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 송광사 불조전 53불도 중 오불도, 송광사 송보박물관 소장
순천 송광사 불조전 53불도 중 오불도, 송광사 송보박물관 소장

국보 ‘송광사 화엄경 변상도’ 모사 불사 회향을 기념하는 특별전이 열리고 있다.

순천 송광사성보박물관(관장 고경)은 8월 15일까지 ‘그리운 만남, 새로운 만남’ 특별전을 개최한다. 이번 특별전에는 원본 불화 보존·연구를 목적으로 2018년부터 지난 3월까지 진행된 ‘송광사 화엄경 변상도’ 모사본이 공개된다. 또한 ‘삼일암 지장시왕도’와 ‘보조암 묵암당 진영’, ‘보조암 치성광여래도’, ‘불조전 53불도’ 중 ‘오불도’ 2폭 등 도난, 약탈 등의 이유로 송광사를 떠났다가 돌아온 불화와 함경남도 덕원군 적조암 ‘지장시왕도’와 ‘금동여래좌상’ 등 일본으로 반출됐다가 귀국한 불화·불상이 함께 전시된다.

‘송광사 화엄경 변상도’는 지상과 천상 7곳에서 9번 설법한 《화엄경》 내용을 압축, 묘사한 불화다. 영조 46년(1770) 조성됐다. 아홉 번의 설법을 질서정연하게 배치하고, 그 공간을 불보살과 구름 등으로 화면을 채웠다. 18세기 말 작품이지만 불·보살의 형태가 단정하고 정연하여 당대 최고의 불화로 손색이 없다. 화엄경 변상도로는 드문 작품이다. 모사본 조성은 해송불교미술원이 담당했다. 불화 원형을 그대로 모사하면서 훼손된 곳은 복원했다. 모사본 화엄경변상도는 향후 화엄전에 봉안될 예정이다.

순천 송광사 화엄경변상도 모사도 부분
순천 송광사 화엄경변상도 모사도 부분

‘삼일암 지장시왕도’는 송광사 경내 관음전에 봉안돼 있던 불화다. 1991년 도난당했다가 2104년 6월 환수됐다. 이 불화는 송계당 쾌윤(松溪堂 快潤) 스님이 영조 41년(1765) 선암사에서 조성했다. 송계당은 송광사 16국사 진영을 조성한 화승이다. 녹색 채색이 두드러진 이 불화는 지장보살 오른쪽 무릎에 연꽃 혹은 복주머니처럼 도드라지게 그린 갑대(甲帶)가 인상적인 작품이다.

‘보조암 묵암당 진영’은 1906년 일본헌병대가 의병을 진압할 때 약탈된 것으로 추정된다. 2017년 동국대 박물관이 개최한 특별전에 공개된 뒤 일본 소장자와 협의를 거쳐 환수됐다. 현재 남아있는 조선 시대 스님 진영 대부분이 19세기 것인데 비해 이 진영은 18세기 작품이다. 묵암 대사를 눈앞에서 마주한 듯 표정과 신체 비례가 자연스럽다. 배경 곳곳에 금니(金泥)를 적절히 사용한 것도 눈길을 끈다. 실재감이 뚜렷하고 그림 테두리마저 세련되게 묘사한 보기 드문 걸작으로 평가받는다.

‘보조암 치성광여래도’는 청진암에서 조성된 후 보조암에 봉안됐던 불화다. 2020년 6월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 해외 경매시장에 출품된 한국문화재를 모니터하던 중 발견했다. 이후 소장자와 협의를 거쳐 환수됐다.

함남 적조암 금동아미타여래좌상, 송광사 성보박물관 소장
함남 적조암 금동아미타여래좌상, 송광사 성보박물관 소장

‘불조전 53불도’ 중 ‘오불도’ 2폭은 1969년부터 이듬해까지 불조전을 보수하는 과정에서 다른 전각으로 옮겨졌다가 사라진 불화다. 한 폭은 미국인 로버트 마티엘리 씨가 인사동에서 구입해 미국으로 반출한 뒤 2014년 포틀랜드박물관에 기탁했다. 이 불화는 국립문화재연구원이 해외 한국문화재를 조사하던 중 실체가 확인돼 소장처와의 협의를 거쳐 환수됐다. 다른 한 폭은 1990년대에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됐는데, 장기 대여 형식으로 돌아왔다.

‘적조암 지장시왕도’와 ‘금동여래좌상’은 1912년 원산 본원종 분원으로 옮겨졌다가 일본으로 반출됐다. 불화와 불상을 소장하고 있던 일본 진종대곡파(眞宗大谷派) 이각사(利覺寺) 주지 하세 요시오 스님이 한국으로 돌아가는 것이 옳다고 판단해 2000년 송광사에 기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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