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여성개발원 기자회견 모습. 사진 불교닷컴.
불교여성개발원 기자회견 모습. 사진 불교닷컴.

불교여성개발원이 대한불교조계종 그늘에서 벗어나 독립 운영에 나서겠다고 선언했다. 조계종 포교원이 1월 28일까지 불교여성개발원 정관을 2019년 이전으로 돌려놓으라 한 요구는 창립 취지를 부정하는 것이어서 절대 응하지 않고, 독립을 통해 인사와 재정, 운영 등 자주성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불교여성개발원은 1월 26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어 단체가 ‘재가여성 불교단체’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조계종 포교원의 포교단체에서 해지되면 독립된 범불교 여성재가불자단체로 활동하겠다고 밝혔다.

단체는 이날 입장문에서 “포교원의 현재 주장처럼 개발원 정관을 2019년 이전으로 원상회복한다는 의미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개정된 개발원의 현재 정관과 지난 3년의 개발원 역사를 부정하는 것이며, 창립 취지 자체를 부정하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불교여성개발원은 지난 2000년 대한불교조계종 포교원 산하단체로 설립됐다. 20년 이상 여성불자의 정체성 확립과 신행 문화의 혁신, 불교여성지도자 발굴과 육성을 목표로 활동해 왔다.

불교여성개발원은 자체 사업으로 ‘여성불자 108인’ 선정 등을 통해 여성불자를 발굴해 결집해 왔다. 때문에 개발원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신심 깊은 회원들의 헌신과 포교원의 지원 덕분에 불교계의 대표적인 여성단체로 성장해 왔다.”고 설명했다.

불교여성개발원은 2018년 10월 30일 당시 포교원장과의 갈등에서 “개발원 스스로 원장을 뽑을 수 없는 정관에 문제가 있는 것을 발견하고 적법한 절차를 거쳐 2019년 정관 개정을 통하여 원장 미임명 문제를 해결하고 원장이 책임 운영할 수 있는 체계를 갖췄다.”고 말한다. 하지만 포교원은 2019년 4월 1일 정관 개정이 적법하지 않다며 원상회복을 요구해 왔다. 이에 개발원은 “2019년 4월 1일 정관을 개정한 임시이사회는 기존의 정관 절차에 따라 적법하게 소집되었고, 그 임시이사회에서 현재의 정관으로 개정하였음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며 포교원 요구대로 정관을 다시 개정할 수 없음을 분명히 했다.

이날 개발원은 “2021년 12월 28일 포교원으로부터 2022년 1월 28일부터는 포교단체에서 해지하겠다는 공문을 받고 여러 방면의 회원 대표들의 중지를 모은 결과, 조계종단으로부터 독립한 단체로 서기로 결정했다.”면서 “앞으로 1천여 전문직 재가 여성불자들이 모인 불교여성개발원은 조계종단의 굴레를 벗어나 깨어있는 범불교 여성불자 단체로 거듭나 부처님 법을 따르는 전 세계의 불자들과 협력하며 우리 사회에 부처님의 지혜와 자비를 밝히는 일에 더욱 노력하기로 했다.”고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개발원은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포교원과 불편한 관계를 겪었던 시간을 안타깝게 생각하며, 그동안 포교원이 제공한 배려와 공헌에 감사하고 앞으로 우호적인 관계로 다시 만날 수 있기 바란다.”고 했다.

김선옥 원장은 ‘탈종단화’에 대해 “개발원이 독립하는 것은, 포교원이 포교단체에서 해지하기 때문이지, 우리 여성 불자들이 ‘반(反)조계종’이기 때문이 아니다.”며 “재가여성불자단체로서 여법하고 당당하게 우리의 길을 가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개발원의 일부 회원이 “불교여성개발원 다수 회원은 종단으로부터 해지를 원하지 않는다”며 이날 발표와는 상반된 기자회견을 한 것에 대해 김선옥 원장은 “해지에 의한 독립이더라도 이에 반대되는 개인의 의견이 있을 수 있다.”며 “소수의 회원이 반대하더라도 여성불자의 독립성을 당당히 갖고 가자는 것이 다수의 의견이다. 전임 원장들, 108여성불자 각 차수장들을 통해 회원들의 의견을 확인해 왔다.”고 했다.

이정호 부원장도 “포교원이 요구하는 정관 개정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지난 3년간 유지되어 온 방침이며 회원들이 이미 알고 있는 사안”이라고 했다.

정대련 부원장은 “포교원 해지 통보와 독립 문제는 108인회 차수장이 참여하는 운영위에서 논의했고, 정관에도 없는 총회를 열 수 없어 각 차수별로 회원들이 참여하는 단톡방을 통해 회원들의 의견을 확인해 왔다.”며 “몇 분 회원은 포교원의 요구에 따라야 한다는 분들도 있지만, 많은 회원들이 개발원의 독립성 자율성을 지켜야 한다는 의견이었다.”고 했다.

불교여성개발원은 포교원의 해지 조치에 대비해, ‘발전특위’를 꾸려 정관 개정 등 향후 운영을 위한 논의하는 방안을 이미 모색해 둔 상태다.

이인자 초대 원장은 개발원 창립 초기를 회고하면서 “당시 포교원은 개발원 운영에 어떤 지시도 없었다.”고 아쉬움을 토로하며, “궁여지책으로 설문조사를 하고 108여성불자를 선정하고, 부처님의 가호로 한발 한발 발전해 왔다. 여성불자들도 전문가들이 많다. 독립하더라도 운영을 걱정하지 않는다.”고 했다.

김인숙 전 원장(3, 4대)도 “여성불자 단체는 전국적으로 조직돼야 한다. 아직도 우리는 우물 안 개구리”라며 “국회에 가도 YWCA는 알아도 불교계 여성단체 존재는 모른다. 그래서 사단법인 지혜로운 여성을 만들었고, 이를 통해 사업도 더 확장해 온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나가면 뭘 할지 걱정하는 분들이 있는지 모르지만, 걱정할 게 없다. 우물 안에서 나와 큰 안목으로 불교를 걱정하고 일해 갈 것”이라고 했다.

불교여성광장 모금과 관련, 김선옥 원장은 “(독립했을 경우 기존 ‘조계종 불교여성광장’ 건립 모금이) 법적인 문제가 있는지 살펴보겠다.”고 했다.

한편, 대한불교조계종 포교원(원장 범해 스님)은 1월 28일자로 불교여성개발원을 종단 포교단체에서 해지한다고 공고했다.

포교원은 “지난 2018년, 2019년 여성개발원의 이사들이 불법적으로 이사회를 소집하고 정관을 개정해 당연직 이사장인 포교원장의 권한을 침탈하고 조계종 종헌·종법 우선 적용 조항을 삭제했다.”며, “지속적으로 여성개발원에 이사장 권한 회복과 정관 복구를 지시하였으나 이사진들은 따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러한 행위는 여성개발원의 민주적 의사결정 구조인 이사회나 총회의 결과가 아니라, 일부 운영진들의 독단적 결정으로 여성개발원 내외에서 여러 이견이 제기되고 있다.”며, “종헌·종법을 수호하고 포교단체의 질서를 바로잡기 위하여 뼈를 깎는 아픔을 안고 1월 28일자로 불교여성개발원 포교단체 해지를 공고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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