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비와 나눔으로 온 세상의 화합과 평등을 보여주신 석가모니부처님을 기리는 불기2554년 부처님오신날이 다가왔다. 이를 기념해 지난 4월 하순부터 봉축행사 일환으로 여러 행사가 전국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서울시청 앞 점등식도, 전통등 전시회도, 연등축제의 행렬도 어김없이 우리를 맞이한다. 이 시기는 신록(新綠)이 만들어낸 자연의 찬탄과 더불어 부처님의 공덕을 기리며 자신의 삶을 되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되는 때이기도 하다.

해마다 돌아오는 봉축의 날을 맞아 우리는 부처님이 이 세계에 나투신 의미를 여러 가지로 묘사하면서 찬탄하지만 과연 우리는 부처님 말씀을 얼마나 알고, 얼마나 받아들이고, 얼마나 실천하는지 점검해 보아야 한다.

부처님의 나라, 부처님의 뜻이 펼쳐지는 나라, 그곳을 우리는 불국토(佛國土)·불찰(佛刹) 등으로 부른다. 그 불국토에 대해 《법화경》〈수기품〉에서는 “온 나라는 장엄하게 꾸며지고 더럽고 악한 것과 기와·돌·가시덤불·똥오줌 등 부정한 것이 없으며, 그 국토는 평평해서 높고 낮은 곳이나 구덩이와 언덕이 없으며, 유리가 깔려있고 보배나무가 줄지어 섰으며, 황금으로 줄을 꼬아 길옆을 경계하고, 보배로운 꽃들을 흩어서 두루 청정하게 한다. 그 나라의 보살은 한량없는 천억이며 성문대중도 무수하고 마구니를 섬기는 일이 없다. 비록 마구니와 마구니의 백성이 있을지라도 모두 다 불법을 지킨다”고 설명한다.

이 아름답고 평화로운 곳이 어디에 있는가? 이역만리 저 먼 서방에 있다고 한다면 그것을 아직도 불교를 모르는 사람이다. 그곳은 바로 지금 여기이다. 거대한 중장비로 이 나라의 젖줄이 난도질 당한다할지라도, 전투기가 떨어지고 군함이 침몰한다할지라도, ‘거짓’이란 바늘로 광우병 쇠고기, 세종시, 미네르바와 피디수첩, 안상수와 명진 스님 등이 줄줄이 꿰진다할지라도 불국토는 여기에 있음을 좌시해서는 안된다.

부처님은 자신의 노력 없이 얻어지는 것은 결코 없다고 강조하셨다. 부정한 것이 없는 나라는 나 자신의 인추자자(引錐自刺) 없이 만들어지지 않고, 보배로운 꽃들이 흩날리는 나라 또한 나 자신의 분골쇄신(粉骨碎身) 없이 오지 않는다. 해마다 오는 날을 그러려니 하며 무심결에 넘기는 사이, 그런 만큼 자신의 업장(業障)도 계속 두터워지고 있음을 두려워해야 한다.

법진 스님/본지 발행인
저작권자 © 불교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