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보 ‘백지 묵서 묘법 연화경 권제1~7’, 고려 1377년. 사진 제공 호림박물관.
국보 ‘백지 묵서 묘법 연화경 권제1~7’, 고려 1377년. 사진 제공 호림박물관.

수많은 이기(利器) 가운데 종이만큼 인간의 삶과 문화에 영향을 준 물건은 없을 것이다. 종이에 남긴 생생한 역사와 수많은 생각, 사상은 인류의 정신과 문화를 풍성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종이의 용도는 기록 매체에 머물지 않았다. 공예품으로까지 확대돼 일상생활 전반에 큰 영향을 끼쳤다.

옛 사람들이 종이와 함께한 시간을 기록한 전시회가 열린다.

성보문화재단 호림박물관(관장 오윤선)은 올해 첫 번째 특별전 ‘여지동락(與紙同樂), 종이와 함께하는 즐거움’을 개최한다. 특별전은 1, 2차로 나뉘어 서울시 강남구 신사동 소재 호림박물관 신사분관에서 열린다. 1차는 3월 2일부터 5월 13일까지, 2차는 5월 23일부터 7월 29일까지 이어진다.

전시에서는 ‘백지 묵서 묘법연화경 권제1~7’, ‘초조본 대광방불화엄경 권제75’ 등 국보 2점과 보물 6점, 서울시 유형문화재 2점 등 모두 152점의 유물을 선보인다.

‘여지동락(與紙同樂)’ 특별전 제 2전시실. 사진 제공 호림박물관.
‘여지동락(與紙同樂)’ 특별전 제 2전시실. 사진 제공 호림박물관.

특별전은 3개 전시실로 구성됐다. 각 전시실마다 유물과 현업 작가의 작품을 함께 선보인다.

제1전시실의 주제는 ‘종이, 기록을 담다’이다. 사경, 필사, 목판 인쇄 등 다양한 방식을 통해 한지에 담긴 기록물과 고서(古書)를 이용해 기억과 역사를 담아낸 전광영 작가의 한지 작품을 함께 선보인다.

제2전시실의 주제는 ‘종이, 정신을 밝히다’이다. 금속활자, 문방구, 가구 등 문인들이 사용한 종이공예 유물을 소개한다. 종이로 올곧은 정신과 수신(修身)을 표현한 최병소, 박서보 작가의 현대작품도 함께 선보인다.

전광영 ‘Aggregation17-AU060’, 2017. 사진 제공 호림박물관.
전광영 ‘Aggregation17-AU060’, 2017. 사진 제공 호림박물관.

제3전시실의 주제는 ‘종이, 생활 속에 스며들다’이다. 사용자와 용도에 따라 지장(紙裝), 지승(紙繩), 지호(紙糊) 등 다양한 기법으로 제작돼 실생활에서 사용된 종이공예품과 한지의 물성을 이용해 새로운 조형 세계를 만들어 낸 이응노, 권영우, 정창섭 작가의 현대작품을 소개한다.

전시의 시작과 마지막은 병풍과 한옥의 바닥재인 장판지에서 영감을 받아 가변적 사유의 공간을 만들어 낸 지니 서의 작품 ‘Her Side of Me / Crossing Thresholds’로 꾸며진다.

‘여지동락(與紙同樂)’전을 기획한 호림박물관 학예연구실 관계자는 “이번 전시회는 일상생활에서 흔히 사용되는 종이의 다양한 활용에 대해서 살펴보는 전시”라며, “기록부터 문방구, 생활용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유물을 통해 종이의 존재와 가치에 대해 다시 한 번 알아보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여지동락(與紙同樂)’ 특별전 포스터. 사진 제공 호림박물관.
‘여지동락(與紙同樂)’ 특별전 포스터. 사진 제공 호림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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