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성산 관음사 목조보살좌상 복장 내 인삼
부처님 복장에서 고려인삼이 발견돼 화제이다.

조선 연산군(1502년) 때 소나무와 은행나무로 만든 목조 관음보살의 복장(腹藏)에서 고려시대에 재배했을 가능성이 큰 ‘고려인삼’을 비롯해 ‘여러가지 직조물과 ‘나락’, ‘청겨자씨’, ‘대마’ 등이 다량 발견됐다.

한국전통문화학교(총장 배기동) 부설 전통문화연수원은 부산 원광사(주지 도진 스님)에 봉안한 목조 관음보살상(높이 67㎝)을 보존처리하는 과정에서 이들 식물류를 포함해 황동팔엽합(黃銅八葉盒. 청동그릇의 일종)과 직물 조각, 각종 보석, 유리제품 등 총 47종에 이르는 공양품을 발견했다고 23일 밝혔다.

이 불상은 복장 유물에 포함된 불상 발원문(發願文)에 의해 애초 평안도 천성산 관음사에서 조선 연산군 8년인 1502년 흥교사(興敎寺) 주지를 역임한 도유(道裕) 스님이 제작한 것으로 확인됐다.

▲ 천성산 관음사 목조보살좌상
발원문은 관음사에는 고려시대 말기인 공민왕 13년(1364)에 만든 청동 아미타삼존불이 있었지만, 도적에 의해 관음보살과 대세지보살이 손상돼 연산군 때 와서 목조 관음보살상을 다시 만들었음을 알려주고 있다.

보살상은 높이가 67㎝이며 수종분석과 CR 촬영 분석결과에 의하면 얼굴과 몸체는 소나무 재질, 팔과 다리는 은행나무 재질로 만들어져 동종이 아닌 다른 재료로 접합된 점, 뒷면 머리카락의 표현방식 등 형태가 독특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전통문화연수원 측은 “지난 2008년 9월에 본 대학의 연수원 ‘문화재 수리·복원 전문인 양성과정(전통목칠공예 과정)’에서 소장자로부터 보관(寶冠) 및 대좌(臺座)제작을 의뢰 받게 된 것으로 보존처리를 위해 상태를 확인하던 중 보살상 내부에서 복장유물이 발견되어 조사가 이루어지게 되었다”면서 “이 목조보살좌상은 16세기에 조성된 것으로 밝혀졌으며 내부에서 발견된 복장물 또한 중요한 유물로 판단되어 불교미술사, 직물, 서지학, 보존과학, 목칠공예 등의 세부 관련 전공자들로 자문단을 구성하여 동 유물에 대한 종합적인 조사를 시행했다”고 설명했다.

▲ 천성산 관음사 황동팔엽판 내부

전통문화연구원은 복장 유물 중 “인삼은 탄소연대 측정결과 1060±80년을 전후한 시기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것으로 나타나 적어도 고려시대에 재배된 것으로 판명됐으며 전세(傳世.세상에 전해짐)하다가 복장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복장에서 볍씨 등이 발견된 경우는 있으나 고려인삼이 나오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연구원 측은 “역시 복장 유물 중 하나인 개금문(改金文.불상에 금칠을 한 내력을 적은 기록)에는 1706년에 이 불상을 개금한 내력과 함께, 고려 말 이후 조선후기에 이르기까지 이 보살상에 얽힌 역사가 상세하게 적혀 있어 불상연구에 귀중한 자료를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 천성산 관음사 목조보살좌상 내 볍씨
연구원은 특히 “이 관음보살상은 현전 목조불상 중에서도 제작연대가 대단히 오래된 것에 속하고, 고려와 조선 초기의 불상 조성과정과 불교 신앙풍습을 엿볼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자료로 꼽힌다”고 그 가치를 높게 평가했다.

서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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