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주자’들이 ‘불심 잡기’에 한창이다. 이미 이들의 ‘대선 캠프’에 참여하는 불자들의 수도 늘어나고 있다. ‘대선’이라는 거센 바람이 불교계에도 불어 닥친 셈이다. 이런 광풍 앞에 우리의 모습[불제자]을 지키는 든든한 버팀목은 바로 경전이지 않을까. 경전에는 ‘불교와 정치의 바람직한 관계’며, 나아가 ‘정치에 대한 불교의 지도적 위치’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불교와 정치의 관계를 얘기할 때 금과옥조(金科玉條)처럼 인용하는 관용어가 있다. “출가인의 법은 국왕에게 예배하지 않는다.”는 『범망경』의 가르침이다. 이후 이 가르침은 중국으로 들어가 『사문불경왕자론(沙門不敬王者論)』이라는 저술로 정리된다.
여기에서의 왕자란 권력자 한 사람을 가리키는 것은 아니다. 정치의 정점에 서서 권력과 자원을 분배하는 데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정치집단까지도 포함된다. 혜원 스님은 5권으로 구성한 이 책에서 출가자가 왕에게 예배하지 않아야 하는 이유를 밝히고 있다.
“출가하여 덕을 완전하게 수행한다면 그 깨달은 도는 육친권속에 널리 감화를 주고, 그 은총은 천하의 모든 사람들에게 미친다. 출가자는 설령 왕후의 위(位)가 아닐지라도 물론 이미 천자의 도와 같은 것으로서 크게 모든 사람들을 많이 기르고 있다.”
혜원 스님의 주장을 받아들여 중국 동진(東晋) 때(403년) 재상인 환현은 왕에 대한 예경을 거둬들였다. 혜원 스님의 이 같은 견해는 초기불교의 국가관에 근거를 두고 있다.
국가의 기원과 성격에 대해 『구사론』에서는 “함께 모여서 의논하고, 대중 속에서 덕 있는 사람을 한 사람 한 명 뽑아 각각 자신의 수확 가운데 6분의 1로써 이 사람을 고용하고 방호를 맡기며 전주(田主)로 임명했다.”고 하였다. 왕은 중의(衆意)에 의해 추대된 사람이라는 인식이다. 바라문교의 제왕신권설(帝王神權說)과는 한참 거리가 먼 국가관이다. 민주공화제, 국가계약설에 더 가깝다.
이후 바라문의 득세에 밀려 국왕의 신성성(神聖性)을 인정하기에 이르지만, 비판적인 입장마저 버린 것은 아니다. “왕은 인간계에 왕으로 태어난 자인데, 인간에게서 태어난 왕이 어째서 신으로 불리는가.”(『금광명경』) 그러면서도 국왕의 특별한 지위를 부정하지 않았다. “만일 국왕이 없으면 하루 만에 만백성이 황망하고 혼란해져 서로 해치는 일이 끊임없다. 때문에 마땅히 알아야 한다. 중생을 은밀히 보호하는 것은 왕이 제석보다도 뛰어남을.”(『화엄경』)
반면, 사악한 왕(권력)에 대한 태도는 매우 단호하다. 추방시키라고 가르치고 있다. “예를 들면 왕이나 왕의 대재상이라 할지라도, 누구든지 극도로 포악하며 자비심이 없고 오로지 타인을 핍박하려는 사람이 있다면, 구도자는 힘과 동정심으로 이익과 안락을 줄 마음을 품고 그에 머무르며 그에 의거하여 많은 죄악을 짓게 하는 왕위, 권세, 지배권에서 왕이나 권력자들을 추방시켜 버려라.”(『보살지지경』)
수행에 방해가 되므로 권력자를 가까이 하지 말라는 경책도 나온다. “출가인은 왕을 가까이 해서는 안 된다. 왜냐면 왕을 가까이 하는 사문은 모든 세인들에게 따돌림을 당하며 공양 받지 못한다. 왕을 가까이 하는 못된 사문은 재물을 바라며, 성이나 마을 혹은 사람이 많은 곳에서 항상 재물을 구하며 만족할 줄 모른다. 만일 재물을 구하지 않는다고 할지라도 무리지어 임금을 가까이 하면 좌선과 독경에 방해된다. 이와 같은 비구는 발심하여 해탈의 길을 가려고 할지라도 도리어 얽매임의 길속에 들어간다. 이 때문에 비구는 왕을 가까이 해서는 안 된다.”(『정법염처경』)
그러나 찾아와 법을 청하는 권력자를 멀리 하지는 않았다. 석가모니 부처님은 왕들로부터 공양을 받았으며 법을 설했다. 『불소행찬』에서는 왕에게 수행자의 처소를 찾아 예경하고 법을 구하라고 권유하고 있다. 정치에 대한 불교의 지도적 위치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예경하고 자문을 구한다. 무엇이 선이고, 무엇이 악인가. 어떤 것이 유죄이고, 어떤 것이 무죄인가. 어떠한 업을 지으면 능히 행복을 부르고 모든 악에서 멀리 벗어날 수 있겠느냐고. 이미 들은 바가 있으면 열심히 노력하여 말씀처럼 수행한다.”
물론, 경전의 가르침을 현실화하기 위한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박세일 교수(서울대 국제대학원)는  “불교가 정치에 대해 갖는 관점은 참여적이면서도 갈등을 순화하는 이상적인 정치문화로서 기능할 수 있다고 본다.”면서 “불교교단은 오늘의 정치제도, 사회제도가 지향해야 할 이상적 형태의 모범을 제시하는 기능을 회복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즉, 불교 각 종단의 민주적 자율적 능률적 운영과 사부대중의 화합은 불교 자체의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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