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은사 사태’의 핵심 문제를 ‘정치권력의 불교능명과 자주성 침탈사태’로 규정하고 불교자주화 운동을 선언한 단체가 등장해 눈길을 끌고 있다.
불교자주실천운동본부(발기인 대표 서동석, 전 민불련 의장)는 4월 8일 오후 2시 서울 장충동 우리함께빌딩 만해NGO교육관에서 창립발기인 결성 기자회견을 자청해 봉은사 사태를 불교자주성 침해 사태로 규정하고 ‘불교 자주 실천운동을 위한 대중결사를 선언’하고 나섰다.
불교자주실천운동본부는 우선 “봉은사 주지 명진 스님의 법회 발언으로 드러난 한나라당 원내대표 안상수 씨의 망언은 헌법이 보장한 종교의 자유를 부정하는 위헌적이며 위압적인 폭거가 아닐 수 없다”면서 “현 집권세력의 핵심부가 불교에 대한 편향된 사고와 오만한 태도로서 종교의 독립성을 훼손하며 불교를 능멸하고 있는 일련의 사태에 이를 불교자주성에 대한 침탈행위로 규정하고 수수방관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운동본부는 “불교내부에 이념적 잣대를 들이대 종단의 자주성을 침해한 봉은사 사태의 해결의 출발점은 안상수 원내대표의 정계은퇴”이며 “이런 사태는 대다수 국민의 반대와 우려를 무릅쓴 채 강행하는 4대강 사업과 국민 분열적 종교편향 정책 등으로 국민 위에 군림하고 있는 현정권의 오만한 국정운영 태도에서 비롯된 것이며, 이에 이명박 대통령은 불교계는 물론 전국민에게 사과할 것을 촉구”했다.
운동본부 측은 대외적으로는 안상수 원태대표의 불교자주성 침탈을 비판하면서도 불교계 내부로는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의 참회와 종단 개혁정신 회복을 촉구했다.
운동본부는 “종단 지도자들이 ‘종단발전’을 내세워 물질적·외형적 성장에 치중된 ‘불사’를 만들어서, 국가권력과 밀실에서 야합해 자주성을 팽개치고 실리를 챙기려는 ‘정치적 거래’를 서슴지 않고 있는 행태가 이번 사태를 야기하였다는 일각의 지적을 총무원장을 비롯한 종단 관계자들은 뼛속 깊이 새겨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운동본부는 “총무원장 자승 스님은 불교의 자주성 훼손에 대한 종단적 책임을 지고 진심으로 참회할 것”을 촉구했다. 운동본부는 더불어 “94년 개혁불사의 정신을 회복하는 선언과 그 실천지침을 여법하게 만들어 천명할 것”도 촉구했다.
운동본부의 인식은 1986년 9.7 해인사 승려대회를 기점으로 불교 자주를 위해 사부대중은 각고의 성찰과 부단한 실천운동을 전개했으며 1994년 노력의 결실로 이루어낸 종단개혁은 우리 현대불교사의 획기적인 사건이었지만, 20년도 지나지 않아 개혁불사의 정신이 퇴색하고 오염되어 가는 현실을 참다한 심정으로 목도하고 있다고 말한 점에서 찾을 수 있어 보인다. 안으로는 굴욕적인 정치예속의 고리를 끊어 종단을 바로세우고, 밖으로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실천의 등불로 삼아 국민과 사회의 희망이 되고자 했으나, 현재는 개혁정신을 상실하고 ‘종단 발전’을 내세워 국가지원의 미명으로 정치적 거래를 일삼고 있어 불교 자주성 수호와 종단 개혁정신 회복을 위한 ‘불교 자주실천운동’을 선언이 필요하다는 게 운동본부의 입장이다.
운동본부는 또 “과거 회귀적인 이념논쟁이나 반민주적인 정치행태를 좌시하지 않을 만큼 우리사회가 성숙했다”고 전제하고 “불교계 또한 소수의 ‘매불 정치승’에 의해 자주성이 훼손되면서 정치권력에 휘둘리는 굴욕의 길로 회귀하는 것을 추호도 용납할 수 없다”고 강조하면서 △안상수 정계은퇴 △종교편향 불교자주성 훼손에 이명박 대통령 사과 △총무원장 자승 스님 참회 △ 조계종은 종단개혁정신 실천지침 제시할 것 등을 촉구했다.
운동본부는 더불어 △불교자주실천운동본부 결성 △불교자주성 침해사례 수집과 대국민 홍보 전개 △전국사찰 시국법회 제안 및 동참 등을 실천강령으로 채택하고 4월중 창립법회를 열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운동본부는 오는 11일 봉은사에서 불교자주화 실천 서명운동과 동참자 모집 운동에 나선다고도 밝혔다.
‘봉은사 사태’에 조계종 총무원과 봉은사가 출재가 불교단체들이 중재한 토론회 참석에 동의해 합의점을 찾고 있는 가운데 이번 사태의 핵심을 ‘정치권력의 불교능멸과 자주성 침탈사태’로 규정한 점은 그동안 봉은사 직영사찰 지정의 적법성만 부각되어온 봉은사 사태 문제점을 다른 관점에서 접근한 것이어서 관심을 끈다.
운동본부는 “현 정권이 불교계에 대해 종교편향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고 불교계에 문화재 사업지원이라던가 국고지원 사업을 전제로 종교계를 정치적으로 예속시키려하는 우려할 만한 사태에 대해 문제의식을 가진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봉은사 사태와 관련 봉은사 외호세력으로 출범한 단체가 아님을 분명히 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이남재(전 종단협 총무과장), 이영근(MEDIA84000 대표), 김윤길(동국대 출판부장) 김영국(조계종 문화사업단 대외협력위원) 서동석(통일문제연구소 연구위원, 운동본부 발기인 대표) 성재도(전 사학진흥재단 사무총장) 송세언(7080 민주학생운동연대 사무총장) 이희선(출판사 미들하우스 대표) 등이 참석했으며, 발기인으로는 모두 171명이 동참했다.
서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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