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편찬된 『태고종사』로 시작된 태고종과 조계종의 ‘역사관(歷史觀) 논쟁’이 4월 7일 “태고종이 발행한 『태고종사』에 표현적 문제점은 있다고 인정한다”는 태고종 측의 공식 입장이 발표되면서 일단락 난 듯합니다.
『태고종사』는 지금까지 조계종 입장에서 편찬된 ‘근현대불교사’ 연구 성과물 일색인 상황에서 한국불교의 ‘제 2 종단’인 태고종의 역사관이 담긴 불교사로서 첫 성과물이라는 점에서 불교계 안팎의 관심이 집중되었습니다.
그러나 『태고종사』는 발행과 동시에 조계종으로부터 ‘불교사 왜곡’이라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이 책이 이승만 정권이 불교계 내부문제에 개입되게 된 배경, 당시의 정권 의도, 태고 보우 종조설이 보조 지눌 종조설로 바뀌게 된 배경 및 전개과정, 정치권력에 야합한 스님들의 종권탈취과정, 불교계 피해 등에 주목했기 때문입니다.
특히 1954년 이승만 대통령의 유시로 시작된 조계종과 태고종의 분규에 대해 조계종은 ‘정화(淨化)’, 태고종은 ‘법난(法難)’이라고 각기 달리 규정한 데서 양 종단의 갈등은 더욱 첨예해졌습니다.
파국으로 치닫던 양 종단의 갈등은 『태고종사』를 발행한 태고종 측의 ‘자성(自省)적 입장 표명’으로 한 풀 꺾였지만, 그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는 듯합니다. 양 종단의 대립은 근현대 불교사 관련 연구 부족에서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근현대불교사 연구 성과물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은 누구나 인정하는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지금의 불교가 형성된 근대 이후의 불교사를 제대로 조명하려는 시도나 노력도 거의 없다는 점도 그렇습니다.
따라서 이번 조계종과 태고종의 ‘역사관 논쟁’은 불모지로 남아 있는 근현대불교사 연구에 새로운 불을 지펴야 한다는 시대적 과제를 남겼다는 점에 주목해야 합니다. 근대 이후 불교계 상황을 심도 있게 분석하고, 종단과 승가 및 불교단체의 설립과 성격 및 성장 등을 정리해야 합니다. 또한 불교 인물과 관련사건 등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고 총체적 연구에 천착해야 합니다.
이를 토대로 △개항기 사찰 운영의 구조 △개화기에서 해방까지 불교 교단의 변화 △사찰령과 사법 △조선불교 선종과 수좌대회 △중앙불전과 불교계 동향 △종조 문제 △근대불교학의 전개 △근대불교의 타종교 인식 등이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박약한 토양과 같은 지금의 근현대불교사 연구 풍토를 딛고 일어서는 일은 ‘환골탈태’와 같은 무척 힘든 과정을 밟아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지나간 역사를 바로 이해하려는 의식과 철저한 자기반성 없이는 근현대불교사 이해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을 인식한다면 결코 뒷전으로 미루어둘 수 없습니다.
자신의 족적을 냉정하게 되돌아보고 살필 때 미래의 삶은 발전적이 될 수 있습니다. 객관적인 입장에서 불교의 발전을 제시한다는 사명감을 갖고 사실에 근거한 역사 연구에 매진해야 합니다. 근현대 불교 연구가 아직 많은 부분에서 미진하지만, 각계각층의 자문과 의견을 담보로 꼭 성취해야겠습니다.

 

법진 스님 | 한국불교선리연구원 원장, dharmaji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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