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섭 스님의 작품 ‘칠곡 대원사 석가모니 후불탱화’.
일섭 스님의 작품 ‘칠곡 대원사 석가모니 후불탱화’.

“부처님 교리를 마음대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수백 년 이어온 도상을 마음대로 흔들어선 안 된다. 교리에 어긋난 작품은 아무리 아름다워도 성보가 될 수 없다.”

일섭문도회 이사장 허길량 불모(전 국가무형문화재 목조각장)는 지난달 3일 서울 수송동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같이 말했다. 허길량 불모는 “장인의 노하우와 공력은 하루아침에 이룬 것이 아니다. 젊은 작가들이 도제식 교육을 기피해 걱정스럽다. 도제식 교육을 받은 젊은 작가들은 혼자 활동하는 작가보다 뛰어난 면이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일섭문도회는 도제식 교육이 특징이다. 90대 원로 장인부터 20대 신진 장인이 불상, 불화, 탱화, 단청, 불교공예 등 폭넓고 다양한 스펙트럼을 이루고 있다. 300여 문도 가운데 23명이 전·현직 무형문화재이고, 문화재수리기능자 기술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들 불모는 전시 출품작도 스승 허락을 득한 뒤 할 만큼 철저한 사제지간 속에 작품 활동을 한다. 이런 가풍 속에서 일섭문도회 100여 명이 100여 작품을 출품해 전시회를 연다.

일섭문도회(이사장 허길량 불모)는 8월 17일부터 23일까지 서울 인사동 마루아트센터 특별관에서 전시회를 연 데 이어 9월 1일부터 오는 10월 10일까지는 송광사 성보박물관에서 ‘불모들의 향연’을 주제로 문도전을 열고 있다. 문도회는 3년마다 문도전을 개최해 왔는데, 이번 전시회는 코로나19 사태로 미뤘던 전시이다.

전시에서는 일섭 스님의 작품 ‘칠곡 대원사 석가모니 후불탱화’가 처음 선보인다. 허길량 불모가 ‘관세음보살’(69×89×221cm), 전연호 불모(대구시무형문화재 단청장)가 ‘하동칠불도’(96×186cm) 등 100여 문도가 100여 점의 회화, 조각, 단청, 공예 등 불교미술 100여 점을 출품한다.

일섭문도회는 금용 일섭 스님(1900~1975년)에게서 사사 받은 300여 불모가 모인 단체이다. 일섭 스님은 금호 약효, 보응 문성 스님 전통을 계승한 불모로, 불화, 개금, 단청, 조각 등 다방면에 두루 능통해 금어라 불렸다. 스님은 최초 국가지정 무형문화재 단청장이었다. 이번 4회 차 전시 두 번째인 송광사는 일섭 스님의 출가 사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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