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 고판화박물관 소장 덕주사판 불설아미타경 아미타내영도, 조선 1572년, 강원도 유형문화제 152호. 사진 제공 명주사 고판화박물관.
원주 고판화박물관 소장 덕주사판 불설아미타경 아미타내영도, 조선 1572년, 강원도 유형문화제 152호. 사진 제공 명주사 고판화박물관.

우리나라에 하나 뿐인 판화 전문 박물관인 원주 명주사 고판화박물관(관장 한선학)이 6월 26일까지 ‘영원한 행복의 세계 - 동아시아 정토판화’ 특별전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회에는 그동안 한선학 관장이 수집한 고판화박물관 유물 6000여 점 중 불교회화사와 판화사에서 주목 받는 정토 관련 목판과 전적, 불화 판화 등 100여 점을 선보인다.

강원도 유형문화제 152호인 ‘덕주사판 불설아미타경’의 아미타내영도, 강원도 유형문화재 153호인 ‘용천사판 불설아미타경’의 반야용선도 등 우리나라 작품과 1845년 도쿄 조죠지(增上寺)에서 조성된 세계 최고 수준의 관경만다라 판목, 16세기 토요토미 히데요시가 발원해 조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정토만다라 다색판화 등 일본 작품, 명말 청초에 조성된 ‘아미타내영도’ 목판과 광저우 불산에서 조성된 ‘반야용선도’, 난징 금릉각경처가 조성한 ‘극락장엄도’ 판화 등 중국작품이 전시된다.

도쿄 조조지(增上寺) 관경만다라 인출본. 사진 제공 명주사 고판화박물관.
도쿄 조조지(增上寺) 관경만다라 인출본. 사진 제공 명주사 고판화박물관.

전시회에서 주목할 만한 작품은 조죠지에서 조성된 ‘관경만다라’(정토만다라) 판목이다. 이 판목은 30여 년 동안 판화와 판목을 수집해온 한선학 관장이 가장 아끼는 작품이다. 이 작품은 조죠지 지관실 제10대 주지 미쯔젠(密善)이 재물 30금을 들여 조성했다. 산벚나무 세 쪽에 극락정토를 새겼는데, 크기가 가로 105cm, 세로 109cm에 이르는 대형 작품이다. 조각 솜씨가 매우 아름답고 정교한 것이 특징이다. 완성 직후 한 장, 1980년 70매를 인출한 것을 제외하곤 거의 인출하지 않아 보존상태가 완벽하다.

‘조죠지 관경만다라’는 나라 다이마데라(當麻寺)에 전래된 ‘당마만다라(當麻曼茶羅)’를 계승한 작품이다. ‘당마만다라’는 763년 법여(法如) 스님이 연근에서 뽑은 실로 하룻밤 만에 짰다고 하는, 가로 397cm, 세로 395cm 크기의 대형 자수만다라이다. 이 자수만다라는 《관무량수경》, 《무량수경》, 《아미타경》의 정토삼부경 등 3경 1론 5부 9권을 하나의 그림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화면을 가운데 내진(內陣), 오른쪽 외진(外陣), 왼쪽 외진, 아래쪽 외진의 네 구획으로 나누어, 가운데 내진에는 아미타여래의 극락정토를, 왼쪽 외진에는 《관무량수경》이 설해진 인연을, 오른쪽 외진에는 아미타불 정토에 마음을 돌리는 관법을, 아래쪽 외진에는 왕생인의 모습을 각각 표현했다.

‘당마만다라’는 여러 대에 걸쳐 전사되었고, 목판화로도 개판돼 일본은 물론 중국에까지 널리 배포되었다. 이번 특별전에 선보이는 조죠지의 관경만다라도 그중 하나다.

‘조죠지 관경만다라’ 판목을 살펴본 박도화 전 문화재청 문화재감장관실 실장은 “정토불교가 발전한 일본에서 가장 많이 만들어진 관경만다라 판목 중에서 현존하는 세계 최고 수준의 작품”이라며, “판목 뒷면에 제작 시기 등이 묵서돼 있어 정토만다라 판화를 연구하는데 중요한 자료”라고 평가했다.

한선학 관장은 2020년 12월 야후 옥션에 ‘조죠지 관경만다라’ 판목이 출품된 것을 확인하고 치열한 경쟁 끝에 낙찰 받았다. 한 관장은 “30여 년 동안 가져온 동아시아 고판화에 대한 짝사랑이 결실을 맺은 것”이라며, “아미타불의 가피로 이루어진, 30여 년간의 수집 중 최고 성과”라고 밝혔다. 이번 특별전에는 ‘조죠지 관경만다라 판목’과 함께 10여 년 전 입수한 1980년 인출본도 함께 전시된다.

이번 특별전은 역병이나 전쟁, 기근 등으로 고통 받는 현실을 극복하고, 자유와 안락이 보장된 정토를 표현한 정토장엄도를 통해 시민들이 마음의 위안을 얻을 수 있도록 기획됐다.

한선학 관장은 “이번 특별전은 고판화박물관의 역량을 결집한 대규모 전시회”라면서, “출품작을 통해 동아시아인들이 꿈꿔온 영원한 행복의 안식처인 정토의 세계를 더욱 쉽게 이해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특별전은 문화재청 2022년 생생문화재사업의 일환으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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