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안 정려각 청판 단청. 사진 제공 노재학 작가.
부안 정려각 청판 단청. 사진 제공 노재학 작가.

노재학 사진작가는 1년 중 근 300일을 길 위에서 보낸다. 궁궐, 전통사찰, 향교, 서원, 종택, 정려각 등 전통 목조건축을 찾아다니며 단청 문양과 벽화를 사진에 담고, 전통건축의 장엄세계를 탐구하며, 전통문양과 단청장엄을 집대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노재학 작가가 길 위에 빚어낸 새로운 단청 작품이 부산시민과 만난다.

노재학 작가는 12월 22일부터 31일까지 부산시민공원 다솜갤러리에서 ‘단청, 세세생생의 빛’을 주제로 개인전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회에는 작가의 신작 40여 점 선보인다. 전시회는 ‘시들지 않는 세세생생의 꽃으로 올린 공덕 장엄의 빛’, ‘꽃 피고 새 지저귀는 지금 여기의 자비와 생명력에 올리는 세세생생 공양 예경의 빛’, ‘언어가 형용의 길을 잃은 곳에 미묘한 상징으로 표현한 불가사의한 빛’, ‘염원과 길상의 빛’ 등 네 가지 주제로 구성됐다.

작가는 단청을 “고구려 고분벽화로부터 면면히 전승돼 온 한국 고유의 미술”로 정의했다. “단절되거나 잠시 빛났던 빛이 아니라 면면히 전승돼 온 세세생생(世世生生)의 빛”이자, “한국 전통미술의 빛이고, 민족미술의 빛”이라는 것이다.

노재학 작가. 작가 제공.
노재학 작가. 작가 제공.

작가에 따르면 “단청은 색채 개념을 넘어선 철학의 색채로서 조화로운 우주질서를 반영하고 구현”한다. 단청은 청적황백흑(靑赤黃白黑)의 오방색(五方色)을 중심으로 하는데, 오방색에는 방위의 공간개념과 절기의 시간개념, 그리고 인의예지신(仁義禮智信)의 인간 덕목이 종합적으로 구현돼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청색은 공간방위로는 동쪽을, 절기상으로는 만물이 소생하는 봄을, 인간의 본성으로는 자비로움의 인(仁)을 상징한다는 설명이다.

“단청의 빛 속에는 사람의 온갖 간절한 바람과 신성함, 고귀함, 길상의 뜻이 담겼다”는 작가는 “궁궐, 사찰, 서원, 종택, 정려각 등 전국 곳곳의 다양한 전통건축에서 간절한 빛을 채집해서 한 곳에 모았다. 세세생생 이어져 온 고귀한 단청 빛에 물들기를 바라며 오색의 전시회를 펼친다.”고 개인전을 마련한 취지를 밝혔다.

전시기간 중 매일 오후 2시와 6시에 작가가 직접 진행하는 작품해설이 열린다. 단청 문양의 본질에 대한 해설은 물론 사진 작업에 얽힌 뒷이야기도 들을 수 있다.

노재학 작가는 전통 목조건축의 단청과 벽화를 집대성하는 작업 외에도 노거수와 건축사진 작업 행하고 있다. 2019년에는 ‘한국산사 단청의 미’를 주제로 서울, 부산, 광주, 대구 등지에서 전국 순회 사진전을 가졌다. 저서로 《한국 산사의 단청세계》(미술문화, 2019), 《한국의 단청 1》(미진사, 2021), 《산사명작》(불광, 2022) 등이 있다.

노재학 작가 개인전 ‘단청, 세세생생의 빛’ 포스터.
노재학 작가 개인전 ‘단청, 세세생생의 빛’ 포스터.

 

 

저작권자 © 불교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