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14일 원직 복직을 요구하는 1인 시위를 준비하던 조계종 민주노조원이 봉은사 승려 등으로부터 집단 폭행을 당하는 일이 벌어졌다. 승려가 폭행 당사자인 데다가 백주대낮에 서울 강남의 큰 사찰 앞에서 경찰이 주변에 있는데도 벌어진 집단폭행이어서 교계는 물론, 국민들도 큰 충격을 받았다.

그러나 그 뒤 조계종과 봉은사가 보여준 모습은 실망스럽기만 하다. 조계종 민주노조원을 폭행한 봉은사 승려가 참회문을 낸 뒤 잠적하고, 봉은사도 소속 교역직 종무원이 연루되었다며 유감을 표명했지만 그뿐이었다. 집단 폭행에 가담한 승려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관련자 징계, 사건 배후 등에 대한 규명이 필요한 사안이지만, 조계종은 지금껏 검․경의 법적 조치를 지켜본 뒤 대응하겠다는 미온적인 반응을 보일 뿐이다. 일반인들이 저질러도 큰 비난을 받는 집단 폭행이 종단 내부에서 벌어졌는데도, 조계종은 이를 묵인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집단 폭행 가담자에 대한 조사와 관련자 징계, 사건 배후 규명을 미루면 미룰수록, 그 배후에 종단 권력의 실세가 있기 때문일 것이라는 세간의 의심만 짙어질 뿐이다.

마침 참여불교재가연대 교단자정센터가 조계종 승려를 대상으로 조계종 민주노조원 집단 폭행 사건에 대해 설문한 결과가 공개됐다. 응답자의 90% 가량은 종단이 집단 폭행에 대해 공개 사과하고 폭행 승려를 신속하게 조사․징계해야 한다고 답했다고 한다.

집단 폭행을 당한 조계종 민주노조원은 지난 1일 원래 근무하던 총무원으로 복직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집단 폭행 가담자에 대한 조사와 징계, 사건 배후 규명 없이 유야무야 없던 일처럼 지나가서는 안 될 일이다.

백수의 왕 사자를 죽게 만드는 것은 외부의 공격이나 위협이 아니라, 몸속에서 자라는 한 마리 작은 벌레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조계종은 사자충을 방치해 종단, 나아가 한국불교의 미래를 망치는 일을 자초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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