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10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제9차 회의’ 모습. 사진 불교닷컴.
2월 10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제9차 회의’ 모습. 사진 불교닷컴.

조계종이 이달 중 개최할 예정이었던 범불교도대회를 잠정 보류했다. 1‧21 전국승려대회 이후 여야의 불교 전통문화 공약 발표와 향후 여야의 정기국회 입법 추이를 살핀 후 범불교도대회 봉행 여부를 판단하겠다는 것이다. 정기국회는 매년 9월 1일 100일간 회기로 열린다. 차기 조계종 총무원장 선거가 9월 초여서 현 총무원장 원행 스님 임기 중 범불교도대회는 열리지 않게 돼 사실상 취소됐다는 분석이다.

조계종 종교편향불교왜곡범대책위원회(이하 범대위)는 2월 10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제9차 회의’에서 이같이 결의했다.

앞서 9일 열린 범대위 상임위원회 제1차 회의에서 상임위는 범불교도대회를 △2월 26일 또는 2월 27일 봉행 △제20대 대통령 선거(3월 9일) 이전 봉행 △더불어민주당‧국민의힘의 정기국회 진행 등 향후 추이를 지켜본 후 봉행 등 3가지 안을 범대위에 보고하기로 했다. 또 범대위 9차 회의에 앞서 조계종 중앙종회 종교편향대책위원회(위원장 선광)도 범대위 상임위의 제안을 수용했다.

총무원장 원행 스님은 회의에 앞서 “전국승려대회 이후 많은 노력을 해왔다. 오늘 회의를 통해 원만하게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해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중앙종회 종교편향대책위와 함께 한국불교종단협의회, 조계종 교구본사주지협의회 등도 모두 여야의 향후 입법 추이를 본 후 범불교도대회 개최 여부를 결정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이날 회의에서는 최근 오미크론 바이러스 확산세가 심각하고, 대선을 앞두고 있어 불교계의 집단행동이 불필요한 오해를 살 수 있으며, 여야 양당이 종교편향 근절과 전통문화 보존을 위한 입법을 약속한 만큼 국민 정서를 고려해 범불교도대회를 보류하자는 결론을 도출했다.

이번 결의는 1‧21 전국승려대회 이후 정부·여당과 실무협의가 진행된 점, 차별금지법 제정을 포함한 근본적 대책 수립 등이 일부 수용된 점, 더불어민주당 전통문화발전특위와 국민의힘 문화유산진흥특위가 불교․전통문화 관련 공약을 발표한 점을 고려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조계종 총무원과 정부·여당이 실무 논의를 진행하고 있으며, 실무 논의에서 여러 의제와 실질적 문제 해결 방안을 협의하는 상황이 공개돼 눈길을 끌었다. 일부 위원이 실무 논의 내용을 보고하길 원했지만 결국 공개되지 않았다.

범대위는 범불교도대회 잠정 보류와 함께 전국 3000여 사찰에 게시하도록 한 현수막을 일제히 철거하기로 했다.

호계원장 보광 스님은 “정청래 의원의 진정 어린 사과가 없었다”면서 “정 의원이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한 뒤 현수막을 철거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원행 스님 등 여러 참석자는 “정 의원이 사과했지만 종단이 받지 않은 점과 정청래 의원의 사과 수용 여부는 여당이 발의한 입법안 처리 여부에 달린 만큼 추이를 본 뒤 결정해도 늦지 않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이에 따라 조계종은 조만간 전국 사찰에 현수막 철거 지침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종회의원 지우 스님(동화사)은 불교왜곡과 기독교 국가 만들기가 진행되고 있어 종단 차원의 강력한 대응기구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종단 내 종교편향위원회가 공식기구로 존재해 따로 기구를 만들지는 않기로 했다. 다만 범대위는 향후 정부와 지자체, 공공기관 등에서 발생하는 종교편향과 불교왜곡 감시활동을 강화하기로 했다.

총무원장 원행 스님은 “중앙종회와 전국교구본사협의회 등 회의에서 나온 여러 스님의 의견을 수렴해 향후 추이 지켜본 후 범불교도대회 봉행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서현욱 | 불교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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