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승 제54기 임관 고불법회. 사진 조계종 군종특별교구.
군승 제54기 임관 고불법회. 사진 조계종 군종특별교구.

불교계 재가단체들이 군 포교 핵심 인력인 ‘군승’ 문제에 한목소리로 조계종의 책임을 물었다.

한국교수불자연합회 등 재가단체는 4월 15일 공동성명을 내 군승 인원 부족 사태에 대한 대한불교조계종의 책임을 추궁하고, 천태종과 진각종 등 다른 종단과 협의해 군승 인력 파견 부족 사태 해결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이 성명에는 (사)KYBA대한불교청년회, (사)대한불교삼보회, (사)우리는선우, 대한민국지키기불교도총연합, 신대승네트워크, 참여불교재가연대, 한국교수불자연합회, 한국대학생불교연합회 총동문회가 이름을 올렸다.

국방부에 군승을 파견하는 것은 조계종이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 <군종교구특별법>을 제정해 군승은 총무원장이 군대 내 포교업무를 담당하기 위해 파견하는 요원이라고 정의했다. 올해 군종특별교구는 국방부가 배정한 군승 파송 인원 18명 가운데 40%에도 못 미치는 7명만 선발했다. 현재 군승 요원(군종장교)은 출신 학과에 관계없이 38세 미만으로 사미계를 수계하면 누구나 지원할 수 있다. 문제는 출가자 급감과 맞물려 군승 파견 부족 사태가 매년 이어지고 있는 점이다.

일부 매체가 올해 군승을 8명 선발했다고 전했지만, 그중 1명이 자격 미달로 탈락하면서 최종 인원은 7명이 됐다. 국방부는 조계종 군종특별교구가 남은 11명의 파송인원을 채우지 못하면 다른 종교에 배정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군목은 최근에도 경쟁률이 10대 1로 치열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군대에서 군종 장교는 장병들의 신앙생활뿐만 아니라 인격도야, 사기진작, 병영상담, 사회단체 연계 등의 교육·선도·대민 활동 등의 업무도 수행한다.

이들은 “군승 확보에 한국불교 명운이 걸렸다”면서 “작금의 사태를 유발한 대한불교조계종은 책임을 통감하고, 당장 부족한 11명의 군승을 자체적으로 파송할 수 있는 특단의 조치를 강구하고, 필요하다면 여타 종단과 함께 해결방안을 시급히 협의하고 도움을 청할 것”을 촉구했다.

단체들은 “군승 수급 부족 문제는 이미 오래전부터 충분히 예견된 일”이라며 “교계 언론은 물론이고 종단과 여러 신행 단체에서 끊임없이 우려하며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 주제였다.”고 지적했다.

이들 단체는 “군 불교 초기부터 법당 시설 건립과 포교 지원에 나섰던 천태종의 지속적인 군승 파송 요구, 2002년 진각종의 군승 문제에 관한 성명서 발표, 그리고 2014년에는 조계종의 군 불교 독점을 개선하라는 감사원의 지적 등이 있었다.”면서, “불교 군종을 관할하는 대한불교조계종이 이를 귀 담아 듣지 않고 독선을 부린 결과가 이러한 참사를 야기한 것”이라고 조계종 책임론을 지적했다.

조계종은 2009년 관련 종법을 개정해 군승에 한해 적용한 독신 예외 조항을 폐지했고, 이에 따라 동국대 불교대학의 일반 학생들이 군종장교로 지원할 수 있는 길이 사실상 막혔다.

이에 단체들은 “2009년 조계종이 군승에 한해 적용해온 독신 예외 조항을 폐기하면서 군승 확보에 문제가 있을 것이라는 우려도 있었다.”는 점을 상기하며, “종단의 정체성이 군 불교에서 왜 필요한지 따져볼 일”이라고 꼬집었다. 조계종 승려 중심의 사고를 군승 파견 부족 사태의 한 원인으로 지목한 것이다.

이들 단체는 “종교 인구 감소와 출가자 급감 등 복합적인 요소가 추가적으로 얽히며 군승 수급은 더 큰 위기에 직면했다.”며, “군승이 부족하다면 목사나 신부라도 대신 채워 군종 업무를 수행할 수밖에 없다는 것은 불을 보듯 자명한 사실”이라고 했다.

단체들은 “한국 개신교가 1세기에 불과한 일천한 역사에도 불구하고 한국 제일의 종교가 된 가장 큰 이유를 그들 스스로 ‘군종의 장악’이라고 분석하고 있다.”며, “한국의 종교지형은 불교에서 기독교로 주도세력이 재편되고, 특히 군 선교에 총력을 기울인 개신교가 군에서는 물론 민간에서도 한국 제일의 종교가 된 것은 주지의 사실”이라고 했다.

실제, 국군이 창설되자 군목과 신부를 공군에 배치하면서 군종을 독점했던 기독교계는 이승만 장로 정권의 비호 아래 당시 최대 종교였던 불교는 물론이고 유교, 천도교 등의 전통종교가 군종에 진입하지 못하도록 철저하게 배제했다.

이들은 “작금의 군승 수급 문제는 불교의 생존과도 직결되는 사안이며, 조계종이 완수하지 못하면 다른 종단이나 재가 교역자라도 나서서 시급히 해결해야 하는 절체절명의 과제”라며 “청년포교의 현장이자 미래불교의 산실인 군 불교를 이끌 군승을 파송하지 못하는 이 참담한 상황을 조속한 해결할 것”을 촉구했다.

이에 단체들은 “대한불교조계종은 책임을 통감하고, 당장 부족한 11명의 군승을 자체적으로 파송할 수 있는 특단의 조치를 강구할 것”을 요구하고, “여타 종단과 함께 해결방안을 시급히 협의하고 도움을 청할 것”을 주문했다.

또 “군승은 불교학 전공자를 군종사관 후보생으로 양성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여 수급과 자질 문제를 해결하고, 해당학과가 설치된 금강대학교(천태종)와 위덕대학교(진각종)가 사관후보생 양성학교로 지정될 수 있도록 협조할 것”도 요구했다.

아울러 “소득과 계급을 가진 직업군인인 군승장교는 비록 종교 관련 업무를 수행한다고 하더라도 출가수행자의 계율에는 전혀 합당하지 않은 소임인 만큼 금후 군승의 신분 규정과 선발기준 등에 대한 근본적인 개선책을 강구할 것”도 주문했다.

이들은 “불교계도 개신교계의 ‘군선교협의회’와 같은 별도의 협의체를 구성하거나 ‘한국불교종단협의회’로 이관하여 범불교적인 참여를 도모하고, 군승의 선발과 파송, 인사관리도 공정하고 투명하게 수행할 수 있는 운영체제를 갖출 것”을 요구했다.

단체들의 요구는 현행 조계종이 정해 운영 중인 ‘군승 제도’ 포기를 요구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현행 군승제도가 아닌 과거 군종장교 파견 제도로 환원하라는 지적과도 같다. 현행 조계종의 군승 제도는 ‘출가자 확보’와 ‘상좌 지키기’ 인식이 반영된 결과라는 지적이 있었다.

중앙종회의원 정범 스님은 지난 3월 조계종 중앙종회 제224회 임시회에 <청소년 출가 및 단기출가에 관한 특별법>을 발의했지만, 대부분의 종회의원들이 현실적인 법안이 아니라는 이유로 법 개정안을 폐기했었다.

[이 기사에 대한 반론 및 기사제보 mytrea70@gmail.com]

※ 업무 제휴사인 <불교닷컴>이 제공한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불교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