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석 같은 심신 키우고 닦는다

 

법수선원 대적광전. 아침부터 60대 전후로 보이는 거사(居士) 한 분이 구슬땀을 흘리며 절을 하고 있다. 땀으로 젖은 옷, 소금기 묻은 맑은 얼굴. 그는 법수선원 신도회장 김상규 교수(경원대 외래교수ㆍ65·사진). 500배 정진을 끝내고 염주, 목탁, 수건, 물통 등이 담긴 가방을 들고 일어서는 김 회장을 만났다.

“마음 맑히는 수행을 꾸준히 해야겠다는 생각은 늘 가지고 있었지만 실천에 옮기질 못했습니다. 불자에게 5월과 6월은 남다른 달이지 않습니까. 부처님 오신날도 있고 하안거 결재도 있으니. 그것을 계기로 삼아 수행을 일상으로 끌어들이고 싶어 절수행을 시작했습니다.”
김 회장이 지난 4월 1일부터 1일 500배 절수행을 시작한 것은 ‘수행의 생활화’야 말로 ‘생각을 바꾸고, 삶을 바꾸는 불교의 핵심’이라는 믿음에서다. 그래서 김 회장은 절수행을 통해 타성에 젖어 있는 일상의 나쁜 습관과 번뇌 망상을 깨고 마음을 환히 밝히는 계기를 만들기를 서원하고 있다.
“절수행을 해보니, 이것이야말로 일상에서 마음 다스리는데 큰 도움이 되는 것이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몸으로는 절을 하고, 마음으로는 불법에 집중하는 것만으로 몸으로 짓는 업, 입으로 짓는 업, 마음으로 짓는 업을 함께 녹는 것과 같은 환희심이 듭니다.”
절은 불ㆍ법ㆍ승 삼보에 귀의하는 지극한 마음의 표시이다. 신심을 돈독하게 하기 위해서는 발원과 참회가 있어야 한다고 하는데, 김 회장에게는 절수행이야 말로 가장 쉽게 선택할 수 있고 또 신심, 발원, 참회의 삼박자를 모두 갖춘 수행법인 셈이다.
“지극하고 간절한 마음으로 절을 하다보면 자신도 모르게 선천진심(先天眞心)이 발현하여 지혜가 밝아지고 마음이 순일해져 부처님의 바른 법을 보게 된다”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상기한 김 회장은 “절을 하며 게으름과 자만심을 털고 깨끗하고 지혜로운 몸과 마음을 얻게 되고, 그 마음에 온 우주법계가 가득 차고, 우주실상이 자타가 둘이 아니고 하나임을 알게 되는 것 같다”며 절수행의 공덕을 설명했다.
『수능엄경』에는 ‘이즉돈오 사비돈제(理卽頓悟 事非頓除)’라는 말이 나온다. 이치로는 단박 알 수 있어도 실제 현실에서는 제거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자신이 지혜로 완성된 존재임을 깨달아도 몸으로 지은 업은 몸으로 없앨 수밖에 없다.
그래서 김 회장의 절수행은 마치 한 뜸 한 뜸 수를 놓아 옷을 완성해 나가듯, 온갖 번뇌 망상을 여의고 부처님이라는 완성된 존재를 향해 한 단계 씩 밟아 올라가는 구도의 여정이다. 즉, 실상평등(實相平等)의 경계, 바로 그것이다.
“신도회장이 수행자라는 마음가짐으로 절하며 열심히 정진하면, 주변 사람[신도]들도 언젠가는 수행과 인연을 맺을 거라고 믿는다”고 말한 김 회장은 “법수선원의 모든 불자들이 수행하고 발심하는 일에 모범을 보이며, 법수선원은 원융무애의 정신이 살아있는 터전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럼 바람이 있기 때문인지, 김 회장은 자신의 절수행으로만 만족하지 않는다. 매월 초하루 법회 때마다 법수선원 신도들을 대상으로 자신이 직접 교단에 서서 교리강좌를 실시한다. 신도들이 가장 많이 오는 초하루 법회만이라도 선(禪)과 교(敎)를 함께 배워 금강석 같은 신심을 키워보자는 각오가 있어서이다.
“선(禪)과 교(敎) 모두 부처님의 가르침이지 않습니까. 선지식이신 성수 큰 스님의 가르침을 받고 이내 경전의 참뜻을 음미하자는 뜻에서 시작했습니다. 불자 개개인의 불교소양이 쌓이면 도량이 발전하고 덩달아 불교도 발전하지 않겠습니까.”
법수선원 교리강좌는 역동적이다. 김 회장의 강연만 있는 게 아니다. 동참 대중 모두 때론 절을 하기도 하고 때론 목탁을 치기도 한다. 그 과정에서 그들은 모든 것이 공하다는 것을 몸과 마음으로 느끼고, 부딪혀오는 경계에 집착하지 않는 힘을 배운다.
이날 교리강좌에서 “언제나 눈에 보이고 귀에 들리는 것에 집착해서 나라는 상을 버리지 못하면, 불교 공부를 하면서도 진정한 불자가 되지 못한다”고 말한 김 회장은 “오늘 성수 큰스님께서 좋은 말씀 좋은 가르침을 주셨는데, 그것을 잘 간직하고 잘 실천해야 한다”며 “내가 죽어야 진정한 불교 공부를 시작한 것이며, 『반야심경』의 가르침인 ‘조견오온개공’을 확고하게 인식하고 ‘도일체고액’임을 깨쳐야 한다”며 교리강좌를 끝냈다.
불자라고 하면서 부처님과 부처님이 남겨 놓은 법에 대한 믿음이 없다면 진정한 불제자라고 말할 수 없다. 김 회장의 절수행과 교리강좌는 나 한 사람의 신심과 올곧은 수행이 이웃과 사회에 얼마나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는가를 깊이 생각하게 한다.

 

오종욱 | 월간 선원 편집실장, gobaoou@hanafos.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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