담 스님이 대작 《학담 평석 아함경》 후 10여 년 만에 《조론》을 펴냈다.

《조론》은 승조 법사(384~414)가 20대에 지은 저술이다. 유교와 도교가 양분하던 중국 남북조시대, 불교가 이들을 회통하고 불교의 보편화된 철학시대를 연 역작으로 꼽힌다. 원효 대사도 《조론》을 인용할 만큼 동아시아 불교에서 널리 알려진 저술이다.

학담 스님은 최근 인사동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중국불교사에 있어서 구마라집의 역경과 승조의 저술은 문명사의 대전환이다. 이를 통해 중국불교는 격의불교를 넘어선 새 불교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스님은 “《조론》은 통합과 화쟁의 정신을 담은 책이다. ‘연기’라는 초기불교 가르침과 ‘실상’, ‘돈오’ 등 대승불교 가르침을 회통할 시각을 열어준 논장이다. 오늘날 남북 분단과 좌우 이념이 갈리는 때 통합과 화쟁의 길을 열어주기 바라는 마음에서 《조론》을 번역했다”고 말했다.

뛰어난 학승의 자질을 갖고 남보다 열심히 경전 공부를 했던 스님이었지만 한문학계와 동양철학계에서 최고의 난문으로 알려진 《조론》은 어려웠다. 스님은 “당시 《조론》 강설을 ‘물불천론’에서 중지하고 이후 50대까지 원문을 틈틈이 번역했다. 자운 준식의 주해를 발견하고 그 주해를 번역해 평석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학담 스님은 자신의 평석한 《조론》에 ‘불교철학의 자기 넘어섬과 실현’이라는 부제를 붙였다.

그 이유를 스님은 “많은 이들이 선은 출세간 지혜를 깨치는 법이고 세간법을 살피는 지혜와는 다른 것으로 생각한다. 반야는 세간법의 공한 진실을 살피되 알되 앎 없이 세간에 대응하는 지혜라고 《조론》은 밝히고 있다”고 했다. 이어서 “많은 수행자가 선수행과 일상행위, 수행과 치생산업의 노동을 이원화하는 병폐를 안고 있다. 《조론》에서는 선의 무념과 지혜는 세간에 대한 자비행, 방편행으로 발현돼야 함을 보이고 있다”고 했다.

스님은 “‘열반의 이름 없음’은 열반이 다만 초월의 영역이 아니라, 열반에 열반의 닫힌 모습을 깨뜨림으로써 니르바나의 법이 온전히 해탈의 행, 자비의 행으로 현실 역사에 복귀해야 함을 보인다”고 덧붙였다.

학담 스님은 1970년 불심도문 스님을 은사로 경주 분황사에서 출가했다. 서울 대각사에서 학업과 함께 용성 조사 1세대 제자인 동헌 선사 동광 선사로부터 수년 동안 선 수업을 받았다. 《육조법보단경》 등 30권에 이르는 많은 불전 해석서를 발간했고, 2014년 《학담평석 아함경》 12책 20권의 방대한 경전불사를 회향했다. 2016년 사단법인 문화유산 가꾸기 푼다리카모임을 설립해 우리 사회 조화와 상생의 문화, 평화와 소통의 문화 확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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