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은 속리산 법주사 경내에서 스님들이 상습 도박판을 벌였다는 고발장이 검찰에 접수된 지, 2년 4개월 만에 관련 스님들이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됐다. 사진 MBC ‘바로간다’ 방송화면 갈무리.
보은 속리산 법주사 경내에서 스님들이 상습 도박판을 벌였다는 고발장이 검찰에 접수된 지, 2년 4개월 만에 관련 스님들이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됐다. 사진 MBC ‘바로간다’ 방송화면 갈무리.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산지승원 보은 속리산 법주사 경내에서 불거진 승려들의 도박 의혹 사건과 관련 경찰이 도박 관련 승려와 사찰 주지 등을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넘겼다.

7일 충북도경찰청은 속리산 법주사에서 도박을 한 혐의로 고발된 승려와 이를 방조한 주지를 입건해 지난달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산지승원 내부에서 도박을 했다는 한 재가신도의 고발장이 접수된 지 2년 4개월 만이다. 경찰은 지난해 5월 이 사건 연루자들을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지만, 검찰이 여러 차례 보완수사를 지시해 수사 기간이 길어지자 검찰의 수사 의지에 의문을 표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동양일보>에 따르면 경찰 관계자는 “검찰에서 2차례의 보완수사 지시가 내려왔고, 지난달 초 사건을 마무리해 완전히 검찰로 넘겼고, 도박한 승려가 몇 명인지, 판돈이 얼마인지 등 구체적인 혐의와 인원은 확인해 줄 수 없다”라고 밝혔다.

이 사건은 2020년 2월 한 재가 신도가 “2018년 법주사 승려들이 10여 차례에 걸쳐 도박을 했다”며 “당시 이를 알고도 주지 스님이 방조했고, 주지 스님은 해외 원정도박을 했다”며 검찰에 고발장을 내면서 불거졌다.

당시 고발인이 상습도박 의혹으로 고발한 스님은 8명이다. 당시 이들은 대부분 법주사 7직인 전·현직 국장 소임을 맡거나 주요 사찰 주지로 재임하고 있었다. 피고발인 중에는 2008년 도박 현장서 검거됐던 스님 두 명이 포함됐다. 고발인은 법주사 주지 스님이 도박 현장에 함께 어울리지 않았지만, 상습도박을 알고도 방조하거나 묵인했고, 해외 원정도박을 했다는 의혹이 담긴 녹취를 경찰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발장 접수 이후 경찰 조사가 시작될 무렵인 지난해 2월 A 스님은 법주사 내 도박 정황을 구체적으로 폭로하기도 했다. A 스님은 “2018년 3월께 일과가 끝난 저녁 무렵부터 새벽녘까지 법주사 스님들과 도박을 했다”고 주장했다.

A 스님은 ““도박은 스님들이 차를 마시는 다각실에서 이뤄졌다.”며, “판돈이 300만~400만원에 달했고 돈이 떨어지면 법주사 입구의 현금인출기에서 돈을 빼서 다시 도박했다. 도박이 끝나면 다음 날 B스님은 다른 스님들에게 누가 얼마를 땄는지, 누가 또 얼마를 잃었는지를 물었다”고 주장했다.

이 사건은 법주사 중진 B 스님이 주지 스님의 해외 원정도박 의혹에 “66번이나 해외에 나간 이유를 밝히라”고 공개 질의하면서 일파만파 커졌었다.

B 스님은 주지 스님이 2016년 3월 주지에 취임한 이후 2016년 12회, 2017년 18회, 2018년 16회, 2019년 20회 등 모두 66회에 걸쳐 해외에 출국했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출입국 횟수는 한 회당 출국 기간을 3일로 잡더라도 200일에 달하고, 5일로 잡으면 대략 1년이 되는 기간으로 추정된다는 것이다.

애초 관할인 보은경찰서는 사건을 넘겨받아 피고발인 8명을 조사했지만, 증거를 확보하지 못해 애를 먹었다. 때문에 경찰은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 법주사 주지 스님 집무실과 휴대전화 등을 압수수색 하기도 했다. 이후 주지 스님의 해외 원정도박 의혹과 관련된 구체적 정황 등을 확보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사건은 보은경찰서에서 충북경찰청으로 이첩돼 수사가 진행됐다. 당시 <뉴시스>는 “경찰은 법주사 주지 스님의 해외 도박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 60여 차례 해외를 다녀온 출입국 기록을 확인하고, 현지 안내 관계자 등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했다”며 “휴대전화 통화기록, 통장 입출금 거래 내역 등을 분석, 혐의 입증에 주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충북경찰청은 이 사건을 수사하면서 관련자 등 진술, 휴대전화 통화기록, 통장 입출금 거래 내역 등을 분석해 혐의를 입증해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으로 조계종 총무원장 원행 스님은 이례적으로 담화문을 내 “국민 여러분과 사부대중 여러분께 참회드린다”며 “국민과 사부대중 여러분께 대한불교조계종의 자정능력이 있음을 보여 드리고 두 번 다시는 이러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사과했다. 이어 중앙징계위원회를 열어 도박의혹 사건으로 물의를 빚은 법주사 말사(末寺) 주지 4명을 직무정지 징계를 의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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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업무 제휴사인 <불교닷컴>이 제공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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