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 그곳은 현대인들에게 쉼터이자 명승 관광지로 여겨지기 쉽다. 불자들 역시 기도와 수행의 귀의처이자 순례처로 인식하기 십상이다. 전통적 사찰은 관광객이나 재가불자 그들을 위한 공간이 아닌 그곳에서 먹고 자고, 기도·수행하는 스님들의 일상처이다. 보통 사찰을 뜻하는 가람(伽藍)은 ‘여러 승려가 모여 수행하며 살아가는 곳’이었다.
가람의 공간은 초기 수행처에서 불상 등 봉안을 위한 불당 등으로 필요에 따라 점차 확대 발전했다. 불교의 중국전래 후 사찰에 7가지 건축물을 갖추지 않으면 안 되게 되었는데 이것을 칠당가람(七堂伽藍)이라고 한다. 7당이란, 금당(金堂)·강당(講堂)·탑·식당·종루(鐘樓)·경장(經藏)·승방(僧房)을 다 갖춘 형식을 말한다.
전통사찰은 건축을 맡은 스님이나 목수들의 개성과 시대, 지역, 신앙적 배경에 따라 그 공간배치나 형식이 무수히 존재한다. 100 개의 사찰에 100가지 형식이 있을 정도이다. 사찰은 그 자체만으로도 신앙의 대상이자 종교의 표상이었다. 따라서 사찰공간배치와 활용은 철저히 불법을 전하는 장소이자, 수행자들이 모여 사는 이들이 요구하는 기능이 주를 이루었고, 이처럼 가람을 이루는 구성과 건축물 배치는 교리와 의례에 따라야 했다.
전통사찰내 외부인들이 많이 찾는 금당 등은 지형적 입지를 중시한 신앙적, 교리적 공간이  건축됐다. 강조된 신앙적 위의는 찾는 이들의 발걸음을 늦추고 언행을 삼가하도록 유도했다. 그곳에 살아가는 스님네들의 ‘출세간의 세간적 공간’인 승방 등 역시 외부로부터의 방문객이나 재가자들에게 개방적이지 않았다.
아무리 수행자라 해도 세수나 빨래, 용변 등 자질구레한 일상사를 피할 수 없고, 이 같은 생활이 방문객에게 노출되면 출가자의 위의(威儀)가 손상될 수 있기 때문이다. 보통 승방은 담장이나 건물벽을 이용해 공간을 분리하고 출입문은 유일하게 둔다. 순천 선암사 ‘ㅁ’자 승방의 출입문은 절묘하다. 부엌문을 통해야만 승방 출입이 가능해 낯선 이는 부엌입구에서 돌아서게 된다.
사찰은 기본적으로 대중에게는 불보살을 경배하는 예배의 공간이자, 승려들에게는 수행과 일상의 공간이다. 가람은 김봉렬(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의 말처럼 '입체적으로 표현한 건축적 경전이며, 신앙의 거대한 만다라'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세상이 변하면서 사찰의 기능은 더욱 늘었다. 고려시대에는 지역 사회의 문화 중심 역할이 부가됐고, 교통의 중심으로 여관과 시장기능도 가지고 있었다. 대중들의 시끄러울 수 있는 예불공간은 청정한 수도원 기능과는 어울리지 않지만 사찰은 시대적 요구에 의한 복합적인 쓰임새를 독자적 공간활용을 통해 구분했다. 

오늘날 사찰공간 역시 기본적으로 전통적 사찰의 공간과 다르지 않다. 하지만 현대적 사찰은 과거 사찰에 비해 넉넉하지 않은 공간임에도 방문객의 수가 많고 접근성은 훨씬 높다. 극히 소수의 승려가 머무는 공간에 엄청난 수의 방문객이 찾아오고, 기도와 수행을 위해 짧게는 수 시간, 길게는 수십 일 동안 일상적 생활을 한다. 방문객을 위해 종무원들이 일하고 숙식을 해결한다. 과거 수행자의 위의를 위해 설정된 공간의 통제가 허물어지고 방문객을 위한 공간으로 열린 것은 당연한 일이다.
오늘날 재가자들의 요구는 다양하다. 과거 신앙적, 교리적 공간 위주의 법당이 현대에는 다양한 모습으로 변화한다.
어린 자녀를 맡길 곳이 없어 기본적인 기도와 법회에 참석하기 어려운 주부불자들을 위한 공간이 마련된다. 법장사(주지 법장 스님, 서울 중랑구 묵동)가 그렇다. 도심포교당인 법장사는 법당 뒤편에 놀이방을 배치했다. 아이들이 법회나 기도를 방해하지 않도록 하고, 아이들을 위한 놀이법회를 따로 동시에 진행해 여성 포교와 어린이 포교의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는다.
놀이방은 사방이 강화유리벽으로 설치돼 방음도 되고 법회 틈틈이 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어 주부신도들의 호응이 높다. 조계사도 법회 참석 연령에 따라 법회를 세분화하고 이에 맞는 공간을 배정한다. 대웅전은 성인들, 작은 설법전은 미취학 아동을 대상으로 ‘유아법회’를 진행한다. 자연스레 어린이 포교와 성인들을 위한 주말 법회가 활성화된다.
꼭 건조물을 별도 설치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공간 활용도 중요하다. ‘넥타이 신도(거사불자)’들을 위한 공간활용도 눈에 띤다. 남성들의 법회 참석도가 낮은 이유 중 하나가 ‘절’을 많이 하기 때문(?)이다. 다수의 거사가 아줌마(보살)들의 엉덩이에 대고 절을 하는 것이 싫다고 말한다.
금강정사(주지 혜거 스님, 서울 강남구 개포동)는 늘어나는 넥타이 신도를 위해 법당 공간을 분리했다. 참석이 잦고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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