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2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불교계에도 거센 정치 바람이 몰아치고 있다. 불교계를 향한 대권후보자들의 발걸음이 끊이질 않고 있으며, 불교계에서 특정 정당이나 후보를 노골적으로 지지하는 단체가 발족하기도 했다. 또 불교인들의 대선캠프 참여도 속속 이어지고 있으며, 일각에서는 대선을 겨냥한 불교계 정책 마련에도 한창 분주한 상황이다.
2005년 통계청 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종교 가운데 불교신자가 1072만 명으로 전 국민의 22.8%로 차지하고 있다. 여기에 잠재적인 불교신자와 친불교적인 국민들까지 포함시킬 경우 최소한 1500만 명 이상이 불교적인 성향이라는 것은 쉽게 추정할 수 있다. 이런 까닭에 대선이건 총선이건 선거 때면 불교는 모든 후보로부터 러브콜의 대상이 되곤 한다.

실제 대선이 본격화된 지난 1월 이후 이명박, 박근혜, 손학규, 이해찬, 노회찬, 신기남, 김두관, 유시민, 김근태, 김원웅 등 대권에 뜻이 있는 정치인들이 조계종 총무원장 지관 스님 등을 비롯한 종단 지도자를 잇달아 방문했다. 특히 지난 5월 24일 조계사에서 열린 부처님오신날 봉축법요식에는 불심잡기 경쟁이라도 하듯 예년과는 대선후보를 비롯한 각 당 대표 및 정치인들이 대거 참여해 대선정국을 실감케 했다.
현재 대선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정치인 중 자신의 종교가 불자라고 하는 정치인은 극히 드물다. 그나마 불자임을 떳떳이 밝혔던 김두관 전 행자부 장관이 대통합민주신당 경선에서 일찌감치 탈락함에 따라 유력한 대선후보 중 불자는 사실상 전무한 상황이다. 그러다보니 이들 대선후보들이 불교 지도자를 만나 하는 얘기들의 주제는 크게 다르지 않다. 어느 사찰에 가보거나 머물러보니 좋더라는 얘기부터 자신의 부모나 아내가 불교와 ‘각별한’ 인연이 있었다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그럼에도 이들 후보들은 불교와의 관계를 강조하거나 연결고리를 맺으려 애쓰는 모습이 역력하다. 기독교 신자지만 한나라당 탈당 후 낙산사에 칩거했던 손학규 전 경기지사는 봉은사 주지 명진 스님과 오랜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실제 봉은사 중창불사 원만성취 천일기도 법회에 참석해 정근을 하며 200배를 올리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가톨릭 신자인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도 지난해 12월 장관직을 사퇴하며 MBC 앵커 때부터 인연이 있었다는 백양사 유나 지선 스님이 머무르는 백양사를 찾아 3일간 머무름에 따라 의도적이건 그렇지 않건 친불교적인 이미지를 강조했다. 또 자신은 가톨릭 신자지만 독실한 불교 신자였던 어머니 육영수 여사의 영향으로 집안은 불교와 인연이 깊은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도 조계사에서 108배를 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이러한 불교계 ‘구애작전’은 가장 강력한 대권후보로 일컬어지는 이명박 후보도 예외는 아니다. 서울시장 재임 때 “수도 서울은 하나님이 다스리는 거룩한 도시이며, 서울의 시민은 하나님의 백성” “서울을 하나님께 봉헌한다”는 내용의 봉헌사를 낭독해 불교계로부터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켰던 이 후보였지만 지난해부터는 다양한 불교계 인사들을 만나는 등 불교에 각별한 공을 들이고 있다. 올해만도 조계종 총무원장을 수차례 방문했으며, 특히 한나라당 대통령후보로 공식 선출된 다음날인 8월 21일 지관 스님을 예방해 주목받기도 했다.
이러한 대선후보들의 불심잡기 노력과 더불어 대선을 앞둔 불교계의 뚜렷한 변화 양상 중 하나는 불교인의 정치참여다. 특히 일부 스님들이 특정 후보나 정당을 노골적으로 지지하거나 심지어 한 조계종 중진 스님은 정치 입문까지 밝히고 있어 이에 대한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다.
지난 7월 13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한나라당 전국불교연합 발대식에서 불교분과위원장으로 추대된 한 스님은 “2000만 불자 모두를 한나라당의 지지 세력으로 만들어 대선 승리의 기둥으로 만드는 것이 한나라당 전국불교연합을 만들도록 허락한 강재섭 대표와 이강두 중앙위원장의 은혜에 보답하는 길”이라며 “한나라당을 위해 목숨 바쳐 헌신할 것을 약속한다”고 밝혔다. 특히 법명 대신 속명을 사용한 이 스님은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한나라당이 패한다면 우리 전국불교연합은 그들의 안주거리이자 웃음거리로 전락할 것”이라며 “호국불교의 기치를 높이 들어 불교가 바로서야 나라가 바로 선다는 신념으로 대선 승리의 그날까지 부처님의 위신력과 가피력을 방패삼아 돌격해 나가자”고 발언해 스님으로서 지나치다는 비판이 잇따르기도 했다.
이에 앞서 지난해 12월 18일 불교뉴라이트가 발족하면서 상임공동대표인 한 스님은 “보수우익의 지지를 표방하면서 종교편향적 정치인사라도 보수이익을 대변하는 인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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