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스님의 『왕오천축국전』에 따르면 인도 지방에서 부처님의 입태는 웃타라 아샤다 달의 그믐날이라 한다. 탄생은 바이샤카 달 후반의 보름으로, 중국의 삼월 보름에 해당되는 날이다. 즉 중국력의 삼월 여드레날에 해당된다고 현장 스님은 기록하고 있다.
한국은 4월 초파일을 ‘부처님 오신날’로 기념하고 있으나, 동남아시아의 여러 나라에서는 부처님의 탄생, 성도(成道), 입멸(入滅)을 모두 바이샤카 달의 보름달로 결정, 바이샤카를 실론어로 ‘베사크제(祭)’라 하여 축하하는 습관이 있다.
우리의 문화토양 속에서도 달은 유독 불교적 정서와 관련이 깊다. 달은 부처님의 특별한 삶과 맞물려서 멀리는 ‘원왕생가’, ‘정읍사’와 같은 시가에까지 소급되는 정토사상, 혹은 원만한 지혜나 깨달음과 법열의 원광으로 상징되어왔다.
『월인천강지곡(月印千江之曲)』이나 『월인석보(月印釋譜)』에서도 달그림자(月印)는 불법을 상징한다. ‘월인천강’이란 부처님이 백억 세계에 화신(化身)하여 중생에게 교화를 베푸는 것이 마치 달이 즈믄(千) 강에 비친 것과 같다는 뜻이다.
달은 하나이나 강에 비친 모습은 무수하다는 것은 부처님과 중생에 해당되는 비유이다. 중생은 현실의 번뇌를 벗어날 수 없지만 부처님의 상징인 달을 보며 정토에의 소명을 품는다. 달은 밝고 원만하되 하나의 모습만을 고집하지 않기에 원융자재(圓融自在)한 불교적 지혜를 상징하게 되었다.
휘영청 보름달이 떠오르는 한가위가 다가온다. 달은 우리 민족의 오랜 벗이며, 부처님의 은혜를 떠올리게 하는 대단히 특별하고 아름다운 상징이다. 지상 어느 곳에서나 밝음을 유지하고 있는 달은 부처님의 항구여일한 진리가 구석구석에 두루 미쳐 있음을 보여준다.
또 달은 해와는 달리 어둠 속에서 빛나는 까닭으로 무명(無明), 즉 번뇌와 무지를 벗어나게 하는 유명(有明)을 상징한다. 현 세계에 만연한 전쟁과 폭력, 매일의 끔찍한 뉴스들이 우리를 무명 속에 가두고 있는 오늘도 달은, 영원한 현재성을 지닌 정토의 꿈으로 되돌아오는 것이다. 삶의 피로와 오욕에 지친 모두에게 부처님의 은혜로 가득한 한가위가 되기를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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